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 범죄 영화 필수템, 마동석 액션의 영리한 활용 [무비뷰]

입력2019년 05월 15일(수) 16:23 최종수정2019년 05월 15일(수) 16:23
영화 악인전 리뷰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조폭, 형사, 연쇄살인마. 범죄 영화 필수 아이템. 그리고 마동석표 액션까지. 익숙한 것을 비틀어 활용하는 방식이 꽤 영리하다. 영화 '악인전'이다.

충남 일대에서 '묻지마 살인'이 벌어진다. 아무리 봐도 연쇄살인 각이 나오는데 수사권과 증거 등을 이유로 수사 물꼬가 도무지 트이질 않는다. 그런데 이 살인마 대범하다. 무작정 타깃으로 찍은 이가 거구의 조직폭력배 보스임에도 막무가내로 칼로 쑤신다. 겨우 죽다 살아난 조폭 보스는 체면이 말이 아니다. 범죄 해결, 복수. 각기 다른 목표와 욕망을 갖고 형사와 조폭 보스가 공조한다. 놈을 먼저 잡는 놈이 갖기로.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설정은 이처럼 단순하고 뚜렷하다. 악인과 악인이 손잡고 악인을 좇는다. 복잡한 플롯이나 갈등, 이해관계보다는 뚜렷한 세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을 극대화하고 단순하고 강하게 힘으로 몰아붙이는 빠른 호흡의 장르 영화 특색을 추구한다.

시작부터 범죄라면 치를 떨고 제 주머니에 뇌물을 찔러 넣는 조폭에 냅다 발길질을 하는 '미친개' 형사 정태석(김무열), 평범한 얼굴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K(김성규), 피범벅이 된 인간이 들어있는 샌드백을 치고, 상대 조직 이인자 이를 맨 손으로 뽑는 괴물 같은 조폭 보스 장동수(마동석)까지.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형사, 연쇄살인마, 조폭의 캐릭터성이 드러나는 오프닝 신은 지독하게 강렬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설정의 비틀기로 의외의 반전성과 흥미를 유발한다. 압도적인 체구와 무자비한 폭력성으로 잔혹함을 드러내는 거구의 조폭 보스가 자신보다 몇 배는 왜소한 연쇄살인마의 타깃이 돼 속절없이 당하는 설정만으로도 의아하고 충격적이다. 이처럼 K는 여태껏 성장과정, 트라우마 등을 이유로 약자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헤테로 타입의 살인마와는 철저하게 다른 성질의 인물이다. 살인 대상을 가리지 않고, 혼자 고립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선과 악에 대한 철학을 쌓은 살인마는 전형적인 패턴을 벗어난 캐릭터로 더욱 난해하고 섬찟한 공포를 유발한다.

조직의 특수성과 법이라는 시스템의 한계에 부딪혀 조폭과 손을 잡는 정태석 또한 마찬가지다. 이같은 설정만으로 익숙하고 전형적인 패턴의 형사 틀을 벗어난다. 불법적인 조폭들의 방식으로 그들의 인력과 재력을 사용해 사건 수사를 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오기를 드러내면서도 선과 악의 경계에 놓여 가변성을 띠는 설정은 퍽 흥미롭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역시 장동수다. 그는 속된 말로 '개망신'당해 구겨진 체면을 상대의 죽음으로 보상받으려는 극단적 악인이다. 그가 저지르는 행위들은 불법적이고 잔인한 것이지만, K를 맹렬히 쫓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쾌감을 유발한다. 장동수는 저가 속한 세계에선 지독한 '악인'이지만, 일반인들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둔 채 접촉하지 않고 오히려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 없는 여고생에 제 우산을 건네는 인물이다. 이런 영리하고 디테일한 설정은 관객에 양가적 감상을 전한다.
영화 악인전 리뷰 / 사진=영화 스틸

"법으로 못 하니까 내가 한다"는 그의 대사는 결국 '악인전'의 저변에 깔린 주제의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법 안에서 한계를 느끼고 조폭과 손잡는 형사와 법 밖에서 불법을 저지르며 사는 악인이지만 더 지독한 악인을 맹렬히 좇는 조폭 보스, 그리고 시스템을 초월해 법을 조롱하는 살인마K. 이처럼 각기 다른 인물의 상황과 설정은 선악의 구분을 무너뜨리며 이들이 비로소 한 자리에 모였을 때 뒤틀린 파장을 일으킨다. 감독은 조직과 법의 제도적 한계를 통해 시대의 병폐와 부조리를 담아내면서도, 이로 인한 울분을 삭일 통쾌한 엔딩을 선사한다. 이때 악마같은 미소를 짓는 장동수의 표정이 섬찟하고 오싹한 쾌감을 주는 이유다.

'악인전'은 국내 개봉 전 이미 칸 영화제 공식 초청부터 해외 104개국 선판매, 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을 전했다. 마동석을 내세운 지독한 액션 쾌감부터 살벌하면서도 긴장감 자아내는 형사X조폭의 낯선 공조는 의외로 적재적소 위트를 녹여내며 숨 돌릴 틈을 준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악인'의 얼굴로 각자의 개성을 강렬히 드러내는 세 배우의 연기 변신은 '악인전' 최대의 볼거리다.

특히 마동석은 또 한 번 진화했다. 여태껏 그가 맡은 인물 중 가장 극한으로 치달은 극악무도한 인물이며 의외의 변수로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파워를 갖췄고 자잘한 유머 감각도 변함없으며 나름의 선함까지 잃지 않은 매력적인 장동수는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확장을 알리는 캐릭터라 해도 좋다. '악인전'은 칸과 할리우드가 매료될 수밖에 없는 꽤 잘빠진 수작임엔 틀림없다. 5월 15일 개봉.
영화 악인전 리뷰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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