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죽였다' 스릴 없는 스릴러 [무비뷰]

입력2019년 12월 09일(월) 15:03 최종수정2019년 12월 09일(월) 15:04
아내를 죽였다 / 사진=아내를 죽였다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아내를 죽였다'는 평탄한 스릴러다. 경찰과 범죄 조직, 도박과 폭력, 살인 사건과 블랙아웃까지 스릴러적 요소는 충분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긴장감이 빠지며 전개는 허술해지고, 반전도 억지스럽다. 스릴러에 긴장이 빠지니 김빠진 콜라와 같다.

영화 '아내를 죽였다'(감독 김하라·제작 단테미디어랩)는 술을 마신 후 곯아떨어진 채정호(이시언)가 숙취로 눈을 뜬 다음 날 아침, 별거 중이던 아내 정미영(왕지혜)의 살해 소식을 듣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채정호는 유력 용의자로 몰리며 알리바이를 입증하고 싶지만 간밤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는 어젯밤 행적을 따라 기억의 퍼즐을 맞추게 된다.

작품은 술에 취해 잠든 채정호를 경찰 최대연(안내상)이 찾아오며 시작된다. 최대연은 지난밤 정미영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형식적인 채정호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 두 사람은 옥신각신하다가 최대연이 피뭍은 채정호의 상의를 발견하며 용의선상에 올라간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며,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미 채정호가 피 묻은 상의를 입고 있었음에도 시간이 흐른 뒤에 이를 본다는 설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갑자기 긴장감 있는 음악이 흐르고, 배우들은 갑자기 긴장감이 감도는 눈빛을 보여준다. 첫 단추부터 억지스러운 설정인 셈이다.

가까스로 상황을 벗어난 채정호는 지난밤 기억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 나선다. 스스로 아내를 죽였는지에 대한 기억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며 하나둘 맞춘 기억 속에는 아내에 대한 기억보다는 채정호가 어떻게 스스로 인생을 망쳤는지가 담겨 있다. 허세 때문에 해고당한 점을 아내에게 밝히지 못하며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공장에서 일당을 받는 일을 한다. 그러던 중 도박에 손을 대고, 돈이 떨어지자 사채까지 쓴다. 인생이 궁지에 몰리며 인간이 어떻게 최악의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 것이다.
아내를 죽였다 / 사진=아내를 죽였다 스틸컷

이는 누군가에겐 인생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삶의 경종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인생을 논하기엔 오만하고, 경고를 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채정호가 도박에 손을 대는 과정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아내의 죽음이 얽히고, 본격적인 범인 찾기에 집중되며 극적인 요소가 곳곳에 들어간다. 극적인 요소가 적재적소에 들어갔다면, 긴장감을 조성하고 먹먹한 여운이 남을 수 있으나 엉성하다. 결국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액션도 문제였다. 경찰에 쫓기지만 경찰과의 추격전은 달리기만 있을 뿐, 뚜렷한 액션은 없다. 롱테이크로 이어진 달리기는 지루하기까지 하다. 사채업자도 마찬가지다.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인 사채업자도 어딘가 엉성하다. 손목을 자른다든가, 눈을 뺀다든지 과격한 대사는 등장했으나 빌런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예상 가능한 부분에서 액션이 이루어졌고, 예상 가능한 시점에서 구조된다. 오히려 채정호라는 평범한 인물에 당하기만 하는 사채업자 일당이 귀여워 보일 정도다.

이렇게 극의 전개와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연출의 탓이 크다. '아내를 죽였다'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연재 당시 큰 인기를 끌며 평점 9.4를 기록한 바 있다. 짜임새 있는 원작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며 힘을 잃었다. 느슨한 연출과 억지스러운 장면, 그리고 싱거운 반전이 더해진 것이다.

이시언의 연기도 아쉽다. 10년 만에 첫 주연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90분을 혼자 채우기에는 묵직한 맛이 없다. 그간 이시언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생활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그가 맡은 채정호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평범함으로 스크린을 꽉 채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처럼 영화는 이시언의 첫 주연과 동명의 웹툰을 앞세웠으나 뻔한 전개와 실망스러운 반전으로 차 있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무색할 정도로 스릴이 없다.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마니아층이 많다. 그러나 눈이 높아진 관객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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