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성동일, 귀감이 되는 사람 [인터뷰]

입력2019년 08월 16일(금) 11:46 최종수정2019년 08월 28일(수) 15:08
영화 변신 성동일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반갑고 좋은 사람이 있다. 퍽 짓궂고 늘 익살과 너스레로 자신을 낮춰도 사실 그 속내는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배우 성동일이다.

'국민 아빠', '개딸 아빠' 성동일이 변신했다. 데뷔 후 첫 공포 영화 '변신'에서 성동일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설고 소름 끼치는 표정을 담아낸다. 다정하고 젠틀하며 듬직한 가장의 모습부터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한 악마의 존재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섬찟함을 자아낸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장도리를 들고 찍어내리는 성동일의 모습은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다. 그럼에도 오히려 "연기 변신은 없었다"고 태연하게 말하다니.

성동일은 사실 '변신'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스케줄이 여의치 않아 거절했었다. 어쩌다 보니 갑작스럽게 하게 됐다고 말은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에 분명하게 매료됐다. 악마와 구마 사제 등을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한국적이고 따뜻한 가족애가 담긴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제 캐릭터도 결국 마지막은 '아빠'였다. 그래서 좋았다고.

'변신'을 "오컬트 새드무비라고 부른다. 사실 가족의 소중함을 그린 가족영화"라고 정의한 성동일이다. 그는 "악마가 비현실적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모습을 한 게 좋았다. 저는 생활 연기자라 특별하게 장르 영화를 했다기보다 일반 드라마 찍듯이 했던 게 좋았다"고 했다.

악마란 다른 존재를 연기할 때도 과하게 근육을 쓰거나 목소리 톤을 높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기할 때 편했단다. "착했던 아빠가 못된 짓거리를 하는" 거였다. 그래서 더 무섭고 매력적이었다고. 그러면서 성동일은 평소 아내와 아이들이 싫어하는 모습을 연기했다며 너스레다. 이는 목소리를 오히려 착 내리깔고 저음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는 "평상시 성동일의 기분 나쁜 모습으로만 연기하면 되니 얼마나 편하냐"며 익살이었다.

말은 능청스럽게 해도 이처럼 철저한 연기 계산 탓에 영화 속 그가 맡은 가장 강구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었다가, 불쾌하고 두려운 악마의 모습으로 현실 공포를 유발하고, 다시금 가족을 지키려는 필사적인 모습부터 종국의 애틋하고 안타까운 감정까지 생생하고 유려하게 묘사됐다.

성동일은 특히 계산된 연기를 하지 않는다. 답을 알고 시험을 치르면 실수로 틀리기 마련이지만, 모른 채 집중하면 만점을 맞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악마를 연기할 때도 "정말 뻔뻔한 거짓말쟁이"가 되어서 미리 자신의 위협적인 행동을 계산하지 않고 찍기로 했고, 그래서 리얼하게 놀란 상대 배우의 리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
영화 변신 성동일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늘 주변의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띄운다. 성동일은 "우리 딸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영화가 CG가 거의 없다.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몇 시간씩 특수 분장하고 분장이 망가질까 밥도 안 먹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저가 할 수 있는 건 촬영 끝나고 애들 데리고 삼겹살에 술 한 잔 사주고 다들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해주는 것밖에 없었다며. 이처럼 살뜰히 사람들을 살핀다.

김홍선 감독에 대해서도 해병대 출신인데도 눈물이 많다고 놀리면서도 "배우들이 감정신 찍을 때마다 같이 울만큼 굉장히 여리고 정도 많고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영화에 미쳐있는 게 너무 보인다"며 "배우나 스태프나 감독이나 자본주의에선 어쨌든 장사치들이다. 남의 돈을 수십억, 수백억씩 갖다 쓰는 것만큼 힘든 게 없다. 내 돈이면 망해도 남한테 피해를 안 주는데 영화는 투자를 받아 만드니 잘 되어야 한단 부담이 크다. 그래서 다들 열심히 하려 하는데 김홍선 감독은 그런 믿음을 준다"고 했다. 누구는 절더러 김용화 감독의 페르소나라 하는데 '난 이제 김홍선 페르소나야'라고 말한다며 애정을 드러낸 성동일이다.

그의 연기관과 인생철학도 귀감이 된다. 소문난 애주가로 알려졌어도 그는 절대 주사가 없다. 술을 권하지도 않는다. 술을 못하는 이한테 억지로 권하는 건 제가 보기에도 고통스럽다. 후배들이 '언제 시간 나면 술 한잔 사주세요'하면 구박한다. '시간 나면'이 아니라 서로 시간을 내서 모이는 거다. 그 기준점만 같으면 그 자리가 싸울 일도 없고 즐거운 거다. 한두 명 정도 눈을 껌벅이고 조는게 보이면 '막잔 하고 일어나자' 하고 간다.

후배들에게 속된 말로 '연기 지적질'을 하지도 않는다. "연기는 나도 모른다. 나도 누군가를 흉내 내서 먹고사는 사람인데 무슨 지적을 하냐"는 그다. 다만 조언을 한다면 "솔직히 연기는 나도 잘 모른다. 공부 많이 한 배우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과정이 있고, 내 배역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배우는 인생을 연기하는 직업이다. 싫은 놈도 만나고 좋은 놈도 만나고 각종 직업과 다양한 군상들을 찾아보며 만나라"고 한다.

늘 하는 소리는 있다. "현장에 좀 일찍 나오고 현장에선 짜증 내지 말자. 현장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냐.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 주고 연기도 가르쳐준다. 부모님도 못해주는 혜택을 준다. 스태프다 배우다 나누지 말고 정말 즐겁게 일하자. 스태프들은 대우도 안 좋은데 우리보다 한 시간 반 일찍 나와 준비한다. 그러니 일찍 나와서 인사도 좀 하고, 끝나고 술 한 잔하며 웃고 마무리하면 얼마나 좋겠나." 이토록 고매한 인격자다. 그럼에도 스스로 격의를 허물고 소통하며 구수한 사람 냄새를 풍기는 성동일이다.

방탄소년단 뷔와 박보검이 지방 일정 중 영화 촬영 중인 그의 숙소를 찾고, 조인성 이광수 도경수 등이 나이 불문 단짝처럼 매번 그와 어울려 다닌다. 감독이고 배우고 그와 작품을 함께 하면 한 번 맺은 인연을 계속 이어갈 만큼 그 주변에는 사람이 넘쳐난다. 그의 인품에 마음이 동한 탓일 테다.

이처럼 그의 언행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성동일이 살아온 삶은 지금 그의 인격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절로 감탄사가 우러나는 멋진 사람이자 배우 성동일이다.
영화 변신 성동일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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