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샐러리캡 제안, 무책임 넘어 무례한 KBO 이사회 [ST스페셜]

입력2019년 12월 03일(화) 11:10 최종수정2019년 12월 03일(화) 11:10
이대호 회장
[논현=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KBO 이사회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대호 회장, 이하 선수협)를 대화의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선수협이 KBO 이사회가 제시한 제도 개선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KBO와 10개 구단이 무책임하게 던진 '샐러리캡'이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KBO 이사회가 제시한 제도 개선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KBO 이사회가 제시한 제도 개선안에는 FA 취득 연한 단축, FA 등급제 도입, 부상자명단 제도 신설, 최저연봉 인상, 외국인선수 출전 확대, 1군 엔트리 확대, 육성형 외국인선수 도입, 샐러리캡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선수협은 그동안 KBO 이사회와 의견 차이를 보여왔지만, 이날 총회에서는 찬성 195표, 반대 151표로 제도 개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KBO 이사회가 선수협에게 샐러리캡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대호 회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샐러리캡의 구체적인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며 "완전 수용이 아닌 조건부 수용"이라고 강조했다.

샐러리캡은 간단히 말해 연봉 총액 상한 제도다. 선수단의 연봉이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도 도입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연봉 총액이 제한되는 만큼 거품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지만, 선수들의 양보가 전제돼야만 한다.

샐러리캡 시행 방식도 다양하다. 국내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처럼 일정 금액 이상을 절대 초과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제한할 수도 있고, 메이저리그처럼 초과 금액에 대해서 사치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다소 완화된 방식도 있다.

기준과 범위도 중요하다. 연봉 총액 상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면 샐러리캡 도입의 효과를 거의 볼 수 없다. 반대로 너무 낮다면 저연봉 선수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적정한 상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선수협은 하한 기준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샐러리캡의 범위에 보장 금액만을 포함시킬 것인지, 기존 선수들의 계약에 포함된 옵션 조항은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KBO 이사회가 이 모든 내용에 대해 단 하나의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대호 회장은 "샐러리캡을 한다고 했으면 우리에게 구체적인 안을 줘야 하는데, 안도 없이 시작하겠다고 한다. 선수들이 '이게 뭐냐?'고 묻는데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대 151표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왔다는 것이 이대호 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선수협이 제도 개선안 수용 의사를 밝힌 지금도 KBO 이사회에서는 샐러리캡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제야 기준에 대해 자신들끼리 논의하겠다는 듯한 모습이다. 샐러리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제도 개선안에 포함시켰다기 보다 선수협이 제도 개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팬들에게 '선수협이 제도 개선을 막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무작정 안을 던졌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선수협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있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이대호 회장은 "1년 내내 시간만 끌다가 이렇게 왔다. 이사회와 우리가 의논한 내용도 하나도 없다. (제시안을) 그냥 우리에게 던졌다"면서 "구체적인 안도 없이 어떻게 협상을 할 수 있는가? 후배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설득할 내용이 없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일단 찬성이 나왔으니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이제 조금 더 선수들을 생각하고 안을 가지고 왔으면 한다. 그러면 선수들도 고마워하고 열심히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호 회장은 또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고 싶다. 구단이 생각하는 방향, 선수의 입장, 팬들이 느끼는 이야기를 함께 이야기하면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정확하게 알고 갔으면 좋겠다"며 구단과 선수, 팬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소통은 쌍방향이다. 일방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통보다. 현재 선수협을 대하는 KBO 이사회의 모습에서는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보기 어렵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대화는 어려워진다. KBO 이사회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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