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퍼즐] 송효경, 전설의 레슬러 파이터를 만나다

입력2016년 01월 26일(화) 11:30 최종수정2016년 01월 26일(화) 16:37
사진=송효경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 도망갈 곳 없는 케이지 안에서 선수들은 주먹과 주먹을 맞대고 상대와 살을 맞대면서 몸을 부딪친다. 어떤 도구나 장비 없이 오로지 힘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원초적인 방식으로 승패를 가리는 격투기에 우리는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레슬링 역시 이러한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인간의 본능에 가장 가까운 스포츠로 레슬링을 빼놓을 수 없다. 해외 격투기 선수들 가운데는 레슬러 출신들이 많지만 국내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레슬러 출신 국내 격투기 선수로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최무배와 어원진이 있다.

어원진은 프라이드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레슬러 출신의 파이터였지만 지금은 일반 대중에게 잊혀졌다. 무한 체력과 힘, 조각 같은 몸은 부지런함과 성실함 없이는 만들 수 없다는 전설의 그를 만났다.

다음은 어원진과의 일문일답이다.

Q.반갑다.
A.노원에서 와일드 짐 MMA 체육관을 운영 중인 어원진이다.

Q. 한때 레슬링 선수 출신 격투가로 유명했다. 레슬링 경력과 특기는?
A. 레슬링은 8년 정도 했고 전국체전 금메달을 수상했다.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했다. 안아 던지기가 주특기였다.

Q. 리우 올림픽에 관심이 많은 요즘이다. 그만큼 레슬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레슬링에서 메달이 잘 안 나오는 이유는?
A. 비인기 종목이고 너무 힘들고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선수층도 얇다. 그리고 동기를 부여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약간의 체벌이 가해져야 투지 열정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한다.

Q. 학교 체육에서 체벌이 굉장히 심했을 때 선수생활을 했다.
A.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하루 종일 똥을 싸고 토할 정도로 운동을 했다. 운동 양도 엄청나지만 단체생활이다 보니 선배들의 빨래나 잔심부름도 해야 한다. 하루는 선배에게 맨주먹으로 사정없이 맞았던 기억이 있다. 이 일이 기억나는 건 맞은 이유를 아직까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역도 사재혁 선수 사건이 터졌다. 아마 본인도 예전에 많이 맞아서 그렇게 때린 듯하다. 생각해보면 정말 이유 없이 말도 안 되는 체벌과 폭력이 만연했던 것 같다. 폭력에 의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꼭 개선되길 바란다.

사진=송효경 제공

Q.어원진에게 레슬링이란?
A.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하루에도 12번을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버틸 수 있던 건 꿈이 있어서였다. 난 꼭 전국체전에서 우승도 하고 좋은 대학교를 가고 싶었다. 대학교의 캠퍼스를 거닐고 미팅도 하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학교 생활을 꿈꿨다. 정말 꿈이 아니었다면 난 못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활은 '헬게이트'였다. 더 힘든 운동과 생활난. 1학년 막내가 돼서 책 바퀴 돌듯 다시 원점이었다.

Q. 어원진 선수의 힘과 체력은 최고라 불린다. 레슬링 선수 시절 태릉선수촌은 어땠나?
A. 사실 엄청 자만했던 거 같다. 전국체전에 나가서 우승하고 작은 대회는 항상 우승을 하니 내가 최고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태릉선수촌은 지옥이었다. 내가 힘과 체력이 뛰어나다고 아실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난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레슬링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심권호 선수도 있었는데 내가 넘을 수 없는 산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국가대표란 타이틀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Q. 김현우 선수가 경량급에서 중량급으로 증량을 해서 출전을 한다. 격투가도 체급을 올린다는 것에 부담감이 큰데 어떤가?
A. 외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 비해 체격조건이 좋다. 이기는 방법은 체력을 월등하게 만드는 방법뿐이라 생각한다. 레슬링 룰도 바뀌고 김현우 선수는 정신력이 강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월등함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레슬링에서 금메달이 나올 거라고 믿는다.

Q. 자. 이제 격투기 이야기를 하자. 레슬러 출신의 격투기 선수가 된 계기가 있나?
A.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지만 상비군 시절 슬럼프가 찾아왔다. 다 그만두고 싶었다. 방황의 시기에 고향으로 돌아와 보디빌딩을 접했고 힘 파워 체력을 키우다 보니 운동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남자의 투지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격투기 세계에서 다시 한 번 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다. 김미 파이브를 통해 데뷔를 했다.

사진=송효경 제공

Q. 몸이 좋은 걸로 유명한데 운동방법이나 식단은?
A. 레슬링 시절부터 데드리프트에 포커스를 맞춰서 했다. 식단은 저염식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알아야 할 것은 절대 남들과 똑같이 하면서 남들보다 뛰어나길 바라면 안 된다. 난 남들보다 두 배로 먹고 두 배로 운동하려 했다. 그게 비결인 듯하다.

Q. 오사카에서 MMA 격투기 선수 처음으로 죽을 뻔한 사연을 이야기해 달라.
A. 일본 리얼 리듬에서 이케모토 세이치 선수와 시합이었. 이 선수는 서두원과 방태현을 이겼던 선수였다. 그날 스트레스로 컨디션도 나빴다. 시합을 뛰는데 식은땀이 날 만큼 몸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알았다. 링 위에서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싶었지만 시합 중 바로 응급 수술을 했다. 보통 교통사고처럼 큰 사고가 장 파열이 된다고 들었는데 격투기 시합 도중 장 파열이 되었을 때는 고통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수술 후 정신을 차렸을 때 함께 했던 ROAD FC 정문홍 대표님의 뜨거운 눈물이 가슴에 와 닿았던 기억이 난다.

Q. 이 경기 내용이 너무 좋아서 그해 일본 베스트 5로 선정됐다. 또한 프라이드 진출의 계기가 된 걸로 안다. 큰 수술 후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전을 수락한 건 아닌지?
A. 프라이드는 내 꿈의 무대였다.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수술 후 7개월 만의 복귀였지만 아픈 건 중요하지 않았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회복기간을 두고 훈련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 했던 것이 아쉽다.

Q. 프라이드를 다녀온 후 정릉 주변에서 어원진 선수가 피자 배달을 한다는 목격담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실인가?
A. 성급하게 준비한 프라이드 후 결국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 선수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동만 하다가 요식업 도전이 쉽지는 않았다. 눈 오는 날 피자 배달 배달하면서 빙판길에 쓰러진 사고도 당했다. 그 당시에는 아픔보다 창피함이 컸다. 결국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다시 돌아왔다.

Q. 예전 기사를 보니 CMA 챔피언 육진수 관장과 시합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격투기 복귀 계획은?
A. 현재로선 없다. 그 인터뷰 당시 CMA 챔피언 육진수는 나이나 체급도 비슷했다. 나도 CMA 시합을 뛰었던 소속 선수였기 때문에 명분은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타이틀을 걸고 대회가 추진된다면 할 의향은 있다.

Q. 마지막으로 레슬러에서 파이터로 전향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A. 스포츠 심장을 가진 선수라면 운동에 대한 갈망이 남기 마련이다. 새벽 5시에 기상해 오후 11시 잠들기 직전까지 운동만 하고 살아왔던 선수 시절을 보낸 나에게 레슬링은 부지런함 성실함으로 기억된다. 그 길이 얼마나 힘들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격투기 선수도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라.

송효경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최고로 만들어 가기 위한 삶을 산다. 스포츠의 세계도 예외는 없다. 그들의 일상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의 목표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인고의 시간들로 하루를 채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린다. 대한민국을 위해 피땀을 흘리며 묵묵히 조국을 빛내기 위해 노력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지독한 승부욕을 보여줄 때가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단상 위에서 선수들이 흘리는 눈물 속에는 자신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갈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것은 막중하고 무거운 책임감이다. 메달을 못 따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노력을 덜하거나 흘린 땀이 부족해서가 절대 아니다. 4년의 시간을 금을 움켜쥐기 위한 목표 하나만으로 살아온 국가대표를 우리 모두 응원하자.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니스트
ROAD FC 소속 이종격투기 선수, 2012년 전국 YMCA 보디빌딩 1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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