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질주의 원동력 [인터뷰]

입력2019년 12월 16일(월) 09:34 최종수정2019년 12월 16일(월) 09:35
박정민 시동 / 사진=NEW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시동’ 속 박정민은 물 만난 물고기 같다. 자유로운 헤어스타일과 꾸밈없는 언행. 스스로 이야기 속에서 뛰어 놀았다고 표현할 만큼 박정민은 극의 중심에서 훨훨 날아다닌다. 박정민은 사춘기 반항아 캐릭터에 그가 겪어왔던 고민과 갈등을 쏟아 부으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선사할 전망이다.

‘시동’(감독 최정열·제작 외유내강)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정민은 극 중 먼저 무작정 집을 나가 군산을 찾게 되는 택일 역할을 맡았다. 택일은 반항기 가득하지만 결코 밉지 않은 자유로운 인물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청춘의 파란만장함을 담아냈던 박정민. 그가 선보일 ‘시동’ 역시 아직 여물지 않은 어린 청년 택일이 거친 파도와 만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먼저 박정민은 작품을 본 소감으로 “시나리오를 봤을 때와 촬영했을 때, 또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이 매번 다르다. 시사회를 진행하고 반응을 찾아봤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보고 간 것 같아서 기분 좋았다”고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정민은 ‘시동’을 선택한 이유로 최정열 감독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그는 원작이 본인의 마음을 울렸던 만큼 그 때 그 감정들이 영화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내심 궁금했다고. 이어 박정민 원작의 방대한 캐릭터들이 이야기 속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최정열 감독에게 놀라움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최정열 감독과 작업을 같이 해도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졌다.

이어 “극 중 인물들이 살아온 궤적이 다 있다. 그 사연을 다 보여주다 보니 다양한 장르들이 나오게 됐다. 택일과 택일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인 지점이 많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 장르적 혼합에 대해 우려도 있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 탈선과 반항의 아이콘인 택일, 캐릭터 구축에 대한 고민은 어땠을까. 이를 두고 박정민은 “세대 차이가 관건이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그들이 tM는 용어가 있고 소비하는 문화가 있다. 따로 이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줄임말, 유행어들을 써봤는데 나이 든 사람이 애써 어린 척하는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집중을 방해할 것 같았다. 과감히 포기하고 택일의 감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택일은 날라 다녀도 상관없는 인물이다. 그를 표현하며 시나리오에 갇히지 않고 재밌게 만들었다. 감독님이 정해준 선에서 배우들이 잘 뛰어놀았다. 지인들은 택일과 내가 굉장히 비슷하다고 하더라. 나 역시 방황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만큼 제가 갖고 있던 택일의 모습을 갖고 오려 했다. 제 안에 그런 모습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껄렁껄렁하고 입만 열면 욕하는 모습, 사실 남자들은 다 그런 모습이 있다. 사적인 모임에서의 박정민이 택일과 같은 지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작품을 통해 브로맨스 호흡을 맞춘 정해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극 중 서로를 의지하는 죽마고우 사이. 거친 세상의 파도 속에서 각자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다. 실제로 또래인 만큼 박정민과 정해인, 두 청춘 배우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남다른 브로맨스를 뽐내며 이야기의 결을 완성시킨다. 이에 박정민은 실제로 그가 바라본 정해인을 두고 "사석에서 몇 번 봤지만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다. 현장에서의 모습을 보니 자유로운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연기 잘 하는 건 다들 알지 않냐. 내가 그의 연기를 감히 평가하긴 어렵다. 그저 현장에서 행복해보였다”며 회상했다.

그러면서 박정민은 자신과 정해인의 영역을 명확하게 선 긋기도 했다. 그는 겸손한 태도로 “내게 정해인의 역할은 불가능하다. 사람은 한계가 있다. 제가 로맨스를 하면 코미디 같을 것 같다. 시켜주면 또 감사한 마음이 있다. 저도 멜로물을 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동 박정민 / 사진=영화 시동 스틸컷

박정민을 만난 덕분일까. 가출과 비행을 일삼는 택일은 사랑스러움으로 포장됐다. 자연스럽게 박정민의 반항아 시절이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건 공부 안 하고 연기했다고 했을 때다. 고등학생 때 영화 감독이 하고 싶다고 우겼다. 일가친척들이 난리가 났다. 내게 기대감이 있었다. 다들 상심이 크셨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떨어지고 중앙대 연기영화과를 쓴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쓰러지고 수술을 하셨다. 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하셨다”며 남다른 사연을 전했다.

이처럼 쉽지 않았던 시작이었던 만큼 박정민은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늘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그는 “‘내게 어울리는 건 뭘까’라는 고민을 늘 한다. 하고 싶은 거랑 잘 하는 거랑 다르다. 저는 항상 하고 싶은 걸 할 뿐 어울리는 걸 하는 사람은 아니다. 제게 어울리는 걸 한다면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작품 중 ‘하다보면 어울리는 일이 된다’는 대사가 큰 충격을 줬다. 연기를 하다보면 내게 어울리는 일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연기를 동경했고 여기까지 왔다.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하고 싶어 시작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잘 하고 싶다”며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앞서 박정민은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해 영화 ‘피 끓는 청춘’ ‘더 킹’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사바하’,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안투라지’ 등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던 터.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을 통해 주연으로서의 자리매김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정민은 아직까지 학생의 태도로 현장에 임하고 있노라 밝혔다.

그는 “내겐 아직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다. 늘 현장에서 좋은 선배들과 스태프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내가 나오지 않는 장면들 역시 재밌다. 체득을 해나가고 있다”면서 “특히 이번 작품은 캐릭터가 많이 열려있기 때문에 갇히지 않고 마음대로 했다. 현장 나가는 것조차 재밌었다. 앞서 ‘타짜’ 때는 캐릭터가 규정돼 있었다.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반면 ‘시동’은 하다 보니 나오는 것들로 채워나갔다. 어디로 가도 상관이 없는 통통 튀는 재미가 있더라”고 전했다.

주연으로서의 위치까지 올라선 박정민은 이처럼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꽉 차 있었다. 하지만 뜨거운 엔진을 장착한 그에게도 연기는 늘 난제로 존재한다고. 먼저 박정민은 현재를 두고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는 시점이라 표현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박정민에게 최근 3년은 열심히 달려왔고, 또 세상에 조금씩 작품을 꺼내 보이며 관객들과 만나며 이름을 알려온 시기였다.

쉼 없는 질주에는 연기를 오래 하고 싶었던 그의 욕망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늘 준비된 연기력으로 작품을 만나왔던 박정민이기에 그의 존재는 어느 이야기 속에서든 톡톡히 진가를 발휘했다. 이처럼 그저 자유와 연기가 '고픈' 박정민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동’이 걸렸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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