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세대' 시행착오 겪은 한국 축구, '폴란드 세대'는 달라야 한다 [ST스페셜]

입력2019년 06월 18일(화) 07:00 최종수정2019년 06월 18일(화) 05:02
폴란드 신화를 이룬 정정용호 / 사진=방규현 기자
[서울광장=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기쁨을 즐길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냉철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폴란드 4강 신화'를 이룩한 정정용호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달 5일 출국한 이후 44일 만의 금의환향이다.

지난 44일 동안 정정용호는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진출한데 이어, 이를 넘어 결승 무대까지 밟았다.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남자축구 사상 FIFA 주관대회 최고 성적(기존 3위, 2012 런던 올림픽)을 달성했다.

결승전까지 가는 과정도 극적이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해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르헨티나를 연파하며 극적으로 토너먼트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6강에서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한일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세네갈과의 8강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였다. 한국은 세네갈을 상대로 전후반 90분 동안 2-2, 연장전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한국이, 연장전 종료 직전에는 세네갈이 극적인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마지막까지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을 펼쳤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1, 2번 키커가 연달아 실축하며 위기에 몰렸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는 에콰도르까지 격파하며 결승 신화를 썼다.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축구팬들은 역사를 만든 정정용호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17일 공항과 서울광장에서는 성대한 환영행사가 펼쳐졌다. 이른 시간임에도 엄청난 취재진과 팬들이 공항에 몰려 정정용호를 맞이했다. 공식 환영행사가 펼쳐진 서울광장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환호와 박수가 광장을 뒤덮었다.

선수들은 환영행사가 끝난 뒤에도 팬들을 위해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의무를 다했다.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정정용호의 여정은 끝이 났지만, 한국 축구의 고민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재목들을 어떻게 성장시켜, 한국 축구의 발전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7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하자, 모든 국민들이 한국 축구를 향해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곧 한국 축구의 황금기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황금기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암흑기가 찾아왔다. 한국은 2년 뒤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의 성적에 그치며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냈던 팬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대표팀을 바라봤다. 공항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엿을 던지는 팬들도 있었다. 런던 올림픽의 환희에 취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잊어버린 대가였다. 우리는 런던 올림픽의 유망주들이 브라질 월드컵의 주축 선수로 '알아서'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이는 지나치게 안이한 생각이었다. 여전히 한국 축구는 당시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는 7년 전과 달라야 한다. 2019 U-20 월드컵에서의 성과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성공으로, 다시 2020 도쿄 올림픽의 성과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확실한 방향을 잡고 이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 축구에서는 수많은 유망주들이 자신의 재능을 모두 꽃피우지 못하고 사라진다. 준우승이라는 성과와 팬들의 환호는 추억으로 남겨두되, 노력을 통해 성공까지 다다른 이번 대회의 기억만을 떠올리며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팬들의 성숙한 태도도 필요하다. 비판은 팬들의 정당한 권한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지나친 비판을 가하는 것은 자신과 선수, 한국 축구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잠깐의 모습으로 선수의 한계를 단정 짓고 비난한다면 그 어떤 선수도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터뜨릴 수 없다. 때로는 인내와 묵묵한 응원이 스스로와 선수, 한국 축구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축구의 황금기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폴란드 세대의 성공이 도쿄 세대의 성공으로, 또 카타르 월드컵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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