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이하늬, 참으로 아름답다 [인터뷰]

입력2019년 11월 04일(월) 18:19 최종수정2019년 11월 04일(월) 18:19
영화 블랙머니 이하늬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아름답고 건강하다. 비단 외양만이 아니다.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인생을 좀 더 행복하고 가치 있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배우 이하늬다.

최악의 금융 범죄 실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제작 질라라비)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이른바 론스타의 '불법 먹튀 행각'을 소재로 한다. 이는 거대 세력 모피아의 계획적인 금융 비리였고, 실제 해당 사건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재판에 제소, 46억7900억 달러 즉 한화로 5조 원이 넘는 배상금을 요구했다.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유출되는 상황이다.

이하늬는 "우리가 소리를 내야 될 때가 됐다"고 했다. 실제 내년에 벌어질 재판에서 국가가 패소할 확률은 99%다. 5조 원이란 엄청난 돈을 누가 물어줄 것이며, 전 세대가 쌓아놓은 것을 후세대에게 전가시킨다는 것조차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이하늬 또한 국민으로서 분노했고 자책했다. "론스타 사건이 이렇게 큰 사건인 줄 몰랐다. 어떤 사건인지 들춰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다. 저를 보면서도 반성을 많이 했고 우리 사회의 깊은 무관심병이 정말 무섭단 생각을 했다"는 그는 그래서 이 영화가 너무 필요했다며 "우리 세대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라면 메신저로서 여기 서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계기를 밝혔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화두라고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사회와 단절된 상태에서 개인의 안위와 행복이 가능한가 생각하고 물었을 때 가능하지 않다. 사회의 안녕이 동시에 나의 안녕과 직결됐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며 "'블랙머니'가 갖고 있는 의미이자 메시지는 더 이상 덮을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라 여겼다. 그는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창작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누군가 범법을 저질러다면 지위 막론하고 상대가 얼마나 큰 세력이라도 고발할 수 있어야 된다는 거다. 우리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 메시지를 이제 국민들이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말하길 "예전엔 누가 코를 베어가도 누가 그랬는지도 모른 채 코를 부여잡고 아파했다. 이젠 눈을 떠서 찾아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절실함과 진정성을 담아 영화에 참여한 그는 처음 '블랙머니'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엄청난 완성도에 감탄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완전무결했다"는 것이다. 특히 의미 있고 무게감 있는 사회고발 영화임에도 상업적인 결을 갖고 관객에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할 수 있는 서사에 감사했단다. 저가 느낀 "단순하게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나기보다 복잡하고 복합적인 감정"들이 그대로 관객들에 전달되길 바란다고. 이들의 외침에 국민들이 어떻게 화답해주실지가 '블랙머니 2'라고 생각한단 이하늬였다.

이하늬가 맡은 캐릭터는 냉철한 이성을 지닌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다. 언제나 당당한 애티튜드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로 국내 최대 로펌의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이 믿고 있던 확신이 의심으로 바뀌자 진실을 밝히려는 인물이다. 이하늬는 김나리에 대해 "공기업의 민영화가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고 믿는 여자다. 만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백 명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사회 정의 실현에 관심이 있고 그것이 이 여자의 의식이기도 하다. 자신이 생각한 정의에 대해 거침없지만 이것이 선이라곤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하늬는 각자의 견해에 따라 극 중 모든 인물이 과연 누가 선이고 악인지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는 것이 마치 현세대를 반영한단 생각을 했다. 그는 "개인적인 가치관이 모여 사회 가치관이 되는 거다. 우리나라에 팽배한 가치 기준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서로 다르고 완전히 와해돼있다. 선과 악이 더 구분 짓기 어려운 회색으로 오는 건데 속은 검정인데 겉은 하얄 수도, 과정이 선해도 결과는 악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자의식과 개인의식이 높지 않으면 스스로 구분할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중요한 건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라는 이하늬의 개념은 올곧고 확신이 넘쳤다.

개인의 안위, 개인의 정의 등 서로의 가치가 상충될 때 결국 중요한 건 유연함이라고. 이를 얼마나 유연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포용하며 조절할 수 있는지가 개인의 성숙도라 생각한단 이하늬였다. 이어 '정반합'을 논하는 그의 품격이란.
영화 블랙머니 이하늬 인터뷰 / 사진=영화 스틸

그도 경험을 통해 직접 체화하며 지금의 가치관을 확립했다. 그는 "저도 옛날엔 구시대적인 생각이 있었다. 결과가 좋다면 과정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제 삶이 비극적이라도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고 했다. 이쪽 업계로 예를 들면 "인성이야 어떻든 연기만 잘하면 돼"라는 말이 횡행하던 때가 있지 않았나. 하지만 그는 영화 '극한직업'으로 분명 다른 예가 있음을 알았다. 배우들 모두 서로를 배려했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자신보다 남을 챙겼다. 그 과정을 겪었지만 영화는 성공했다. 이런 좋은 에너지가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극한직업' 팀들과, 이하늬 말로는 "형제들"이라 부르는 그들과 약속한 것이 있단다. "우리가 흩어져서 다른 현장에 가더라도 누군가 소외되거나 힘들어할 때 먼저 다가가서 풀어주고 상대의 '케미'가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자"고. 이하늬는 '공생' 안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가치임을 알았다.

이전의 그는 스스로에게 혹독했다. 늘 애를 쓰며 살았다. 이를테면 요가를 할 때도 동작이 안 되면 팔이 부러질 때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그만큼 예민하고 치열했다. 그것이 도리어 자신을 얽매고 부담이 됐다. "제가 스스로를 제일 잘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저를 괴롭히고 자학하고 열심을 넘어서 애를 썼고 그게 데미지가 됐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세월 가다 보면 하다 보면 되는 거라고 그 말이 어느 순간 마음에 위로가 되고 삶에 적용이 되더라"는 그다. 한때는 항간의 평가에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있고, 억울하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스스로 하는 일에 만족하며 튼실하게 하루를 살고 마무리하며 자신에 대한 만족과 칭찬을 한다면 의연하고 초연해진다는 걸 깨달은 거다.

이는 좋은 에너지를 만들려고 노력하며 달라진 것이었다. 몸과 정신이 아름답고 건강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그다. "스스로 자족하지 않는 자에게 행복은 없다"는 말도 그를 깨우치게 한 말이다. 자족할 수 있는 사람이 감사하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배우로서 현장에 나가는 일, 그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느끼는 만족, 그러면서 돈을 벌고 필요한 걸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이를 느끼며 행복감으로 충만해지는 이하늬다. 제 삶을 사랑하고, 옳은 신념을 지키며 제 가치를 높이는 그는 넘치게 아름답다.
영화 블랙머니 이하늬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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