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백두산', 소규모 영화들의 설움 [ST영화결산]

입력2019년 12월 16일(월) 11:00 최종수정2019년 12월 16일(월) 11:17
겨울왕국2 스크린독과점 논란 / 사진=영화 겨울왕국2 블랙머니 공식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겨울왕국2'의 흥행 이면을 두고 많은 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겨울왕국2'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가능한 수치냐는 것. 이 논지에서 배급사, 멀티플랙스들은 입을 닫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흥행 스코어일까, 국내 영화 시장의 발전일까.

'대작 영화'의 중심으로 움직이는 극장가. 히트작 재생산에 그쳐버린 현 영화계는 이대로 괜찮을까. 가장 먼저 투자자들의 상업적 계산이 만들어낸 현 한국 영화계의 세태를 짚어보자.

먼저 대표적으로 최근 불거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있었다.
겨울왕국2 /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앞서 최근 문제가 됐던 '겨울왕국2'는 개봉 첫 주말 전국 2648개의 스크린과 스크린 점유율 46.1%, 좌석점유율 68.4%를 보였다. 이렇게 극장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일까. '겨울왕국2'은 개봉 첫 주, 전작보다 11일 이르게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실 '겨울왕국2'의 천만 관객은 이미 개봉 당시 모두가 예상하던 지점이다. '겨울왕국2'는 전체관람가라는 유리한 고지 뿐만 아니라 전작과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모든 이들이 천만 돌파를 확신하고 있는 상황. 이는 올해 상반기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영점유율 63.0%과 좌석점유율 70/0%의 기록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당시 상영점유율 80.9%, 좌석점유율 85.0%를 보이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결국 조진웅과 이하늬를 내세운 '블랙머니'는 개봉 이후 하루 최대 90만 좌석을 점유했으나 '겨울왕국2'가 개봉하자 30만석으로 급락했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2'는 2648개의 상영관을 갖고 있는 반면 '블랙머니'는 475관을 겨우 확보했다. 이를 두고 정지영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의 현 주소를 지적하며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먼저 4대 배급사로 꼽히는 CJ E&M·롯데엔터테인먼트·NEW·쇼박스와 3대 멀티플랙스 체인인 CJ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의 횡포는 비단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한국 투자 배급의 기형적 구도는 안전성을 지향하는 악순환을 꾸준히 보여왔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이른바 극장가의 성수기 명절에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통상적으로 관객들의 기대가 큰 작품들은 높은 상영점유율을 자랑해왔다. 이는 더 높은 스코어를 기대하는 배급사와 극장가의 자동반사적인 움직임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독과점 논란' 뿐만 아니라 '변칙 개봉' 이슈까지 더해졌다.

통상 신작 영화는 목요일에 개봉하지만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 생기며 수요일에 개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21일, 월요일 자정에 개봉, 영화 개봉의 암묵적인 룰을 어기며 영화인들의 지탄을 받았다.

당시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는 "어떤 영화이건 영화상영 표준계약서에 명시된 최소 7일의 상영기간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를 통해 영화 산업의 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다"면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사례가 한국 영화 상영 업계에 적절치 않은 선례가 될 수 있음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로 인해 '벌새'·'윤희에게' 등 저예산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시점이다. '벌새'의 같은 경우 상영 당시 14만 관객의 기록을 모았으나 경기도권에서 '벌새'를 볼 수 있는 극장은 메가박스 기준 고양시 스타필드점이 유일했다. 해당 상영관에서조차 '벌새'의 상영 시간대는 오전이 유일했다. 현재 대형 상업 영화 틈에서 고전 중인 '윤희에게'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개봉 2주차 20개의 상영관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는 관객들의 수요, 즉 선예매율로 스크린 공급을 이어간다는 극장가의 논리는 이제 '한국 영화계의 병폐'로 불린다. 외화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역시 이 대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산행'·'신과 함께' 시리즈와 '군함도' 역시 개봉 당시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관객의 선택권을 극장가가 쥐고 흔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흥행이 보장된 영화에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220억 투자와 송중기, 황정민을 내세웠던 만큼 모두가 천만 관객을 예상했던 '군함도'는 극장의 든든한 서포트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 800만을 넘기는 커녕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쓸쓸히 사라졌다. 강동원 원톱 주연작 '인랑' 역시 100만 관객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이름을 내렸다. 두 작품 모두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논란 만을 야기한 채 영화적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세종의 한글창제를 소재로 한 '나랏말싸미'는 개봉과 동시에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흥행 참패를 받아들였다. 160억 원의 제작비로 화제가 된 대작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관객들에게 소외 받으며 혹평을 받았다. 올해 개봉한 '뺑반' '기생충' '사자' '타짜: 원아이드 잭' '엑시트''시동'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에도 100억원대가 투입됐다.

특히 개봉을 목전에 둔 '백두산'은 이병헌과 하정우, 전혜진과 수지라는 초특급 캐스팅과 260억 원의 제작비를 내세우며 연말 하반기 대작 영화로 등극했다.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이는 비단 '겨울왕국' 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반기 대작으로 꼽히는 '백두산'을 피해 많은 소규모 영화들이 개봉 시기를 미뤘다. 극장가가 돈을 벌기 위해 좌석점유율이 높은 영화에만 집중한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영화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바람직한 정책 수립 및 시행을 촉구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불공정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대안점을 마련해달라는 요청 역시 이어졌으나 독과점 세태는 꾸준히 되풀이됐다.

특히 배급사와 극장에 대한 지탄이 높아져가고 있다. '겨울왕국2'와 같은 흥행이 과연 한국 극장가의 미래를 빛낼 수 있을까.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는 오히려 한국 영화계의 앞날을 저해할 뿐이다.

다만 한국 영화계의 내부적인 평가로 올해는 나름의 쾌거가 있었다. 흥행이 보증된 상업영화들의 성공이 아니라 신선한 소재로 경쟁력을 갖춘 작품들이 성과를 보인 것. 대표적인 예시로 '극한직업'과 '엑시트', '기생충'이 있다.

이처럼 극장가의 흥행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톱스타의 출연 없이도 천만 관객을 달성한 ‘극한직업’이 올해 상반기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 힘으로 밀고 나간 '기생충'이 국내외 상을 휩쓸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 관객들이 단순히 스타 배우, 자극적 소재 위주로 작품을 고르지 않는 고급 독자의 수준에 이르렀음을 반증하는 '국내 영화 시장의 청신호'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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