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하정우, 유머는 나의 힘 [인터뷰]

입력2019년 12월 23일(월) 09:51 최종수정2019년 12월 23일(월) 09:54
백두산 하정우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재난 전문 배우' 하정우가 또 다른 재난 영화 '백두산'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재난 영화에 버디 무비를 결합으로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꾀했다. 그 안에서 하정우는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활개쳤다. 오직 하정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백두산(감독 이해준·제작 덱스터픽쳐스)'은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하며 한반도가 아비규환에 빠진 상황 속 남과 북을 집어삼킬 추가 폭발이 예측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하정우는 극 중 전역을 하루 앞두고 작전에 투입되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정우는 그간 '더 테러 라이브' '터널' 등 재난 영화에 출연하며 '재난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렇기에 하정우와 '백두산'의 만남은 익숙한 느낌이다. 그러나 하정우는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로 '백두산'을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정우는 "스토리와 소재 자체가 재밌어서 선택했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건 사건 자체가 신빙성이 있지 않냐. 우리나라에서 그런 것을 갖고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 그걸 영화적인 소재와 상상으로 구현하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한라산은 많이 가봤지만 백두산에 가본 사람은 드물지 않냐. 그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가 하정우에게 특별한 것은 그가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병헌 캐스팅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냈을 때는 이병헌이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 중이었다. 나는 독촉 전화를 했을 뿐이다. '빨리 결정해라', '읽어봤냐 같이 하고 싶다'고 전했다. 주말에 읽고 얘기해준다고 했는데 바로 오케이 하더라"고 말했다.

영화는 하정우와 이병헌의 버디물이다. 그는 직접 섭외한 이병헌과의 호흡을 두고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병헌도 워낙 웃기다. 가끔 춤을 추기도 하고, 개그 욕심이 있어서 엉뚱하기도 하다. 나는 일단 개그 욕심이 많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편하게 촬영하고, 이야기하고, 어울렸다"며 "이병헌과의 작업을 원했다. 무슨 작품으로 만날 수 있을까 하다가 '백두산'을 먼저 알고 제안했다. 이 무거운 짐을 덜어줄 사람은 이병헌이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기적으로도 너무 좋았다. 척하면 척이었다. 장갑차 안에서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었다. 이병헌이 먼저 촬영하고, 내가 그 영상을 보면서 연기했다. 시나리오보다 풍부하게 한 걸 보고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난 영화 특성상 촬영하면서 어려움은 있었다. 그는 "먼지가 가장 힘들었다. '터널' 때는 콩가루를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화산재를 세팅해야 되니 펄프 재질과 실제 먼지 등을 혼합했다. 상당히 불편하더라. 대사를 하는데 눈에 떠다니는 게 보이니까 신경 쓰였다. '터널' 때는 차 안에만 세팅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벌판을 전부 채워야 했다. 비용 문제도 있었다"며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스태프들은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다. 배우들은 그럴 수 없으니 끝나면 식염수로 코를 청소하곤 했다. 실제 백두산이 폭발하면 살기 힘들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백두산 하정우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하정우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 하정우 특유의 유머는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재난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하정우다. 그는 "기본적으로 어떤 장르든 영화에 코미디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자연스럽게 풍기는 유머가 필요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유머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있기에 배치시켜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서도 비극을 극대화하기 위해 앞에 희극을 배치한다.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재난 상황이어도 24시간 긴장 상태가 아니라 유머가 있어서 좋다. 실제로 비슷한 재난이 일어나도 곳곳에 유머가 있을 수 있지 않냐"며 "할리우드 영화를 보더라도 뉴욕 맨해튼이 물에 잠겨 피난을 가는 상황에서 불 피우고, 자판기 부셔서 음식을 먹는 건 제3자 입장에서 여유롭고 로맨틱하게 보일 수 있다. '백두산'에 배치된 유머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유로운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긴장감을 해소하게 만든다"고 소신을 밝했다.

다만 웃음 코드가 과하게 들어간 느낌이 들어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수위 조절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감독님이 했기에 그분들의 코드가 아닌가 싶다. 전에 맡았던 캐릭터와 달리 코미디적은 요소를 넣어도 될만한 인물이기에 그렇게 연기하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그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의 유머러스함은 평소 성격을 반영한다. 실제로 하정우의 유쾌한 모습은 공식석상, SNS 등에서 나타난다. 특히 '별명 장인'으로 불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유쾌한 별명을 지어주기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이제 유쾌함이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대인사하고 3초 정도 포즈만 했을 뿐인데 다들 웃는다. 내가 선천적으로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안 좋아한다. 기자 간담회같이 엄숙한 자리에서도 웃기려고 하는 것 같다. 곧 개봉될 '클로젯'부터는 진중한 이미지로 가고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재난 전문 배우', '별명 장인' 등 하정우를 수식하는 말은 참 많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트리플 천만 배우'다. 하정우는 영화 '암살'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으로 트리플 천만을 달성했다. '백두산' 역시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 수를 넘어서며 천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정우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스코어는 항상 조심스러운 것 같다. '천문', '시동' 등 한국 영화가 많이 개봉하지 않았냐. 이왕이면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다. 30대는 배우로서 쉴 틈 없이 달렸고, 그만큼 많은 것을 이뤘다. 40대가 된 지금은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는 "현장에서 어느 순간 선배 대열에 올라섰다. 이제부터는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40대 배우로서 건강하게 살고, 일을 하면서 모범적으로 보여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그렇기에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때 깊어지고 밀도가 있어야 하며 재밌는 작품을 소개해야 된다는 생각도 많아졌다. 올해보다는 내년, 전작보다는 이번 작품이 나아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끝으로 하정우는 배우로서, 또 제작자로서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공개했다. 그는 "영화 작업에 대한 애정이다. 배우로서 삶을 사는 게 감사하고 사랑한다. 영화 작업에 참여하고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애정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게 아닐까. 비록 중간중간 힘들고 기대한 만큼 결실을 맺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지금도 일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좋다. 앞으로 나이를 먹어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정우는 유머러스함으로 어떤 작품이든 '하정우화' 시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늘 입증했다. 여기에 영화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까지 더해져 그의 작품은 진정성으로 꽉 차있다. 수많은 수식어를 바탕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하정우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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