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요리] 구수하면서 개운한 된장국 끓이는 법

입력2014년 05월 02일(금) 10:41 최종수정2014년 05월 02일(금) 10:41
육수 끓이는데 들어가는 재료
[스포츠투데이 조병무 기자]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그동안 먹은 미원 맛에 질려 자구책을 찾는 직장인들을 위하여, 직접 요리를 해보고자 하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몇 그램, 몇 스푼을 넣어라’ 잔소리는 딱 싫은 제멋대로인 남성들을 위하여, 여기 2% 부족한 요리법을 공개한다. 일단 그대로 따라 하다보면 웬만큼 ‘맛’이 있는 요리가 되니 아까운 재료 망칠까봐 걱정 안 해도 된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팔 걷어 부치고 부엌에서 뚝딱거려보자. 바로 ‘상남자’ 소리를 듣는다.

첫 번째 퀘스트는 된장국이다.

구수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나는 된장국을 끓여 올리고, 아삭아삭한 김치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하얀 쌀밥을 상상해보자. 벌써 군침이 돈다. 된장국은 가난한 사람들의 국이다. 변변한 식재료가 없어도 된장만 있으면 맛을 낼 수 있기에 사시사철 밥상 한 가운데 올라 식구들의 숟가락을 모았다. 그래서일까. 된장국은 가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머님은 된장국 끓여 밥상 위에 올려놓고...” 내친김에 ‘어부의 노래’ 한 소절 불러가며 어머니의 손맛을 내보자.

우선 육수부터 만든다.

국은 맹물에 재료를 넣어 끓이는 것 보다 이미 끓여낸 육수를 넣어 끓이는 것이 맛도 좋고 깔끔하다. 찌개도 마찬가지다. 국물이 건더기보다 많으면 국, 국물보다 건더기가 많으면 찌개라 하니 둘 다 육수는 공통이다.


1. 멸치, 다시마, 파뿌리를 준비한다.

볶아 먹는 작은 멸치 말고, 좀 굵은 국물용 멸치를 사용한다. 먹다 남은 멸치 대가리만 넣어도 좋고, 멸치가 없으면 건새우도 좋다.

다시마 조각이 없으면 건미역도 좋다. 해조류에 풍부한 알긴산은 중금속이나 방사능물질의 체외배출을 돕는다고 알려졌다.

파가 아까워서 파뿌리를 쓸 뿐, 꼭 파뿌리를 써야하는 이유는 없다. 흙 씼어내기 귀찮으면 그냥 파를 넣는다.

2. 육수 재료를 물에 넣고 끓인다.

육수

건더기는 망에 걸러 버리고 뿌연 육수만 거둔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한 일주일은 두고두고 쓸 수 있다.

3. 뚝배기를 찾아낸다.

된장은 뭐니뭐니해도 뚝배기에 끓여야 제맛이다. 뚝배기는 식탁 위로 옮겨놔도 한참을 보글보글 끓어 초반 식탁의 분위기를 잡는데 딱 좋다. 보통은 싱크대 구석에 쳐박혀 있는데 없으면 냄비에 해도 된다.

4. 된장, 파, 호박, 청양고추, 두부, 바지락조개를 준비한다.

된장국 재료

된장은 보통 뚝배기 하나에 한 수저면 된다. 처음에는 된장 반 수저를 육수에 풀어 끓이고, 간을 보면서 조금씩 더 넣는다. 집안마다 된장의 짠 정도가 다르니 각자 알아서 조절하자. 조금 짜더라도 집에서 만든 묵은 된장이 제일 좋은 맛이 난다.

바지락조개는 없어도 된다. 이미 육수에 감칠맛 나는 바닷고기가 들어갔다.
야들야들한 두부의 식감을 포기한다면 두부도 빼도 된다. 단, 두부는 조금만 썰도록 하자. 의외로 부피가 커서 국물 넘치는데 종종 일조를 한다. 취향에 따라 감자를 넣어도 된다.

그러나 된장, 파, 호박, 청양고추 이 네 가지 정도는 있어야 된장찌개 맛을 낼 수 있다. 뚝배기 하나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은 사진에 보이는 만큼이다.

5. 재료를 썬다.

된장국 재료

속칭 칼질. 이때가 제일 재밌다. 각자의 취향대로 썬다. 스트레스가 웬만큼 해소된다.

6. 뚝배기에 육수를 붓고 불에 올린다. 된장을 푼다.

육수 넣고 된장 풀기

육수는 뚝배기에 반만 넣는다. 왜? 재료를 다 넣으면 넘치니까.
된장을 넣고 휘휘저어 잘 풀어낸다. 된장 덩어리가 남으면 나중에 밥상에서 고긴줄 알고 씹게 된다.

7. 썰어 둔 재료를 넣고 끓인다.

된장국 끓이기

바글바글 끓어 거품이 올라와 한데 모이면 숟가락으로 몇 번 건져낸다. 쓸데없는 찌꺼기는 잔거품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호박이 다 익으면 불을 끈다.

완성된 된장국. 맛있게 보이지는 않지만 먹어보면 맛있다.

식탁으로 옮겨 한 숟가락 맛을 보자. 이것이 바로 구수하고 살짝 맵고 끝 맛이 개운한 된장국이다.


§ 상남자요리 프롤로그

어느날 문득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국이 먹고 싶었다. 구수하면서도 살짝 맵고, 개운한 끝 맛이 있는 된장국, 나만 아는 그 맛을 찾아다녔다. 수개월을 뒤져도 그 맛은 없었다. 이곳저곳 국 맛이 죄다 비슷했다. 입술에 뭍은 찝찌름한 MSG 맛을 지우며 식당 문턱을 나오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세상에 유일했던 그 맛은 뭔지 모를 그리움으로 변했다.

나만 아는 그 ‘맛’은 돈을 다발로 줘도 만들어낼 수 없다. 왜냐하면, 나만 아는 그 맛은 어떤 분위기, 향과 소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미지로 한 데 버무려져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기만 아는 ‘맛’을 다른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내게 하려면 어마어마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 맛 한번 보려고 낯 선 요리사를 만나야 하고, 자기 인생사를 이야기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사치다. 그것까지 괜찮다 싶어도 그 맛을 말로 표현하는데 어휘력이 딸린다. 돈, 시간, 재능 모두 부족하다. 포기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은 그 맛과 영영 이별한다는 것이 내심 서러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만들어보기로 했다.

첫 도전은 역시 된장국.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을 내보기로 했다. 국 끓이는 법 레시피를 보고 흉내를 내 보았다. 아무도 못 먹는 찌개가 탄생했다. 짜고 기름진 두부된장찌개. 적어도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기대 이하였다. 평생 남이 지은 집에 살고, 남이 지은 옷 입고, 남이 해준 밥 먹고 살았던지라 뭐 하나 제 손으로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게다가 설명서나 매뉴얼처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대충 무시하고 건너뛰는 이상한 고집도 한 몫을 하니 뭔들 제대로 될까.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하다 결국 아내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내의 말대로 손질 칼질 끓이기 간 맞추기를 했는데, 이런! 정말 맛있는 된장국이 됐다. 나만 아는 그 ‘맛’에 2%로 부족하지만 회사 근처에서 파는 된장국은 흉내도 못 낼 근사한 맛이 났다. 세상에! 요리라는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이 사건을 계기로 여러 요리에 도전해봤다. 눈대중으로 엄벙덤벙 했는데도 모두 성공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눈높이를 낮추면 된다. 2% 부족한 맛이지만 그래도 자기가 추억하는 맛이 난다는데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면, 이것이 성공 아닌가?



조병무 기자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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