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지각부터 호날두 결장까지' 더 페스타-유벤투스, 환장의 컬래버 [ST스페셜]

입력2019년 07월 27일(토) 12:26 최종수정2019년 07월 27일(토) 12:26
호날두 / 사진=팽현준 기자
[상암=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기대를 모았던 유벤투스의 방한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다. 피해는 고스란히 축구팬들에게 전가됐다.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이번 경기는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팀 K리그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유벤투스의 맞대결로 전국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6만 장이 넘는 티켓이 예매 시작 2시간30여 분 만에 모두 팔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유벤투스의 방한은 팬들의 실망으로 끝났다. 본경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이벤트들이 주최사 더 페스타의 무능과 욕심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유벤투스의 잔루이지 부폰,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레오나르도 보누치 등은 명불허전의 플레이와 팬 서비스로 박수를 받았지만, 정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팬 미팅과 경기에 모두 불참해 야유를 받았다.

폭우 속에서도 우비를 입고 경기를 지켜봤던 축구팬들은 이 총체적 난국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팬들을 실망시킨 유벤투스 방한과 관련한 논란과 구설수를 모두 정리했다.

▲유벤투스 레전드 다비즈·트레제게, 알고보니 지각 레전드?
유벤투스 레전드로 한국을 찾은 에드가 다비즈와 다비드 트레제게는 25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축구 클리닉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예정된 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고, 그동안 유소년 선수들은 비를 맞으며 기다려야 했다. 미리 행사를 준비했어야 할 관계자는 "다비즈, 트레제게와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만 말할 뿐, 적절한 사전,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설들의 지각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26일 오후 5시15분 같은 장소에서 이들과 K리그 레전드, 연예인들이 함께 하는 나눔 매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파행 운영된 팬 미팅, 호날두는 불참
유벤투스 선수단은 중국을 덮친 태풍의 영향으로 예정보다 늦은 26일 오후 2시45분께 인천공항 입국 게이트를 통과했다. 공항을 떠난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서였다.

문제는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예정됐던 팬 미팅 일정이 오후 3시부터였다는 점이다. 팬 미팅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은 일정을 20분씩 뒤로 미루기만 할 뿐, 정확한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오후 4시30분께 호텔에 도착했지만, 식사를 하느라 시간이 더 소모됐다.결국 오후 5시가 훌쩍 넘어서야 팬 미팅이 시작됐다.

그러나 팬 미팅은 질문 몇 개로 끝이 났고, 팬 사인회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호날두는 '컨디션 조절'(주최사 해명)을 이유로 팬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벤투스 지각 도착, 킥오프 50분 연기 촌극
유벤투스 선수단은 오후 6시30분께 호텔을 떠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향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퇴근길 교통체증으로 인해 예정된 킥오프 시간인 오후 8시가 넘어서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결국 킥오프 시간은 오후 8시50분으로 연결됐고, 실제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9시에 가까웠다. 관객들은 1시간 가까이 비를 맞으며 경기를 기다렸다.

유벤투스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스태프로부터 40분이면 도착한다고 들었는데 2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고 지각 이유를 해명했다. 유벤투스 측이 서울 교통 사정을 알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주최사의 섬세한 일 처리가 필요했다.

호텔을 용산에 잡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항이 위치한 인천 또는 경기장이 위치한 상암 부근에 호텔에서 팬 미팅을 진행했다면 이동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팬 미팅 시간도 늘어났을 것이다. 또한 경기 킥오프 시간이 미뤄지는 촌극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끝내 나오지 않은 호날두, 아무 말 없이 떠나다
주최사 측은 이번 경기에서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할 것이라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호날두는 이날 벤치에만 머물렀을 뿐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호날두의 활약을 기대하고 경기장을 찾았던 6만 여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주최사 측은 앞서 호날두가 팬 미팅에 불참한 이유를 '컨디션 조절'이라고 해명했다. 벤치에만 있었을 것이면 어떤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던 것일까?

이후 호날두는 믹스트존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났다. 또한 사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호날두가 근육의 문제로 25일부터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호날두의 45분 출전 보장이라는 홍보는 어떻게 나왔던 것일까?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더 페스타와 유벤투스의 계약 사이에 호날두의 45분 출전 조항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다만 무조건 45분 출전인지, 부상 등의 이유로 결장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위약금의 규모도 알 수 없다.

▲잠수 탄 주최사, 난감한 한국프로축구연맹
'호날두 사기극'이라는 사태가 벌어졌으면 수습할 책임은 주최사인 더 페스타에게 있다. 하지만 주최사는 경기 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기자들이 주최사와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더 페스타는 뒤늦게 프로축구연맹을 통해서 "보도자료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7일 낮 12시가 넘어서도 어떠한 입장도 나오지 않고 있다.

난감한 것은 프로축구연맹이다. 이번 경기에 대한 관심을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모든 것이 허사가 됐다. 어떻게 보면 더 페스타와 유벤투스 양 쪽에 농락당한 피해자이면서도, 축구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입장이다.

프로축구연맹은 27일 오전 사과문을 발표하고 "많은 축구팬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버린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K리그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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