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 갑을 전쟁' 지대한X박노식, 세상을 바꾸는 가치 [인터뷰]

입력2019년 11월 20일(수) 14:53 최종수정2019년 11월 20일(수) 14:53
사진=영화 접전 갑을 전쟁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명품 신스틸러 배우들이 만나 살벌한 '빅매치'를 벌이니 이토록 강렬할 수가 없다. '웃픈' 갑을전쟁 속에 놓인 배우 지대한, 박노식이다.

제약회사 회장 수행기사 폭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접전: 갑을 전쟁'(감독 지성원·제작 에스크로드)을 통해 호흡을 맞춘 지대한, 박노식. 훤칠한 체구의 지대한이 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수행기사 창수 역을 맡았고, 상대적으로 왜소한 박노식은 저 빼곤 모든 이를 다 하찮게 여기고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는 김 회장 역을 맡았다. 이미 그 자체로 반전의 재미가 있다.

배우들 또한 캐스팅 제안을 받고 퍽 흥미로웠을 테다. 박노식은 "제가 한 번도, 그리고 앞으로도 못 맡을 회장 역할이라 정말 끌렸다"며 "제가 가진 이미지는 분명 운전기사인데 감독님께서 제게 회장 역을 제안하셔서 '술 드셨냐'고 농담을 했다"며 너스레다. 그에게도 기업 회장님 역할은 도전이었단다. 감독이 제 색다른 모습을 이끌어준 것 같아 감사하단 그는 "겁도 났지만 해보고 싶단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시종일관 수행기사를 헐뜯고 비웃는 얄미운 행태로 관객의 치를 떨게 하는 열연을 펼친다. "워낙 착하게 살아서 누군가를 때리는 연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다시금 너스레를 떤 박노식은 "캐릭터에 몰입할 때 '내 위엔 아무도 없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러니 은근히 잘 되더라. 실제 갑질을 저지르시는 분들을 보니 많이 도움이 됐다"며 재치 있게 답했다.

반면 모욕적인 회장의 갑질을 버텨야만 하는 수행기사 역의 지대한은 "제가 주로 악역을 많이 맞지 않았나. 어렸을 때부터 우락부락해서 누가 제게 무례하게 굴거나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없었다. 심지어 군대에서조차 선임들이 건드리지 않았다"며 익살이다. 하지만 저보다 왜소한 회장에게 끊임없이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는 "폭행보다 인신공격을 당하니까 수치스럽고 모멸감이 느껴지더라. 심지어 저는 연기를 하는 입장인데도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부들부들 떨리는데 실제 을로써 살아가는 분들은 이를 참아내야만 한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실로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갑들의 온갖 오만무례한 행동들은 절로 분노를 유발한다. 육체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부당한 인격 모독으로 치명적인 폭력을 가하는가 하면 제가 신던 구두를 벗어 술을 따르고 마시라며 강요하는 행위는 불쾌감의 절정이다. 이에 지대한은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라고 했다. 더 보태거나 과장하지도 않은 실제 갑질 사례들이라니 더 기막힌 현실이다.
사진=영화 접전 갑을 전쟁 스틸

실제로도 두 배우는 서열화된 권력 사회에서 횡행하는 이 시대 갑질 행태를 접하며 많은 분노와 공감, 연민을 느꼈다.

박노식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각종 갑질 이슈들을 접할 때 많이 속상했다며 "제가 봤을 땐 갑질 하는 사람들도 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사람들이 정말 아픈 사람들이다. 한편으론 불쌍하단 생각도 했다. 이런 갑질 문화는 없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지대한 또한 "인간의 내재된 욕망 속에 권력이 있고 돈이 있으면 이를 표현하고 싶고 갑질을 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며 "어릴 때부터 성격이 다혈질이었다. 불의를 보면 못 참았다. 그런데 배우 생활을 하면서 많이 참아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고 유순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부당한 일들을 보면 피가 부글부글 끓는다"며 넘치는 정의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배우로서 영화 속에서라도 응징을 하고 싶었다며 "우리 영화의 모토가 갑은 갑으로 존경받고 을은 을로서 존경받는 사회가 되자는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처지에 따라 갑도 을이 될 수 있고, 을도 갑이 될 수 있단 반전 설정으로 신선한 블랙 코미디의 여운을 주는 '접전: 갑을 전쟁'이다. 이를 두고 지대한은 "사실 통쾌감을 주기 위해선 을이 시원하게 복수하며 응징하는 것이 깔끔한데 이 사회가 또 그게 아니잖나"라며 "만약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다면 일차원적이었을 거다. 언제든 갑을 위치가 바뀔 수 있고 돌고 돈다. 그러니 나부터라도 조심하고 존중하며 선의를 베풀고, 이것이 나비효과처럼 퍼진다면 조금은 정의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희망했다. 박노식은 "의도를 갖지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런 걸 조심하려고 하고 배려하려 한다"고 했다. 이처럼 두 배우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놓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겠냐 하겠지만, 실로 쉽게 바뀌진 않을지라도 아무 소리 안 한다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거란다. '우공이산'이란 말이 있듯, 이같은 독립영화들을 통해서 꾸준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 깊은 일이란 이들이다. 또한 현실에선 부조리한 권력자들을 단죄할 수 없을지라도 영화에서 상징적인 판타지를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 아니겠냐며. 비록 작은 영화 현장이 고되고 서러울지라도 이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차고 기쁘단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두 배우들이지만, 이처럼 여전히 순수한 열망을 꿈꾸며 연기와 작품을 통해 값진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의 모습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지대한은 "'접전: 갑을 전쟁'의 배급이 확정되고 개봉한단 소식이 올해 제겐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인 것 같다. 상업영화랑 견줄 수 없는 작은 영화일지라도 기꺼이 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앞으로도 이 사회에 메아리가 되는 독립영화들을 꾸준히 기획하고 내보일 거란 계획도 덧붙였다. 박노식 역시 "독립영화가 개봉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어렵다. 이렇게 영화가 개봉한다니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비정상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일상화된 '갑질'에 대한 '을'의 통쾌한 반격,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를 향한 개인의 작은 노력과 배려. 그 가치를 아는 두 사람의 진심은 따뜻하고 든든한 온도를 지닌 것이었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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