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조진웅의 뜨거운 분노 [인터뷰]

입력2019년 11월 13일(수) 17:37 최종수정2019년 11월 13일(수) 17:37
영화 블랙머니 조진웅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참으로 한결같다. 언제나 뜨거운 진심으로 부딪히며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는 배우 본연의 가치를 실천하며 사는 조진웅이다.

조진웅은 이번에도 역시 뜨겁게 분노했다.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이라 불리는 희대의 금융범죄 실화를 다룬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제작 질라라비)를 통해서다. 쉽게 말해 70조 자산가치 은행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단 몇 장의 팩스로 인해 헐값에 외국 자본에 팔려 넘어갔고, 심지어 이들은 한국 정부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실제 5조 원이 넘는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질 확률이 99%다. 이 사건을 알지도 못했고 무관하다 여겼던 국민들이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내가 숨 쉬고 살아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허접하게 몰랐을까." 조진웅이 론스타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후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토록 무지했다는 것에 부끄러웠다. 이어 "이게 대체 무슨 권력이길래 우리를 짓밟고도 그리 자연스럽게 날아다닐 수 있나" 생각했다. 그 권력이 국민을 우롱했다는 것에 화가 났고, 눈뜨고 코베인 격이라 의문의 1패를 당한 기분이었단다. 만약 '블랙머니' 제의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몰랐을 테고 관심 없는 이슈에 불과했을 거였다. 그래서 정지영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이게 뭡니까. 도대체." 이미 그때부터 조진웅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잘 만들어서 이 얘기를 꼭 해야겠단 마음을 먹었다.

그가 많은 사람과 이 얘기를 공유하고 싶은 이유는 하나였다. "금융스캔들이란 게 다시 또 일어나지 않는단 법이 없다. 우린 당시 이 사건을 잘 몰랐고 인지를 못하고 넘어갔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칩을 하나 갖게 된다면, 다음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땐 센서가 작동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었다. 특히 그때 이런 일을 벌인 관료들, 즉 '모피아'들은 아직도 버젓이 대한민국 1%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극 중 "정부가 변하고 국가 기관이 변해도 대한민국 경제는 우리가 움직여"라는 '모피아'들의 대사는 그렇기에 영 소름 끼치고 불쾌한 것이었다.

조진웅의 정의감은 불타올랐다. 그는 제가 맡은 '막프로' 검사 양민혁을 보고 "이런 건 제가 전공이다"라고 자신했다. 정지영 감독은 고발 영화 전문이면, 이렇게 막 나가는 직진형 인물은 제 전문이라고. 이를 두고 "필수 전공자들끼리 만난 것"이라고 비유한 조진웅이다. 무소불위 권력과 부당함에 맞서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의이자 희망. 이같은 캐릭터들을 연기할 때의 조진웅은 유난히 더욱 뜨겁고 강렬하다. 그의 따스하고 진실된 성정이 캐릭터와 부합된 탓이다. 하지만 조진웅은 "'시그널' 이재한은 부딪히고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애잔한 감정이 들게 한다. 그런데 양민혁은 아니다. 같이 부딪혀도 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쳐다본다"고 구분했다. 직접 사건의 실체에 개입해 뜯어볼 수 있는 직업군에 있기에 관객들도 양민혁이란 안경을 쓰게 되고, 이후 캐릭터가 페이드아웃됐을 때 객관적으로 사건을 쳐다보게 되는 기능적 캐릭터란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기에 배우의 입장에선 양민혁의 온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 조절을 굉장히 예민하게 작업했단 그는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를테면 분노의 감정만 나타내지 않으려 했다.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갖거나, 사건이 어긋나서 화가 나더라도 정돈을 해서 다시 가야 한단 인식을 하는 표정이 함께 있어야 했다. 이토록 예민하고 치열하게 양민혁의 감정을 연기했다. 행여 감정을 놓치게 됐을 땐 스태프들이 망설임 없이 추가 촬영 세팅을 해줄 때 또 울컥했단 조진웅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애틋하고 열렬한 진심을 담아 이 영화의 목적을 이루려 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진웅은 "그렇게 다시 찍을 때 뭔가 확 달라지냐 하실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진 않다. 하지만 약간의 온도가 0.1도라도 오르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모이고 모여 결말에서 이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메시지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 블랙머니 조진웅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한편으론 희생을 감수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같은 고발을 하는 평검사가 있었을까, 자신이라면 양민혁처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기에 마지막 울분을 토하며 외치는 고발 신은 그에게도 거세게 일렁이는 감정의 동요가 있었다. "정말 '웃픈' 현실이다. 아무도 안 알아줘서 발만 동동 거리고 있는 거다. 그때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가 고하고 알렸어야 했다. 참 만감이 교차했다"는 그다. 하지만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양민혁처럼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고. 되게 힘들게 살겠지만 굶어 죽기야 하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덧붙인다.

세월이 얼마나 흐른 들 매번 가슴에 세월호 리본을 품고, 늘 부당함에 뜨겁게 분노하고 상처 받고 소외된 이들에 다정한 위로를 온몸으로 건네는 배우 조진웅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럼에도 그는 "소신이니 뭐니 그런 게 아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른이 되어서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반성하는 의미"란다. 그리고 저가 무언가 목소리를 낼 만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기에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외치고 있는 것뿐이라고 대단할 게 아니라 말한다.

이런 조진웅이기에 '블랙머니' 속 양민혁의 외침은 뜨거운 공감과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일 테다. "이런 영화는 분명히 존재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응당 해야 되는 이야기고, 이런 이야기는 충분히 나올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 그는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들 모두가 가야 될 지향점을 향해 잘 달려간 것 같다. 고발 영화로서의 기능적인 역할도 했고 가치 있는 영화이기에 그런 면에서 당당하다"고 했다. 국민으로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영화인으로서 자신은 고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그 몫을 하는 것뿐이라는 조진웅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치로운 사람은 비릿함이 없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법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덜 비겁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정정당당하게 살자는 것이 소신이다. 어떤 권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고 없다면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저는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라지만, 이미 조진웅의 존재 가치는 정의롭고 값지다.
영화 블랙머니 조진웅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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