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퍼즐] '원 앤 원'의 프리드로우,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입력2015년 09월 17일(목) 16:03 최종수정2015년 09월 17일(목) 16:06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던 전창진 KGC 인삼공사 감독이 8월 자진 사퇴 했다. 전 전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로 구단과 연맹을 비롯한 농구계 전체, 그리고 팬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검찰에서의 소명에 집중해 조속한 사태해결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KGC는 김승기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등록했다. 전창진(왼쪽), 김승기 (오른쪽) / 사진=스포츠투데이DB
[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칼럼] 예년보다 빠르게 리그가 시작되었지만, 정규리그 시작의 설렘은 전혀 없고, 어수선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 전창진 감독으로 시작된 승부조작과 불법스포츠 도박 의혹의 먹구름이 결국 선수들까지 집어 삼켜서 앞이 보이질 않는 어두컴컴한 기운이 농구계를 집어삼켰다.

한국 프로농구는 '원 앤 원'(One and One)의 프리드로우 라인에 서있는 상황이다. 첫 번째 슛을 실패하면 두 번째 기회는 없다. 성난 팬이 심판관이다. 어정쩡한 자세도 안 된다, 림을 튀기는 지저분한 슛도 안 된다. 농구에서 그런 룰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룰을 적용받아야한다. 지금 심판이 된 팬들은 단호하다. 그렇게 실망감을 안겨드렸으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한다.(원 앤 원의 프리드로우란 첫 번째 자유투 성공여부에 따라 두 번째 자유투 기회를 갖게 하던 자유투 규칙임)

KBL은 선수들의 불법스포츠 도박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지난 9월8일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어 총 11명의 해당선수 전원에 대해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내렸다. 이번에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받은 선수는 안재욱, 이동건(이상 동부), 함준후(전자랜드), 신정섭(모비스), 오세근, 전성현(이상 KGC), 김선형(SK), 김현민, 김현수(이상 KT), 유병훈(LG), 장재석(오리온스)이다. 왼쪽부터 김선형,오세근,장재석. / 사진=스포츠투데이DB

승부조작과 불법스포츠도박사건 문제에 대해서 깨끗하고 선명하게 해결책과 재발방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우리가 두 번째 슛을 하건 말건 팬들은 코트를 떠날 것이다. 어정쩡한 결과물로는 팬이 수긍하질 않을 것이다.

개구리 같은 모습이었다. 물은 서서히 또는 맹렬히 끓고 있는데, 뜨거운지도 인지 못하는 미련한 개구리. 징후는 곳곳에 있었고, 대놓고 사법처리 되는 사건도 있었는데, KBL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시 발생한 이번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스타출신 감독이 실형을 받고 농구계를 떠났다. 이번에 문제된 한 국가대표급 선수는 프로입단 전에 협회에 불법 도박사실을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감독이 똑같은 혐의를 받고 있고, 그 스타선수는 이 건이 문제가 되어 사법당국의 조치를 기다리는 처지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난 9월 10일 '2015 KBL 자정결의 대회'가 열렸다. 울산 모비스 양동근이 선서하고 있는 모습(위). 선수, 감독, 한국프로농구 관계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아래). / 사진=스포츠투데이DB

소를 잃어버렸다. 외양간을 고치긴 한 것 같은데, 또 소를 잃어버렸다. 이번에는 어린 송아지도 잃어버렸다. 속 터지는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하겠는가? 다시 튼튼하게 고쳐야지, 이젠 남은 소도 얼마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성기고 튼튼한 수리가 되었으면 한다.

농구만큼 많은 위반(바이얼레이션)이 있는 종목도 없다. 촌각을 미분하여 쓰는 경기이기 때문에 시간단위로 무수한 금지가 존재하는 종목이다. 3초, 5초. 그 시간 안에 플레이해야하고, 플레이하면 안 되고, 모든 농구인들은 알고 있고 알아야하는 무수한 규칙이 상존하는 게임이 농구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규칙을 숙지하지 못했다. 승부는 정정당당해야 하고 불법은 저질러서는 안 되는 금도라는 사실. 정작 가르치고 배워야할 걸 지나쳐버렸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지키지 못해 모든 문제가 감당 못하게 커졌다.

지난 9월 7일 열린 2015-2016시즌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와 타이틀스폰서 조인식에 10개의 구단 감독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창진 전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와 몇몇 선수들의 스포츠 도박 의혹으로 프로농구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열린 프로농구 미디어데이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팬들을 향한 사과로 시작됐다. 김영기 KBL 총재는 "여러 불미스런 사건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준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 프로농구계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온몸을 던져 팬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스포츠투데이DB

협회 수장부터 각 팀 감독 모두 리그 개막전 시행된 미디어데이에서 머리 숙여 팬들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자정결의대회를 통해서 또 한 번 사과를 했다. 사과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사과의 말보다 사과 이후의 행동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이 칼럼을 쓰는 동안 다양한 형태로 같은 이야기들이 기사화되어서 글을 접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투고하기로 마음먹었다. 필자의 얘기가 중언부언되더라도 충언이 꼭 전달되길 바라는 의미에서였다. 그만큼 위급하고 어려운 시기다.

이제는 팬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시기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마지막 프리드로우다. 이번 슛을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없다. 심판은 아주 냉철하고 엄격해진 팬이다. 정확하게 메이드 해야 한다.


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스포츠해설가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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