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이정은 "후배들 응원할 수 있는 선배 되고파" [인터뷰]

입력2019년 12월 07일(토) 14:11 최종수정2019년 12월 07일(토) 14:11
이정은 / 사진=윌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다. 현재에 충실하고 때깔 좋게 그 자리를 후배들에게 내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 이정은. 그의 말은 앞으로의 행보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최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은 옹산 마을을 배경으로 고아로 자라 편견에 갇힌 동백(공효진)과 그런 그를 사랑해주는 황용식(강하늘)의 달콤한 로맨스를 담은 얘기다. 극 중 이정은은 경제적인 이유로 어린 시절 동백(공효진)을 고아원에 맡긴 뒤 성인이 된 동백을 다시 찾아온 엄마 역을 맡았다.

지난 9월 6%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동백꽃 필 무렵'은 40회, 23.8%를 기록하며 수목극 1위라는 영예를 안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골 마을에 사는 순박한 청년 황용식과 동백의 잔잔한 사랑 얘기를 다룬 그저 평범한 로맨스 드라마로 시작되는 듯했지만 '동백꽃 필 무렵'은 연쇄살인마 까불이라는 흥행 비밀병기를 품고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신없이 흔들었다.

영화 '기생충'으로 청룡영화제에서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또 '동백꽃 필 무렵'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유난히도 눈부신 한 해를 보낸 이정은. 그는 "저희 어머니가 올해 초에 삼제가 들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근데 그 삼제가 안 좋은 삼제가 아닌 호삼제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해였던 것 같다"고 행복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특히 동료 배우인 이선균을 언급하며 "저한테 온 우주의 기운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올해는 그만큼 주목을 많이 받기는 한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말을 뒤로하고 이준익 감독이 했던 말이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준익 감독이 '운이 좋은 놈 보다, 운이 좋은 놈을 알아보는 사람이 더 운이 좋은 것 같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저한테 우주의 기운이 쏟아진다기보다는 감독님의 말처럼 정말 자신의 분야에서 각고의 노력을 하시는 좋은 분들 옆에 있었기에 이렇게 좋은 행운을 얻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동백꽃 필 무렵' 역시 그에게 그런 작품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로 임상춘 작가와 인연이 있었던 이정은은 "당시에도 작품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었고 또 워낙 필력이 대단한 작가님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차영훈 감독 역시 자신을 섭외하러 왔을 때 정말 진실한 마음으로 작품에 대한 얘기를 전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하며 "이런 분들이랑 함께 작업하는 건 배우로서는 정말 당연히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이정은의 말대로 좋은 사람들과의 호흡 덕분이었을까 '동백꽃 필 무렵'은 시청자들로부터 생각보다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극 중 동백을 경제적인 이유로 버렸지만 성인이 된 동백을 다시 찾아와 치매에 걸린 척 동백의 주변을 지키는 엄마 역할을 한 이정은은 '신 스틸러'역을 톡톡히 했다.

그는 때로는 치매에 걸린 척을 해서라도 동백의 주변을 지키며 못다 한 엄마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가슴 저린 모성애를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때로는 정체모를 행동과 눈빛으로 연쇄살인마 까불이의 선상에 오르기도 하며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그는 까불이가 아닌 그저 동백의 주변을 지켰던 엄마로 밝혀졌고 시청자들은 이런 동백의 엄마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냈다.
이정은/ 사진=윌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에 이정은에게 정숙 역할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사람들이 사람에 대한 반전을 느낄 때 애정이 커지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착한 사람이 착하게만 남으면 아마 밋밋했을 수도 있지만 정숙이라는 역할이 어떤 이유에서였던지 아이를 버렸던 원죄가 있는 엄마고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은 이 역할에 대한 의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나중에 정숙에 대한 그런 오해들이 풀리면서 시청자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이렇듯 비혼임에도 깊은 모성애 연기를 보여준 이정은의 연기에 '타고난 재능이 아닐까'라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그는 사실 자신이 대학교 시절부터 동기들에게 대본도 나눠주고 춤도 추고 그런 재능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힘은 긴 시간 동안 단역부터 수많은 연기를 하며 만들어온 토대 덕뿐 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 도 없고, 한 순간도 헛 된 시간은 없다'는 말은 그가 묵묵히 걸어온 연기 인생에서 증명되는 말이기도 했다. "50이 다 돼서야 주목을 받는 것 같다"는 이정은은 주목을 받지 못한 시간도 자신에게는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그는 긴 시간 주목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는 그저 연기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해 온 자신에게는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기 때문에 묵묵히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 말 끝에 "제가 그리고 자존감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라 어떤 역할을 해도 한 번도 제 역할이 작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웃어 보였다.

끝으로 이처럼 긴 연기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정은은 "사실 이렇게 대중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사랑을 받는 큰 특수를 계속해서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내년에는 '이정은의 시대' 뿐 아니라 또 다른 동료 또는 후배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저는 사람들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들을 자주 하는데 저는 돌아가고 싶은 곳 이 없다. 현재가 좋고 소중하다. 그냥 때깔 좋게 죽는 게 제 소망"이라고 웃어 보인 그는 "저처럼 수면 아래에 있는 후배들이 수면 위로 오를 때 배우 김혜자, 고두심 선생님처럼 초연하게 그들을 응원해주는 선배가 되는 게 꿈"이라며 잠시 휴식을 갖고 또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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