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퍼즐] 韓 격투기에 필요한 따뜻한 시선

입력2015년 12월 02일(수) 10:10 최종수정2015년 12월 02일(수) 15:39
UFC 서울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 삶의 무거운 짐은 나를 나약함으로 병들게 했다.

상대가 한 대를 때리면 나는 여덟 대를 때리고 싶었다. 격투기가 아닌 싸움을 했다. 케이지 안에서 나약한 나 자신에게 분노를 느끼고 인상을 쓰며 주먹을 날리는 나쁜 여자가 되고 싶었다.


판정으로 지더라도 상대의 망가진 얼굴을 보면 마음속 분노가 풀렸다. 춤추며 등장하는 나만의 캐릭터가 일본에서 시합을 뛸 수 있는 기회가 됐지만, 몇 개월 준비로 프로선수의 길을 밟게 된 나에게 승리의 벽은 너무 높았다.

처음에는 밀어붙이면 내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다 덤벼봐' 하는 '무대뽀' 정신 하나로 격투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어지고 또 넘어지다 보니 잘못된 나의 마음가짐을 인정하게 됐다. 격투기는 기술 훈련을 겨루는 스포츠이고, 룰이 있고, 링 위에서 자신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 과정의 무대였다. 관점이 달라지니 배울 것도 많았다.

함서희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높은 벽을 넘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2013년 1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캘리포니아 UFC 짐을 방문하여 여성부 시합을 뛸 수 있는 프로모션과 매니지먼트를 찾아다녔다. 격투기 선수를 준비하기 위한 비자가 있는지 변호사를 찾아 상담도 했다.

비자 없는 이방인이 타국에서 날 위해 희생할 체육관을 찾는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꿈을 실현하는 자서전의 주인공을 상상했던 미국 무대는 타국인에게 무척이나 방어적이고 계산적이었다. 힘들었지만 이때의 경험을 통해 격투기의 세부 시스템을 알게 됐고, 다양한 체험과 많은 공부를 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사진=송효경 제공

2015년 11월 28일 토요일. 격투기 선수의 꿈의 무대이고 최고의 리그라 불리는 UFC 서울이 한국에서 열렸다. 실력으로 검증된 한국 선수들이 케이지에 올랐다는 것이 의미 있는 대회였다.

우리나라 격투기가 많은 발전을 했고, 선수들이 그만큼 고생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해 만들어 낸 큰 결실이다. 선수들의 노고에 응원과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UFC의 화려하고 멋진 모습만 보기엔 이면에 어두운 모습도 있을 것이다.

UFC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만 봐도 안다. 정말 힘들게 갔지만 UFC에 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선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멋지게 전사처럼 싸우지만 분명 누군가는 이기고 지는 승부의 세계이다. 성적이 안 좋으면 가차 없이 퇴출되는 무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시합을 뛸 곳만 있다면, 시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기는 게 어렵지.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 일 것이다.

현재 MMA 프로선수들은 각 단체에 소속돼 있다. 챔피언과 챔피언급 선수들은 말 그대로 그 단체를 대표하는 스타급 선수로 활동한다. UFC는 각 나라의 단체의 챔피언급을 원하고 데려간다.

현재 격투기는 시장 형성이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다. 국가나 대기업에서 밀어 주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비를 대회사 대표 개인이 충당하는 상황이다. 수십억씩 개인 자금을 들여 챔피언을 만들어 놓았는데 UFC에서 고작 수백만 원에 데려가니 국내 단체는 참으로 억울할 수밖에 없다. 대회사에서 선수의 권한을 가지고 매니지먼트를 행사하면서 UFC에 돈을 요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생각해보자. 내 가게에 공을 들여 대표 상품을 만들었는데, 돈을 주고 사가는 것도 아니고 그걸 그냥 뺏어 간다? 그리고 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버린다? 참 어려운 일이다. 외국 기업은 수입이 안 되면 언제든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고 절대 대한민국 격투기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격투기 팬들은 더 강한 선수를 보고 싶기에 UFC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을 사랑하는 자긍심이 없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사진=송효경 제공

나는 한국의 격투기 성장을 위해 선수가 많아지길 바란다. 또 많은 경쟁을 통해 제 2의 함서희, 최두호, 방태현, 김동현, 남의철, 양동이 같은 실력자가 배출돼 한국이 격투기 강국이 되길 바란다.

단체가 있기 때문에 시합을 뛸 수 있는 우리들의 무대가 있고 또 다른 선수가 성장할 발판이 만들어진다. UFC를 가기 위한 전적 쌓기의 이용 수단으로 이용하는 국내 리그가 아닌 둥지 같은 곳이기를 바란다.

UFC에서 최선을 다하는 국내 선수들은 따지고 보면 국내 격투기 단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력을 증명 못하고 그곳에서 퇴출된다고 해도 국내 단체로 되돌아가 선수 활동을 하지 않으니 안타까움이 든다.

국내에도 크게 두 개의 격투기 단체가 존재한다. 한 곳은 언제든 UFC에서 찾는다면 보내 주겠다는 입장으로 UFC 하부 리그 같은 입장을, 다른 한 곳은 국내 선수들을 더 키워 선수와 단체를 같이 키우려는 입장을 취하는 듯하다. 단체가 서로 경쟁하며 더 발전되는 격투시장을 만들어 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나는 대한민국 격투기가 꿋꿋하게 전 세계로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해외의 많은 선수들이 대한민국의 격투단체로 모여들고, 자국 선수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메이저 리그가 만들어 지길 바란다.

한국인들이 한국을 더 많이 사랑하면 한국의 선수들과 한국의 단체에 자긍심을 갖고 힘이 되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 믿고 싶다.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모두가 단합해 한국리그를 뜨겁게 사랑해주고 열광하는 스포츠로 대중들의 인식이 변화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격투기 선수인 나에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언론이 국내 리그를 보고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서로 물고 뜯고 저널리즘 운운하며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국리그가 더욱 인기가 많아지고, 협찬사도 많아져서 선수가 성장할 발판이 만들어지도록 힘을 줬으면 좋겠다. 외국기업 UFC 서울 대회에서는 크로캅을 포함 주전 선수들의 출전이 대거 취소됐지만, 한국 팬들을 위해 그 어떤 애프터서비스도 없었던 '덕음무량' UFC에 대해 쓴 소리하는 한국 언론이 되길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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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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