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에만 투자 쏠려"…'기생충' 선전 속 韓 영화 암흑기 [ST연말기획②]

입력2019년 12월 15일(일) 09:01 최종수정2019년 12월 16일(월) 09:19
대작 영화 투자 쏠림 현상 / 사진=프리픽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올해 천만 영화가 무려 다섯 편이다. 특히 '겨울왕국2'은 독과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독주 릴레이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관객 수와 투자 비용은 전년 대비 현저하게 떨어졌다.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2'를 포함해 올 한 해 천만 영화는 무려 다섯 편이다. 상반기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등이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극장 관객 수는 상반기 사상 처음 1억 명을 경신했다. 이처럼 같은 해 개봉작 4편이 연이어 천만 영화가 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극장가의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관객이 늘었지만 영화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2019년 전반적으로 관객 500만 명 이상을 기록한 이른바 '중박 영화'는 '엑시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캡틴 마블', '조커' 등이 있다. 190억 원 이상의 제작비와 유해진, 류준열 등 스타 배우들을 기용한 '봉오동 전투'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긴 했으나 외화에 밀려 올해 전체 박스오피스 10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이는 즉 할리우드와 한국 대작 영화가 기대 이상의 관객몰이를 하며 전체 영화 시장이 성장한 것을 의미하지만 그만큼의 쏠림 현상 역시 가중됐다는 뜻. 일부 대작영화 중심의 흥행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중박급 흥행영화가 줄어들고 있어 시장파이가 꾸준히 커지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제작비 100억 원을 넘는 '물괴', '명당', '협상', '스윙키즈' 등이 줄줄이 참패를 맛봤다. 올해 '악인전', '말모이' 등 역시 기대감과 달리 큰 흥행몰이에 성공하지 못 했다. 고수익을 기대하는 대작 영화 제작에 대한 쏠림 현상은 투자사들 만의 폐단은 아니다.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은 대폭 줄었고 결국 다수의 독립영화 상영관은 문을 닫았다. CGV의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이자 배급사였던 CGV 아트하우스가 최근 독립예술영화 투자배급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CGV아트하우스는 그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시작으로 '차이나타운', '걷기왕', '버닝' '유열의 음악앨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성 있는 영화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흥행 성과와 약 8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버닝' '우상' 등 최근 작품의 흥행 참패가 CGV아트하우스의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작 영화들의 부진은 국내 영화계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극장가 전체의 참패를 이끌어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영화산업관련 통계 2009~2019'에 따르면 2017년 2억1987만 명이던 영화 관람객 수가 지난해 2억1639만 명으로 1.6%(348만명) 감소했다. 국민 1인당 영화관람횟수도 4.18회로 최근 5년 새 최저를 기록한 모양새다.

한국영화 관람객 수 하락에 따른 영향이다. 해외영화 관람객은 2017년과 비교해 1억624만 명으로 0.3%(27만명) 늘어난 반면 한국영화는 1억1015만 명으로 3.3%(375만 명)나 줄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투자수익률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영화 투자 성과는 지난 2012년 이후 매년 수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는 -17.3% 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1년 이후 7년만의 손실이다. 최근 10년 동안 투자수익률이 가장 안좋았던 2011년(-14.7%)와 2009년(-13.1%)보다도 손실률이 크다.

물론 관객, 배급사, 극장 모두 대작 영화에 거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올해는 유난히 중박 영화부터 다양성 영화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빛을 발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2019년 최고 흥행작 '82년생 김지영'은 손익분기점 160만에 누적관객수 366만 명을 기록했다.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경우 손익분기점 50만에 누적관객수 약 115만 명을 동원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스포츠투데이에 "'윤희에게'의 흥행은 국내 관객들이 이런 다양성 영화에 목말라했다는 걸 반증한다. 앞으로 더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다만 '윤희에게'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기 못했다. 순 제작비가 10억 원이 들었다. 더 많은 관객들이 봐야 이런 영화들이 제작될 수 있다. '벌새'와 '윤희에게'가 10만을 넘고 '메기'와 '우리집'이 5만 명 관객을 을 넘었다. 독립영화가 풍성한 결과를 얻었지만 아직까지 재생력을 갖기 위한 시스템이 부족한 현실"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스크린 독과점 역시 큰 문제점이라 일침을 가했다. 그는 "스크린독과점 현상 및 기존 수직계열화 등 이러한 문제들은 상업영화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사실상 저예산 영화 등 통칭 다양성 영화에 대한 정책이 부족한 시점이다. 영화라는 산업이 예술이 아닌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 논리로 이뤄진다. 하지만 그 가운데 공정성을 가져야 한다. 이는 배급사보다 극장의 문제다. 메이저 배급사, 중소 배급사, 수입사들은 다분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4대 멀티플렉스 등의 상영 회차를 배정하는 시스템에 브레이크가 걸려야 한다. 사기업의 이익창출을 벌기 위한 행위가 정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정당성에 있어서 플레이어들이 통제 불가능한 실타래에 묶였다. 이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왕국2'의 스크린 독과점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 관계자는 "'블랙머니' 역시 개봉 당시 다른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여전히 메이저들 위주로 논의되는 현실을 드러낸다"면서 "그 당시 제기됐던 한국영화인들이 한국 영화가 독과점을 했을 때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영화인들이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 외화든 한화든 독과점에 대한 문제점은 분명하다. 국적과 상관없이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만들어야 하는 대목"이라 주장했다.

상반기 '어벤져스4'와 하반기 '겨울왕국2'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 등으로 잡음이 많았던 한 해. 이러한 논란은 결국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를 도래한다. 독과점 문제 극복을 위해 특정영화 스크린 점유율 상한제, 다양성 영화의 적정한 상영 보장 등 필요한 제도적 장치이 필요한 시점. 영화시장의 공존과 다양성을 위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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