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과 고집 사이' 갈림길에 선 벤투호 [ST스포츠결산④]

입력2019년 12월 27일(금) 06:01 최종수정2019년 12월 26일(목) 13:57
파울루 벤투 감독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벤투호의 2019년은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한 해였다.

벤투호의 2019년은 큰 위기나 급격한 추락은 없었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을 둘러싼 여러 가지 불안 요소들이 조명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벤투호는 올해 A매치 18경기 동안 12승4무2패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높은 승률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점유율 축구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여전히 점유율 축구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벤투호의 올 시즌 첫 출발은 좋지 못했다. 벤투호 출범 이후 첫 공식 대회이자 59년 만에 대회 우승을 노렸던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득점력 부족을 노출하며 우려를 자아냈다. 결국 그 우려는 토너먼트에서 현실로 다가왔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바레인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간신히 8강에 진출했다. 8강전에서는 카타르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고 많은 공격을 펼쳤지만, 끝내 카타르의 골문을 열지 못한 채 0-1로 패했다. 한국이 아시안컵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짧은 패스를 구사하는 아기자기한 플레이의 점유율 축구를 강조한다. 평가전에서는 그의 전술이 통했지만, 정작 약팀들의 밀집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특히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혹사 논란과 전술이 통하지 않을 때 대안으로 내놓을 수 있는 플랜B의 부재도 아쉬웠다.

다행히 아시안컵 이후 치른 A매치에서는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3월 홈에서 열린 친선경기 2연전에서 볼리비아(1-0)와 콜롬비아(2-1)를 연달아 제압했고, 6월 A매치 기간에는 호주(1-0), 이란(1-1)을 상대로 선전했다.

하지만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 돌입하면서 벤투호의 경기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벤투호는 최약체 스리랑카(8-0)와의 홈경기를 제외하면 좀처럼 시원한 승리를 보여주지 못했다. 평가전이었던 조지아(2-2)전을 비롯해 투르크메니스탄(2-0)전, 북한(0-0)전, 레바논(0-0)전까지 원정 3연전에서 1승2무(승점 5)를 기록하는 데 그치며 원정 징크스도 반복됐다. 또한 브라질(0-3)과의 원정 평가전에서는 벤투호 체제 첫 3실점을 내주며 패했다.

특히 북한과 레바논 원정은 경기 외적인 문제가 터지면서 벤투호를 괴롭혔다. 두 국가 모두 현지 사정과 정치적 문제로 무관중 속 경기가 치러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벤투호에게 이번 동아시안컵은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대회였다. 유럽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 킬) 등이 합류하지 못하면서 국내 K리그와 J리그, 중국리그 등의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릴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플랜B 구축, 새로운 자원의 발굴 등을 기대했다.

동아시안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홍콩과 중국를 만나서도 벤투호의 경기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필드골이 없이 두 경기 모두 세트피스에서 득점하며 승리했다. 일본전에서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중거리포가 유일한 필드골이었다.
벤투호 / 사진=DB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거두며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벤투호는 마냥 기뻐만 할 수 없었다. 경기력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줄 정도의 성과로 보긴 어려웠다. 비록 유럽파가 빠져 최정예 멤버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상대 역시도 주전급 선수가 아니었다. 특히 일본은 내년 23세 이하(U-23) 아시아챔피언십을 대비해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명단을 꾸렸다.

그에 비하면 벤투호는 황인범을 비롯해 나상호(FC도쿄),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민재(베이징 궈안), 권경원, 김진수(이상 전북 현대), 조현우(대구FC), 김승규(울산 현대) 등 공격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주전급이었다.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보경(울산)과 문선민(전북)의 활용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또한 점유율 축구도 좋지만, 완성도를 높인 세밀한 부분 전술도 필요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에 대해 변화를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다양성과 유연성의 부재는 앞으로 마주하게 될 최종예선과 월드컵 본선 등 더 큰 무대에서 치명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냉정히 말하자면 그동안 겪었던 실패가 되풀이될 뿐이다. 올 한해 뚝심과 고집의 갈림길을 넘나들었던 벤투 감독의 리더십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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