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부드러움 속 감춘 단단함 [인터뷰]

입력2019년 12월 16일(월) 09:23 최종수정2019년 12월 16일(월) 09:33
시동 정해인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정해인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제작 외유내강)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정해인은 빨리 사회에 나가 돈을 벌고 싶은 상필로 분했다. 상필은 절친 택일과 함께라면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거친 캐릭터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험한 일도 마다 않지만 상상도 못한 위기를 맞으며 극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간 달달하고 로맨틱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정해인은 ‘시동’을 통해 반전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정해인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저는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을 좋아한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 다들 결핍이 있다. 그 결핍을 상대방으로부터 채워가는 이야기에 끌리게 됐다”고 밝혔다.

정해인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매 작품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이번 작품 역시 다채로운 캐릭터 소화력으로 이야기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인다. 갖은 고난 속에서 성장해가는 캐릭터 상필은 정해인을 만나 어설프지만 의욕 넘치는 청춘의 표상으로 완성된다. 이에 최정열 감독은 현장에서 정해인이 상필이 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호평을 전하기도 했다.

정해인은 “삐딱한 청소년을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귀엽고 어설픈 역할이기 때문에 더욱 부담감이 없었다. 캐릭터가 주는 통통 튀는 재기발랄한 느낌이 좋았다”면서도 “작품을 ‘봄밤’과 함께 촬영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각 작품 속의 갈증을 채울 수 있었다. 스트레스도 풀리더라. 옥상에서 담배 피는 장면도 전날 촬영하고 바로 넘어와서 찍었다. 그때 너무 힘들었고 잠을 못 잔 상태였다. 그럼에도 너무 좋았던 현장”이라며 남다른 고충을 전했다.
시동 정해인 / 사진=영화 시동 스틸컷

그러면서 그는 캐릭터 구축하는 과정 속에서 가졌던 많은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정해인은 성인이 되지 않은 미성숙한 인물을 만들면서 그 나이대가 가지고 있는 혈기왕성함과 거침을 가장 강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아이’처럼 보이기 위해 목소리 톤부터 사소한 움직임까지 연구했다고. 이렇듯 무단한 노력이 있어서일까. 껄렁껄렁한 양아치지만 정해인의 상필은 밉지 않을 뿐더러 안쓰러움까지 자아낸다.

이어 “‘시동’의 가장 큰 매력은 택일, 박정민과의 호흡이었다. 지금까지 못 보여준 다양한 모습과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극 중 박정민과 통화만 한다. 너무 아쉬웠다. 심지어 오토바이 추격 장면도 후반부에 촬영했다. 그때도 뒤통수만 계속 봤다. 몇 장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며 박정민을 향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를 준비하며 ‘파수꾼’을 본 후 같이 촬영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박정민이라는 존재는 내게 연기적으로 큰 동기부여가 됐다. 박정민이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를 보면 날것의 느낌이 있다. 배우를 준비하며 나 역시 저렇게 연기를 묵묵히 한다면 박정민처럼 되리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정해인은 무작정 사회로 뛰어들어 몸소 부딪히는 상필 그대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 역시 한 단계 성장하는 중이라면서 신인 시절과 달라진 점을 직접 설명했다.

정해인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점점 더 신중해진다. 신인 시절, 브라운관에 제가 나올 때 처음에는 신기했다. 이후 제 역량이 더 크게 미치는 배역을 하며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 건 사실이다. 촬영장에서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외적으로 챙겨야 할 게 정말 많았다. 같이 분위기를 만들고 자유롭게 연기하는 현장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사뭇 현장 속 선 굵은 배우의 모습을 연상시키게 했다.

그는 스스로를 두고 큰 단점이 있다면서 고민과 걱정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사서 받는 편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달리 반항하는 일탈 청소년 캐릭터에 대한 도전 역시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이에 정해인은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도전 자체를 좋아한다. 안 해 본 일들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도전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이는 영화와 맞닿아있다. 상필이 극 중 해보고 후회하지 않냐”면서 진지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해인은 그간 올곧고 바른 이미지를 잠시 접어두고 이제는 새로운 매력을 뽐내며 대중을 깜짝 놀라게 만들 예정이다. 올 한해를 두고 열심히 살았다고 표현한 정해인. 그는 연기를 오래 하기 위해 항상 많은 것을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해인의 목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차분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것이다. 경험과 내공을 켜켜이 쌓으며 숨겨왔던 얼굴을 하나씩 내보이는 것. 그는 “때에 맞게 하나씩 보이지 못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다. 악역도 욕심이 난다. 여행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연기를 계속 할 거다. 10년 뒤엔 감독이나 제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지금은 아니”라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처럼 숨은 발톱을 드러내듯 포부를 하나씩 꺼내고 있는 정해인은 그의 도전을 오롯이 담은 ‘시동’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작품은 모든 이들에게 존재하는 결핍에 대한 이야기라고.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결핍을 어루만지는 이야기 ‘시동’은 18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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