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박나연,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 [인터뷰]

입력2019년 10월 21일(월) 09:24 최종수정2019년 10월 21일(월) 13:11
박나연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작곡가 겸 성우 박나연의 이력은 화려하다. 수많은 광고 카피부터 메신저 알림음까지.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해왔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는 항상 준비했고, 기회를 잡았다. 그런 그가 이제는 얼굴을 알리고 싶단다. 크리에이터로의 변신을 앞둔 박나연이다.

박나연의 이력은 무려 24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 따라 우연히 들린 음악 학원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마침 방문한 음악 학원에서 '딩동댕 유치원' 오디션이 열린 것이다. 박나연은 "다른 친구들은 예쁘게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나는 노래에 연기와 랩을 가미했다. 이게 방송 쪽에 잘 맞아서 뽑히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박나연은 처음 간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끼를 발휘해 음악감독을 사로잡았다. 이것이 지금까지 방송을 할 수 있었던 시초였다.

'딩동댕 유치원' 출연을 시작으로 '방귀대장 뿡뿡이' 'TV 유치원 하나 둘 셋' '만들어 볼까요'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어린 박나연. 그는 매일 수십 곡의 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창작동요제에 곡 '아기 다람쥐 또미'로 출전했고, 상까지 받았다.

'딩동댕 유치원'을 통해 음악에 눈을 떴다면, 창작동요제에서는 작곡에 눈을 떴다. 그는 "무대 위에서 작곡가 선생님이 상을 받는 걸 지켜보고 이거다 싶었다. 막연히 노래만 잘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작곡이 눈에 들어온 거다. 내가 곡을 직접 쓴다면 노래 부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노래는 연습하면 되지만 작곡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작곡과 입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나연은 선화예술중학교, 선화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대 작곡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 입시 과정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인생 첫 실패였다. 그는 "처음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가 결정됐을 때 어머니가 잘 됐다고 하더라. 이는 내 인생의 첫 실패였기에 드디어 바닥을 친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였다. 어머니는 재수 비용은 대주시겠다고 했지만, 음악이 하고 싶다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직접 돈을 내라고 하셨다.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거다"라며 "그렇게 경제적으로 독립해 대학 등록금도 직접 벌어서 냈다. 당시 광고 CM송을 비롯해 성우로 일을 하고 있을 때라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박나연은 광고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특유의 아기 목소리로 광고계를 평정했다. 실제 미성년자가 브랜드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특히 박나연은 공채 성우 출신이 아닌 만큼 자신의 목소리를 어필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내가 공채 성우도 아니고, 케어해줄 소속사도 없었다. 스스로 광고주에게 내 목소리의 특별함을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이번에 마지막 녹음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해 갔다"며 "카피 문구 하나가 주어질 때 나는 톤과 음색이 다른 버전 3~4개 정도를 준비해 갔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한 메신저 알림음 목소리 모집이 있었다. 당시 지원자가 많았다고 하더라. 10개 정도 버전을 만드는 데 50명의 지원자가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버전의 목소리를 제출했는데 내 음성이 3개가 뽑혔다. 10개 중 3개였다.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하더라"고 자랑했다.
박나연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속사가 없던 것이 오히려 박나연에게는 원동력이었다. 홀로 모든 것을 해내야 했기에 더 열심히 준비할 수밖에 없었고, 열심히 준비된 만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통신사 카피나 우유 브랜드 카피, 화장품, 음료수 등 그의 입을 거치지 않은 브랜드가 없을 정도다.

특히 세월이 지나도 회자되는 광고 카피가 있다. 한 통신사 카피는 16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귓가에 맴돈다. 이에 대해 박나연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 게 너무 신기하다. 내 목소리를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쯤 들었다는 것이 좋다"며 "사실 누군가에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수많은 광고 카피 녹음을 진행했다. 이제는 즐거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쯤 되니 박나연의 진짜 정체가 궁금해졌다. 작곡가인지, 가수인지, 성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나연은 작곡가도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수, 성우도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의 직업으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느 순간에는 작곡가였다가, 성우가 된다. 그러다가 작곡가와 가수가 결합된 싱어송라이터가 되기도 하고 가수와 성우가 결합된 엔터테이너가 된다. 그는 "욕심이 많다. 하고 싶은 걸 해야 하기도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한다"며 "한 가지로 나를 정의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욕심이 많은 박나연은 목소리로 이미 유명 인사다. 이제는 얼굴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다. 그는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한다고 했다. 앞서 '딩동댕 유치원'을 비롯해 수많은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뽀미 언니'였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중심이 돼 노래, 춤, 연기 등 모든 것을 아우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과 함께 '뽀미 언니'는 사라졌고, 박나연은 어린이를 상대로 한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껏 혼자 삶을 책임졌고, 다재다능한 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다.

박나연은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며 새로운 '뽀미 언니'가 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과거 '뽀미 언니'의 역할을 유튜버 헤이지니와 같은 사람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참 헤이지니의 영상을 보며 과거 내가 꿈꾸던 일들이 떠올랐다. 진정 꿈꾸던 일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크리에이터를 준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우고 있다. 내가 직접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연기도 한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모든 것에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또한 허투루 준비할 수 없다. 벌써부터 노래를 써놓고 연습하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참으로 시기적절한 선택이다. 최근 아동 유튜버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유튜버가 감소한 추세다. 그러나 박나연은 규제에 걸리지 않는 성인이면서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로 가득 차 있다. 또 박나연은 부모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부모들이 안 도니다고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보여 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어도 죄책감을 느끼는 일이 많다. 종종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은영상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나는 교육적인 요소도 포함해서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조금이나마 부모들의 죄책감을 덜고 싶다"고 설명했다.

박나연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준비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이제는 인생의 전반에 걸쳐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붓게 된다. 음악부터 연기까지 그동안 쌓은 그의 내공이 얼마나 담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앞으로 진정한 크리에이터로 거듭날 박나연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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