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백, 책임져야 할 대한체육회·이기흥 회장 [ST스페셜]

입력2019년 01월 10일(목) 15:30 최종수정2019년 01월 10일(목) 15:30
사진=스포츠투데이DB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용기 있는 고백'을 했다.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은 책임지는 모습으로 그 용기에 답해야 한다.

심석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8일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상습적 폭행뿐 아니라 성폭행도 당했다든 사실을 털어놨다"며 "신중한 논의 끝에 심석희 선수를 대리해 지난해 12월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재범을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범행 장소가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대표 선수촌이었다는 점이다. 선수촌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요람이 돼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이 선수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하지만 심석희는 선수촌에서 수년간 폭행,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심석희에게 선수촌은 요람이 아니라 악몽의 장소였다.

사실 선수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여성 코치가 선수촌 내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지난 2016년에는 수영장 탈의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돼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는 대한체육회가 선수촌을 부실하게 관리해 왔으며, 불미스러운 사고를 방지할 의지나 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한체육회의 대응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일 오후 심석희의 폭로가 보도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오전 곧바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개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노태강 제2차관은 "어젯밤 빙상 조재범 코치의 상습 성폭력 보도를 접하고, 이 같은 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것과 사건 이후 선수를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피해 당사자와 국민 당사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체육계 성폭력 가해 시 영구제명 확대 등 처벌 강화, 성폭력 등 체육 분야 비위근절 민간주도 특별조사,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 구성과 피해자 보호 강화, 선수촌 합숙훈련 개선 등 안전훈련 여건과 예방책 마련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반면 대한체육회는 10일 오후가 돼서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과 공개한 후속 조치 역시 앞서 문체부가 발표한 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오는 14일에야 관리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심석희의 폭로가 나오고 6일 뒤다. 문체부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정작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단체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무능한 대응이 계속되면서 여론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스포츠문화연구소, 젊은 빙상인 연대, 스포츠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등 체육계 시민단체들은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태릉,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기흥 회장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국회의원들 역시 이기흥 회장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선수보호법'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수민 의원은 "정부가 피해자 보호를 위한 TF를 가동하고, 빙상계 적폐세력을 보호하는 세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한체육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책임감 있게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민석 의원도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지도자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는 데서 그치면 큰 나무를 보지 못한다. 이것은 한국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초래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새 판을 짜야 될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 된다는 판단을 하고, 대한체육회 임원들이 총사퇴해야 될 초유의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진 뒤, 책임자들이 총사퇴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행 파문이 밝혀지자, 미국올림픽위원회 래리 브로브스트 위원장, 스콧 블랙문 회장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심석희는 이번 사건이 밝혀질 경우 운동선수로서, 한 여성으로서 받게 될 고통을 감수하고 성폭행 피해를 고백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에게 아픔을 씻어낼 희망을 주고, 함께 운동할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단이자 용기였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백을 보고 부끄럽지 않은가?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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