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공룡 넷플릭스, 2019 한국시장 삼킬까 [ST신년기획]

입력2019년 01월 12일(토) 13:00 최종수정2019년 01월 12일(토) 14:02
킹덤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공룡 기업을 두고 국내 미디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한국에 진출한 지 3년 된 미국의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자체 제작 콘텐츠의 비중을 늘리며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이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넷플릭스는 회당 15억 원~20억 원을 투자한 자체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인 조선 좀비물 '킹덤'을 1월 25일 공개한다. '킹덤'을 필두로 '넷플릭스'는 천계영 작가 웹툰 원작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는 물론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등을 내놓는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는 IPTV까지 진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1월 중순, 넷플릭스와 단독 제휴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U+tv로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를 통해서는 추가 기기 설치 없이 자동 업그레이드만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의 IPTV 진출에 한국 미디어 업계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넷플릭스, 2019년 한국 시장 빠르게 삼킬까
범인은 바로 너 /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마다 엇갈린다. 먼저 문화 예술 테크 회사인 스코윅 이준수 대표는 스포츠투데이에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 본다. 좋은 작가진과 감독, 드라마 PD들을 잘 섭외하고 있는 게 넷플릭스다. 또 좋은 콘텐츠와 공급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과거 일본시장에서 현지화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이준수 대표는 이에 대해 "일본 대중문화는 변화폭이 크지 않고 자체적으로 문화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달리 우리는 미국 문화를 잘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시장과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역동적인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 성공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P2P(인터넷으로 다른 사용자의 컴퓨터에 접속하여 각종 정보나 파일을 교환ㆍ공유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가 잘 되지 않았나. 한국에서는 이미 다운받아서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 넷플릭스에도 아이디를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 한 아이디로 여러 명 볼 수 있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콘텐츠연합플랫폼(POOQ) 김용배 팀장은 한국에서 넷플릭스의 대중적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넷플릭스의 지금 강점은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다. 국내 콘텐츠도 있긴 하지만 주로 영어권, 라틴 계열 쪽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발달돼 있는 플랫폼 아닌가. 국내에서는 소위 미국 드라마 팬이나 마니아층이 많이 보고 있다. 대중적으로 보는 형태로 가려면 기존의 방송사들, 지상파, CJ 등의 콘텐츠와 대대적으로 협업을 해 라인업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파급력이 엄청 커지겠지만 단시간에 그런 그림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거액을 장기적으로 국내 콘텐츠에만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김 팀장은 "현재 디즈니나 미국 대형 스튜디오들이 처음엔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공급하다가 넷플릭스의 몸집만 커지니 독자적으로 나가려는 움직임들이 있지 않나.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많이 하려면 그만큼 수입이 안정적으로 받쳐줘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자금 동원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한 영화 관계자 또한 이와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는 "아직까지는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보다는 올레TV나 LG유플러스 자체 콘텐츠 이용이 더 우세하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국내 소비자들이 세컨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얻으려면 자체 제작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독점적으로 제공하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통신 혹은 미디어 회사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콘텐츠 확보의 경쟁이자 자본의 싸움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한국에만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플릭스,국내 미디어 생태계 뒤엎을까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 사진=넷플릭스 제공

거대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국내 미디어 업계에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POOQ, 티빙 등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는 글로벌 OTT 기업인 넷플릭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콘텐츠연합플랫폼 김용배 팀장은 "넷플릭스와 국내 OTT 사업자들이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셔 역차별 문제를 언급했다.

김용배 팀장은 "가령 국내 사업자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법인을 두고 우리나라 사업에서 나오는 돈이기 때문에 법인세 외에 여러 가지 세금이 적용되지 않나. 구글이나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어떻게 수입이 발생되는지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지출한 것임에도, 해외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세금의 징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것은 요즘 글로벌 기업의 입지가 커지면서 일어나는 전세계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단체인 한국방송협회(회장 박정훈)는 지난해 11월 21일 성명서를 내고 넷플릭스를 자사 IPTV에 도입한 LG유플러스를 비난하며 제휴 철회를 촉구했다.

방송사는 특히 "넷플릭스는 플랫폼 수익의 50~60%를 배분받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달리, 수익의 대부분인 85%에서 90%까지의 배분 조건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며 국내 콘텐츠 제작 재원으로 돌아가야 할 수익이 글로벌 기업에게 독점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류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도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의 콘텐츠에 거액을 투자하는 목적이 내수 개척보다는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지난해 11월 열린 넷플릭스 라인업 쇼케이스 'Whats Next: Asia'에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영화와 TV 콘텐츠를 좋아한다"면서 한국을 스토리텔링에 강한 국가로 정의했다. 또 그는 "한국 콘텐츠를 아시아 지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뻗어나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이다.



국내 미디어 업계, '넷플릭스' 난제 어떻게 풀까

그렇다면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넷플릭스 진출에 국내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콘텐츠연합플랫폼 김용배 팀장은 "넷플릭스뿐 아니라 해외에 글로벌 미디어가 계속 세계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업적으로 미디어 분야가 취약하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면서 국내의 방송 생태계를 건강하게 갖추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그 예로 우리나라 유료방송 요금이 너무 저렴한 점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시장이 너무 작다 보니 유료방송 요금이 너무 저렴한 구조가 됐다. 방송사나 플랫폼사가 함께 극복하려고 하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요금을 일시적으로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전략적인 판단에 의해 생태계를 여러모로 업그레이드시켜가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령 해외에 진출하려는 미디어사도 많아졌다. 글로벌 환경에 맞게 시각을 넓혀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스코윅 이준수 대표는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업계 생태계를 파괴하지는 못 할 것이며 오히려 한국에서 제2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콘텐츠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려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야기에 대한 분석, 시공간이 떨어진 사람들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 공평한 수익 정산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넷플릭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2011년 이전까지는 IT 플랫폼을 만들었다. 2012년이 돼서야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준수 대표는 IT 플랫폼이 중요한 또 다른 예로 한국 기술 기반 스타트업체인 프로그램스의 '왓챠'(영화 추천 서비스)를 언급했다.

프로그램스는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와 월정액 영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왓챠 플레이'를 운영하고 있다. 왓차 앱을 통해 사용자가 자신이 본 영화에 별점을 매기면 빅데이터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주고 사용자는 왓챠플레이를 통해 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준수 대표는 "왓챠 또한 카이스트 출신 개발자를 통해 데이터를 운용하는 플랫폼부터 구축한 후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플랫폼이 중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작은 회사라도 좋은 스토리를 만들려면 초기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데이터가 모아져야 하고 공정한 수익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 그러한 환경이 구축된 바탕 위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아질 수 있는 길"이라고 하나의 해법을 제시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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