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정준영 황금폰’, 알고보니 경찰과 은폐…소속사 금고 속 있었다 [종합]

입력2019년 06월 13일(목) 13:59 최종수정2019년 06월 13일(목) 14:16
정준영 황금폰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지난 2016년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를 받던 가수 정준영의 수사가 경찰관과 변호사의 공모로 인해 무혐의 처분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정준영은 지난 2016년 9월,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정준영은 출연 중이던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하차를 자진해서 결정했다. 이후 수사 결과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당시 검찰은 "(정준영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촬영했는지 여부에 대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정준영은 2016년 9월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초 피해자 김모씨와 교제하던 시기에 상호 인지 하에 장난삼아 촬영한 짧은 영상"이라며 "영상은 곧바로 삭제했고 몰래카메라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물의를 일으키게 돼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당시 정준영은 기자회견 직전 지인에게 "죄송한 척하고 올게"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무혐의 처분이 나자마자 '1박2일' 제작진은 정준영의 '조기 복귀'를 감행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4개월 만에 나타난 정준영을 보고 데프콘과 차태현이 "진짜 너니?"라며 눈시울까지 붉히면서 기뻐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정준영 역시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는 시청자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라고 반성하는 기미를 보였다. 그의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그 이면에는 경찰과 정준영의 변호사, 그리고 소속사 관계자의 모의가 있었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성동경찰서 팀장 A씨가 변호사 B씨와 공모해 정준영의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고 수사를 졸속으로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A씨에 대해 직무유기 공동정범 및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B씨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공동정범 및 증거은닉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8월 초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인 김씨가 정준영이 성관계 중 동의 없이 얼굴과 가슴 등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성동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뒤 사건을 맡았다. 그는 정준영의 변호사인 B씨를 두 차례 만나 증거물인 휴대폰의 자료 복구에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내용 등이 담긴 허위 수사 보고를 작성하고 불법 유포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정준영의 휴대폰을 포렌식 업체에 데이터 복구를 의뢰한 뒤 경찰에 임의제출하지 않았으며 A씨에게 이 사실을 따로 알렸다. 이후 A씨는 8월 중순께 여성청소년과장이 자신에게 정준영의 휴대폰을 압수할 것을 지시하자 B씨에게 "정준영의 휴대폰을 차라리 분실한 것으로 쉽게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팀원과 함께 B씨가 정준영의 휴대폰 복구를 의뢰한 사설 포렌식 업체를 방문해 업체 대표에게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체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B씨는 '정준영의 휴대폰이 파손돼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제출했다. 이에 A씨는 정준영의 휴대폰 복구에 시간이 오래 소요돼 데이터 복구가 확인되면 이를 임의제출 받아 검찰에 추송하겠다는 내용의 수사보고를 작성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행영상이 확보되지 않은 채 수사 의뢰 17일 만에 정준영의 사건이 서울동부지검에 송치됐으며 결국 사건은 불기소처분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았음에도 검찰에 추송했다는 결재 처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결정적 증거인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고 촬영물 유포 혐의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지 않아 결국 검찰에서도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며 "범행 동기에 대해 A씨가 그저 연예인 사건이 부담스러워 빨리 마무리 하고 싶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사건 관련 성동서 내 직원 등을 조사했으나 상부의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정준영과 빅뱅 승리의 카톡방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은 당시 포렌식을 했던 업체를 압수수색했고, 정준영은 경찰 조사에 출석해 당시 쓰였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약 3년간 변호사 사무실 금고에 보관했고 이후 정준영의 소속사에서 보관하다 경찰에 제출한 것이다. 3월 경찰에서 휴대전화를 포렌식했을 때는 이미 데이터를 복구하기 불가능한 '공장 초기화'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처럼 경찰은 정준영의 계속 되는 성범죄를 막을 기회를 직접 놓쳤을 뿐만 아니라 은폐하기까지 했다. 결국 초기 범죄를 잡지 못한 경찰의 유야무야 부실수사는 끝내 3년간 10여명의 추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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