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고백'도 무색…여전히 암흑 속인 대한민국 체육계 [ST스페셜]

입력2019년 10월 30일(수) 07:00 최종수정2019년 10월 30일(수) 07:00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2019년 1월, 대한민국 체육계는 암흑이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로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백 하면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체육계 성폭력은 모두가 쉬쉬하던 문제였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그것도 올림픽 금메달을 딴 스타플레이어조차도 체육계 성폭력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견딜 수 없는 허탈함과 분노를 안겼다.

심석희가 용기를 낸 이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선수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스스로 상처를 헤집으며 큰 아픔을 감수해야 했지만, 앞으로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대한민국 체육계의 오랜 병폐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용기를 냈다. 체육계 개혁을 갈망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이번 만큼은 체육계 적폐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정말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 같았고, 달라져야만 했다.

그러나 2019년이 저물어 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체육계는 여전히 암흑에 갇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인권침해상황 모니터링을 시행한 뒤, 28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심한 욕설과 고성, 폭언, 인격 모욕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보다 못한 관중이 이를 제지하려한 사례도 있었다.

한 종목의 심판은 경기장 안내 여성 직원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으며, 일부 종목에서는 남성 지도자가 여성 선수에게 불필요한 접촉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심지어 여성 선수가 종목 단체 임원의 의전을 하거나, 관중들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듣는 일도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절규에도 대한민국 체육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분야에서든 악습을 타파하고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인적 쇄신과 개혁이 있어야 한다. 지난 1월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알았다면 이를 방치한 책임을, 몰랐다면 무능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했다.

하지만 이기흥 회장은 여전히 대한체육회의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쇄신의 대상이 됐어야 할 이기흥 회장은 쏟아지는 사퇴 요구를 피한 뒤, 오히려 쇄신을 단행하는 주체로 교묘히 자리매김했다. 쇄신됐어야 할 대상이 오히려 칼자루를 쥐었으니, 그 칼날이 날카로울리 없다. 이러한 가운데 이기흥 회장이 지난 6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오히려 자리가 더욱 공고해졌다.

당연히 개혁 역시 더디다. 지난 2월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는 7차에 거쳐 체육계 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권고안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을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로만 치부했다. 스포츠혁신위과 권고안을 발표할 때마다, 대한체육회 또는 관련 단체들이 입장문을 내 반박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물론 스포츠혁신위의 모든 목소리가 옳다고 할 수만은 없다. 대한체육회도 자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고 조치를 취했다. 실제로 큰 변화가 있었다면 대한체육회의 목소리도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체육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 내내 체육계 내 성희롱, 음주 등의 사건, 사고는 여전히 끊이질 않았고, 심지어 국가대표 선수촌 내에서도 계속됐다. 이번에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인권침해상황 모니터링 결과 역시 체육계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한체육회만의 방안과 조치 만으로는 현 상황을 바꾸는데 한계가 있다.

이번만은 달라질 것만 같았던 체육계 적폐는 2019년을 저물어가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이, 또 다른 피해자들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2021년에는 달라질까. 한국 체육계는 여전히 암흑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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