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맨' 정준호의 코미디는 진화한다 [인터뷰]

입력2020년 01월 20일(월) 11:00 최종수정2020년 01월 20일(월) 10:49
히트맨 정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날카로운 눈빛, 깊은 목소리, 묵직한 분위기로 코믹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 그는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한다. 또 그의 코미디는 시대에 발맞춘다. 과거부터 이어진 그의 코믹 연기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했다. 배우 정준호의 이야기다.

정준호의 코미디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영화 '두사부일체'에 출연하며 조폭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이어 영화 '가문의 영광' '투사부일체' '유감스러운 도시' 등을 통해 코미디를 잘 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이런 정준호가 2020년, 새로운 코미디 장르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코믹 액션에 애니메이션이 가미된 영화 '히트맨'(감독 최원섭·제작 베리굿 스튜디오)이다.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전설의 암살요원이 술김에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웹툰으로 그리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정준호는 극 중 전설의 암살요원 준(권상우)를 훈련시킨 악마 교관 덕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번 영화는 정준호가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오래 헤어졌던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영화라는 익숙한 현장을 잠깐 떠났다가 드라마 시스템에 젖어 있었다. 다시 영화 현장에 돌아오니 감회가 다르다. 물론 같은 촬영이니 현장에서의 차이점은 크지 않지만, 컨디션 관리하는 데 있어서 영화 현장이 반갑더라"며 "드라마 촬영은 타이트하고 내 컨디션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방송 날짜에 맞춰진 시스템이다. 영화는 그날 나의 컨디션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여유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4년 만의 스크린 복귀기 때문에 정준호는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히트맨' 출연 계기를 두고 시나리오의 느낌이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시나리오를 한두 번 보면 느낌이 온다. 그런데 이건 대 여섯 번을 집중해서 읽은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런 시나리오가 다 있을까 싶었다. 다소 엉뚱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에게 어울리는 내용 같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어려운 삶에서 살아가려고 하는 젊은이의 의지와 열정을 느꼈다. 또 장르적으로 새로워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정준호는 시나리오를 통해 얻은 좋은 느낌이 감독과의 미팅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님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감독으로 데뷔했고, 어렵게 이 시나리오를 썼더라. 감독님이 겪은 아픔을 이 시나리오에 잘 녹였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미 권상우가 캐스팅된 상황이었다. 권상우는 준이라는 캐릭터와 누구보다 잘 어울렸다. 감독님의 인생 경험이 담긴 시나리오와 권상우가 연기할 메인 캐릭터의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확신을 갖고 작품에 임한 정준호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는 "이렇게 복귀한 현장에 설렘과 부담을 갖고 임했다. 어느덧 현장에 가니 내가 최고 선임자의 위치가 됐더라.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선임자라는 위치는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원활하게 이끌어가야 할 책임도 있는 것 같다"며 "선후배 간의 교감, 제작자와 스태프들의 간의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도 선배로서 앞장서야 될 부분이다. 여러 분야의 의견을 조합하기 위해 때로는 회식을 주도하고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지갑은 열리고, 영수증은 쌓이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한마디로 현장에서 내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더라. 감독님들이 아마 내가 이런 역할을 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라며 "감독님이 온전히 연출에 몰입하려면 현장에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내가 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트맨 정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준호가 중심을 잡았기에 현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정준호는 물론 상대 배우들까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이런 현장에서 정준호는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악마 교관 덕규는 극 초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다가 후반부에 들어가며 인간미와 코믹함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정준호는 "덕규라는 인물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시퀀스가 달라진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암살요원을 길러내는 전반부의 모습과 후반부에는 인질로 잡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 부딪히면 망가질 수밖에 없지 않냐. 거기에 준과의 정이 쌓였고, 그를 돕기 위해 망가진다는 개연성으로 캐릭터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극 후반부 정준호는 화끈하게 망가진다. 이는 정준호가 과거 보여준 코믹 연기와 결이 다르다. 호흡은 더 빨라졌고, 적재적소에 시대 흐름에 맞는 애드리브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해 정준호는 "세월이 흐르며 삶의 스타일도 바뀐다. 또 미디어 환경과 사회 환경도 급속도로 변한다. 이와 함께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눈높이도 빠르게 올라갔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은 바뀌는데, 아무리 연기자들이 과거에 호흡과 테크닉을 잘 했다고 하더라도 옛날 것을 고수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요즘 코미디는 빨라진 호흡이라는 게 정준호의 설명이다. 그는 "너무 빨라져서 지나가야 느낄 정도다. 유튜브가 등장하고, 수많은 채널이 방송되며 대중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한다. 여기서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 보는 세상이다.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뒤를 생각하지 않는, 깊이를 생각하지 않는 즉흥적인 말들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뭔가 생각하면서 했는데 지금은 상대방보다 한 템포 빠르게 애드리브를 해야 코미디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을 못 따라가면 뒤처지는 느낌이 나더라. 신구 조화를 잘 해낼 수 있는 포인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뒤처져 있었구나를 느꼈을 때 빨리 따라가야 한다"며 "물론 현장에서 부족한 것도 많았다. '저렇게 해보고 이렇게 해볼걸', '애드리브도 더 자신감 있게 칠걸'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코미디의 흐름을 읽으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정준호는 "코미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웃음이다. 극 중 긴박한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장면이 있었다. 내가 여기서 '언제 식사 한 번 하시죠'라는 애드리브를 쳤다. 이건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묻어 나는 애드리브가 웃음 코드가 돼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코미디의 매력이다. 이런 걸 잘 접목해서 호흡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정준호는 '히트맨'을 볼 예비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히트맨'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꿈을 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길을 가는 친구의 이야기다. 그 길을 가는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설정해서 가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우리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다. 꿈을 꾸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해볼 때까지 해보는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준호는 오랫동안 갈고닦은 코미디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스스럼없이 망가짐을 택한 정준호 표 코미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했고, 꿈을 꾸는 이들에게 공감을 줄 일만 남았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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