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서른의 길목에서 ‘나’를 찾다 [인터뷰]

입력2019년 01월 11일(금) 10:08 최종수정2019년 01월 11일(금) 11:45
하연수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 하연수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뺀 ‘인간 하연수’에 대한 고민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서른의 길목에서 만난 작품 ‘그대 이름은 장미’를 통해서도 그는 ‘나’를 찾고 있었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감독 조석현·제작 엠씨엠씨)는 지금은 평범한 엄마 홍장미(유호정)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감추고 싶던 과거가 강제소환 당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하연수가 스크린에 복귀하는 건 6년 만이다. 2013년 '연애의 온도'에서 짧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한 그는 새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하연수는 주인공 홍장미(유호정)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한 소녀의 꿈과 사랑을 풋풋하게 그려냈다.

‘그대 이름은 장미’로 데뷔 후 처음 주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하연수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바로 ‘부담감’이었다. 걱정이 파도처럼 그를 덮쳤지만 따뜻한 작품에 대한 믿음으로 그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러나 겨우 떨쳐낸 부담감을 또 채운 것은 대선배 유호정이었다.

하연수는 출연이 결정되고 유호정의 젊은 시절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선배님이 워낙 미인이시고 과거 책받침 여신으로 유명하지 않았나. 미모가 워낙 출중하시기 때문에 ‘내가 연기해도 되는 건가’ 걱정했는데 기회는 왔을 때 잡으라는 말이 있지 않나. 저는 (출연)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호정과 자신을 억지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굳이 유호정의 연기를 흉내 내거나 행동을 맞춘다면 그것이 오히려 몰입에 방해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연수는 오로지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장미를 표현했고, 그것은 곧 자연스러운 2인 1역으로 이어졌다.

하연수는 자신이 연기한 어린 시절의 장미에 대해 “반짝반짝한 청춘”이라고 표현했다. 어린 장미는 꿈만 생각하면서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가수에 대한 꿈을 잃지 않는 여성이다. 그는 “생활력이 강하고 굳건한 느낌의 성격으로 나오다 보니까 모성애가 느껴졌다”고 밝혔다.

자신의 캐릭터에서 모성애를 느꼈듯 그는 영화에서 ‘엄마’를 떠올렸다. 자신을 무뚝뚝한 딸이며 나쁜 딸이라고 소개한 하연수는 “저는 엄마의 과거나 꿈에 대해 깊게 물어본 적이 없다. 연기를 하며서 엄마를 생각 안할 수가 없더라”라며 “그런데 저 같은 딸도 엄마랑 같이 가서 보면 손잡고 나올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30살의 나이에 이러한 따뜻한 영화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올해로 30대를 맞이한 하연수는 그 누구나 그렇듯 인간적인 두려움에 직면했다. 그는 “앞자리가 바뀌는 것은 정말 다르다. 아무것도 일궈낸 것 없이 30대가 되는 것 같아 인간적으로 무섭고 막중한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두려움과 책임감은 곧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하연수는 배우라는 직업을 꿈으로 품고 자랐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던 중 유연한 기회에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하는지 단 1분이라도 생각하고, 자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고.

하연수는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다. ‘배우 하연수를 버리면 뭐가 남고, 나는 누구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의 고민 끝에 나아갈 길은 정리가 됐다. 20대 끝자락까지 자신이 살아온 길에 대한 자괴감을 느꼈던 하연수는 비로소 배우 하연수가 아닌 인간 하연수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대 이름은 장미'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하연수는 “이 지구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살아가든 내 스스로 당당하고 행복한 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중에는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쌓인 경험치에 의하면 제가 확실하게 행복할 수 있는 일상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연수가 찾은 ‘행복한 일상’은 사진과 그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었다. 현장에서 선택받아야 하는 삶을 살고 있는 하연수는 일과 일상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싶다고. 그는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생각을 많이 쌓으니까 많이 단단해졌다”며 “배우는 제가 좋아서 하는 것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을 만족시켜야 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을 만족 시키는 게 이 직업의 숙명이고, 또 그런 일을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역할에 몰입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거짓으로 꾸며야만 했다. 그 이후 일상으로 돌아온 하연수는 허무함과 공허함을 느꼈고, 그는 자신만의 일상을 통해서 잊었던 자신을 다시 찾고 있었다. 하연수는 “저는 화려하지도 않고 털털하고 자유로운 사람인데 그걸 너무 놓치고 살았다. 이제 잊고 있었던 저를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30대를 반갑게 맞이하는 방법은 평범한 일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는 것. 이것은 인간 하연수만이 아닌 배우 하연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하연수는 “인간 하연수를 잃으면 배우 하연수는 자연스레 없어진다. 항상 가면을 쓸 수는 없다”며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괴롭혀가며 고민과 검열을 멈추지 않는 하연수. 끊임없는 고민과 걱정의 늪에서 꽃은 피어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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