무대에 서지 못한 ‘JYJ’와 불순한 상상력의 주인공이 된 ‘송가연’ [스포츠투데이]

입력2015년 04월 15일(수) 06:44 최종수정2015년 04월 15일(수) 15:50
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 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제대로 된 방송출연을 하지 못하던 한 아이돌 가수는 6년 만에 오른 무대에서 눈물을 흘렸고, 한 여자 이종격투기선수는 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한 대가로 수치스러운 화젯거리가 되어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물론 어느 한 쪽이 무조건적인 피해자고 가해자란 소린 아니다.

‘JYJ법’의 발의는, 거대기획사(SM 엔터테인먼트)의 횡포, 즉, 그들이 갈등과 분쟁에 어떤 형태로 맞서며, 그들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형성된 힘의 관계도가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되는지 되짚어볼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어떤 법적 효력에 의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관련 거대 기획사의 눈치를 보느라, 혹은 그와 함께 실행되는 압력으로 한 아이돌 그룹의 방송 출연이 방송사에 의해 저지당했다. 한편으론 유치하다는 생각도 드는 게, 마치 어린 시절 반에서 우두머리격의 역할을 하는 친구가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아이 하나를 지목해, ‘야, 앞으로 쟤랑 놀면 알아서 해’하는 식과 매한가지라 할까.

방송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라. 그냥 기획사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인기 아이돌 그룹을 여럿 보유한, 그야말로 가요계를 이루는 중심축 중 하나인데 어찌 그와 맺는 역학관계를 무시할 수 있으랴. 알다시피 대다수의 아이들이 머리로는 아니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힘 있는 친구의 말을 따른다. 그로 인해 받을 피해가 염려되고 두려우니까.

그 가운데에서 잘못된 걸 알지만 차마 나서지 못하는 아이들은, 차라리 그러한 상황을 피할, 그가 시키는 걸 하지 않아도 될, 누가 봐도 납득할만한 핑계거리를 간절히 원한다. ‘JYJ법’의 발의는 이런 맥락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제2, 제3의 ‘JYJ'가 탄생될 가능성은 조금 적어지지 않을까. 아울러,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라고, 혹여 방송사가 자신보다 힘이 적은 기획사를 상대로 비슷한 일을 벌일 위험도 미연에 방지해주리라 기대해본다.

하지만 이것은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얼굴이 알려져 있던 알려져 있지 않던 여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소문은 성적 스캔들이다. 클라라의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것도 순전히 그녀가 쓴 ‘성적 수치심’이란 단어 때문이었지 않나(비록 역발상의 동기에서 비롯되었지만).

이종격투기 선수 송가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출연료 지급, 계약기간의 자동 연장 등, 불공정한 계약 조항을 이유로 소속사인 수박E&M에게 전속계약해지를 요구한다. 이에 소속사는 지난 13일, 공식입장을 내놓는데, 어차피 각자가 주장하는 처지가 있는지라 내용 전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들이 송가연을 두고 쓴 언어가 다소 불순한 상상력을 유발하는 까닭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

“19살 무렵부터 소속팀 특정 선수와 지속적으로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었다”

이 한 문장이 가진 힘은 대단했다. 안 그래도 앳된 얼굴과 탄탄한 몸매로 대중의 시선을 받았던 송가연이기에, 소속사가 내놓은 공식입장은 위의 한 문장으로 집약되어 인터넷 기사들과 포털사이트들의 검색어 순위를 잠식했다. 이제 쟁점은 계약 조항이 공정했냐, 불공정했냐의 여부가 아니라, 도대체 그녀와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은 누구인지, 비정상적인 관계란 어떤 것인지로 옮겨간 것이다.

이는 사태의 논점을 흐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한 여자 유명인의 사생활에 비정상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치욕스러운 일로 화젯거리에 오르게 해, 애초부터 쓸데없는 소동을 일으킨 해당자를 단죄하려는 것이다. 상대방이 여자고 유명인이란 것을 약점으로 삼아 공격한, 그야말로 치졸하고 폭력적인 행위라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일방적인 시각에 불과할 수 있지만)일지라도, 개인의 삶을 망가뜨릴 만한 인신공격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없으며, 오히려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져 갈등이나 분쟁에 있어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얻기는커녕 상대방은 물론이고 자신도 함께 몰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어디까지나 갈등은 갈등이고 분쟁은 분쟁일 뿐, 이것이 한 개인의 인생을 망쳐서도 안 되며 망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감히 갈등이나 분쟁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정당한 요구를 이어갈 수 있을까.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 서로 교감하며 사는 건강한 사회라면 갈등과 분쟁의 존재는 당연하다. 서로의 입장엔 번듯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피해자나 가해자를 찾는다기보다 각자의 입장과 이익을 가지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대목이다. 어차피 이쪽이나 저쪽이나 처한 상황을 한 걸음 더 좋은 쪽으로 끌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아닌가. 즉, 누가 더 피해를 입었는지, 누가 옭고 그른 지는 법이 판단해 줄 영역인데, 문제는 힘의 우위를 점한 한 쪽이 분노든 괘씸함이든 보복이든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제대로 된 판단을 받기도 전에 다른 한 쪽을 무너뜨리는 경우임을 잊지 말아야 할 터이다.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니스트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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