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 감독, 과장되지 않은 도전 [인터뷰]

입력2020년 01월 27일(월) 16:45 최종수정2020년 01월 27일(월) 16:45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우민호 감독이 전작 '내부자들'과 '마약왕'의 강렬한 아우라를 벗었다. 한층 더 켜켜이 쌓아올린 예리한 연출력과 냉철함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는 더이상 전작이 아닌 새로운 도전 '남산의 부장들'로 기억되고픈 소망을 드러냈다.

22일 베일을 벗은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근현대사의 가장 드라마틱한 정치적 사건을 다뤘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다. 10·26 사태 40일 전의 긴박한 이야기를 그렸다. 대한민국 대통령 박통, 실제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등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로 완벽한 호흡을 맞췄던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의 재회로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끌어모았다. 이병헌은 극 중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맡아 두고 곽상철(이희준)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날 개봉한 소감으로 '기대 반 떨림 반'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우민호 감독은 관객들의 반응을 가늠할 수 없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개봉 이후 실시간 예매율 등을 참고하면서도 평가가 궁금해 사뭇 신경이 쓰였노라고. 이를 두고 우민호 감독은 "다행히 관객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감독으로써는 손익분기점 500만을 넘기길 바란다. 소박할 수 있지만 함께 참여했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 토로했다.

다만 실존인물을 연상시키게 하는 인물들과 사건 덕에 관객들의 선입견이 앞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두고 우민호 감독은 부담감이 없을 순 없다며 속 시원하게 밝혔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영화라는 매체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없다. 따라서 '남산의 부장들' 역시 싫어하는 관객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우민호 감독은 관객들이 편견을 잠시 걷어내고 영화를 지켜본다면 극 중 메시지를 설득력있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설명을 전했다.

이처럼 숱한 우려와 부담감 속에서도 우민호 감독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배우들이 스스로를 몰아붙인 명연기가 작품성을 드높였고 또 스파이와 느와르를 오가는 장르적인 재미가 있기 때문. 아울러 실제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쫓아가는 긴장감 역시 최고조에 다다른다.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남산의 부장들'은 우민호 감독이 군 제대 후부터 꾸준히 마음 속에 담아준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만큼 오랜 공을 들였기 때문에 남다른 애착이 있을 터. 그는 "10.26 사태를 알고 있었지만 베일에 쌓인 이야기"라면서 "원작을 읽고 나서 호기심이 생겼다. 파리의 실종사건과 10.26사건이 별개의 사건이라 생각했는데 20일의 간극 밖에 나지 않는다. 충성이 총성으로 바뀌게 된 호기심이 시작이었다. 촬영 내내 차가우면서도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려 했다. 왜냐면 실제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흥분하면 안되지 않냐"고 전했다.

그렇다면 작품이 개봉된 후 원작 소설의 작가인 김충식 교수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에 우민호 감독은 "재밌게 잘 보셨다더라. 본인께서 사진첩을 만들었다면 제가 풍경화를 그렸다고 하셨다"며 흡족한 미소를 드러내기도.

'그때 그 사람들' '제4공화국' 등 다수의 매체에서 통상적으로 박통을 연기한 배우들은 실존인물과 흡사한 외모를 보여왔다. 그런 지점에서 배우 이성민의 박통 캐스팅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러나 작품이 개봉한 이후 앞서의 궁금증은 확신으로 변했다. 이성민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오롯이 박통을 담아냈기 때문.

우민호 감독은 이를 두고 "캐스팅에 있어서 외모가 첫 번째는 아니었다. 닮음을 연기하는 배우가 필요했다. 소위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가 있듯. 이성민이 극 중 인물의 속내를 쉽게 읽을 수 없도록 아주 그럴싸하게,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황성 옛터'처럼 다 떠나가고 1인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같이 했던 사람들을 밀어내고 혼자 덩그러니 있는 느낌., 또 1인자에 집착하지만 그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은 내려올 시기를 놓쳐버린 인물. 폭주하는 기관차지만 기관사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불안, 두려움을 포착해서 강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민호 감독은 냉정과 객관적인 시선을 줄곳 유지하며 작품 내부에서는 사람, 정의, 사건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그들의 심리를 그저 담아낸 것 뿐, 이에 대한 모든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놨다고.

그러면서 우민호 감독은 가장 연출적으로 어려웠던 장면을 묻자 "거리감을 유지하며 끝까지 처음으로 찍어냈던 게 어려웠다. 나 역시 사람이다 보니 같이 가까이 들어가고 싶었는데 일정 거리감을 계속 유지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또 우민호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의 관전포인트로 "근현대사의 큰 사건인 10.26사태를 정치학적 논리적인 관계가 빚어진 게 아니라 개인들의 관계, 감정의 균열 등 다른 지점이 있다는 시각이다. 우리가 몰랐던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단지 사태의 배경이 청와대였고 최고의 권력이 있던 곳이다. 또 우리의 현대사를 보면서 역사적으로 다시 새로운 의식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앞서 '내부자들'과 '마약왕'을 통해 예리한 시선과 종잡을 수 없는 전개 등으로 대중에게 큰 반응을 이끌어냈던 우민호 감독. 그에게 '남산의 부장들'은 이른바 새로운 도전이라고. 실제 사건과 영화적 상상력의 접점, 알려진 사건의 내면을 파헤치는 이야기면서도 동시에 갇혀있지 않아야 하는 아주 어려운 작업을 거쳤다.

"많은 판단을 관객들의 판단에 맡겼다. 실제 사건과 실존인물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정답을 관객들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순수 창작물이라면 반전이나 명확한 답을 줬을텐데 그렇지 않았다. 내 전작들은 과감했지만 이번 작품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세심하게 찍고 싶었다. 전작들과 달리 인간의 내면을 한겹 두겹 파헤치는 영화다. 새로운 도전을 해본 것이다."

이렇듯 전혀 다른 방향성으로 내놓은 신작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은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고, 또 새로운 도전인 이 작품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영화 감독이란 늘 전작보다 신작으로 기억되길 바라기 때문. 이처럼 우민호 감독의 도전이자 자부심이 될 '남산의 부장들'은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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