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의 여자' 정웅인 "연기자로서 꿈? 자식들에게 힘이 되는 父, 그게 전부" [인터뷰]

입력2020년 01월 29일(수) 07:00 최종수정2020년 01월 28일(화) 18:23
정웅인 / 사진=큐로홀딩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40대 때는 50대를, 50대에 들어선 지금의 시점에서는 또다시 60대의 꿈과 목표를 말하는 정웅인. 이렇게 쉼 없이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의 행보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수목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둔 '99억의 여자'가 종영했다. 이 작품은 우연히 현찰 99억의 움켜쥔 정서연(조여정)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정웅인은 정서연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소시오패스 남편 홍인표 역을 맡아 열연했다.

1996년 데뷔해 어느덧 24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연기활동을 해온 정웅인은 그만의 개성적인 연기와 캐릭터 구현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주연만큼이나 영향력 있는 조연으로 다수 작품에서 활약 해온 그는 오랜만에 맡은 악역도 완벽히 소화했고 2019년 KBS2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조연상을 수상하며 그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지난 2013년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소름 끼치는 살인마 민준국 역할 이후 약 6년 만에 소시오패스이자 폭행 남편 홍인표 역으로 또 한 번 등골 서늘한 연기를 선보인 정웅인. 그는 "이번 작품이 민준국 이후로 정말 오래간만에 대중들한테 공포감을 전한 역할 같다"며 "사람들이 밖에서 저를 보고 놀라거나 무서워하는 모습들을 자주 본다. 그런 반응이 즐겁고 재밌다"고 가볍게 말문을 열었다.

'사람 인상 좋아 보인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웃음의 소유자인 그가 언제부터 함박웃음 뒤로 서늘한 미소를 지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자 정웅인은 확실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부터 그런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에 대해 회상했다. 그는 "제가 드라마 '근초고왕' 그리고 '오작교 형제들'로 남자 조연상을 수상한 이후로는 사실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8개월 즈음 쉬었을 때 '너의 목소리가 들려' 캐스팅 제의가 왔다"고 설명했다.
정웅인 / 사진=큐로홀딩스 제공

이어 "처음에는 16부작 중에 8부작 정도에만 출연을 하는 걸로 돼있었다. 그냥 나를 찾아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근데 어느새 사람들이 민준국을 계속 찾았고 필요로 했다. 그래서 제 출연 비중이 높아졌었다"며 "그 작품이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인생 나름의 터닝포인트이자 40대의 전환점이 됐었다"고 덧붙여 관심을 모았다.

이렇듯 자신에게 온 기회를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또 작품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그는 오랜만에 자신에게 찾아온 악역 홍인표 연기에도 어김없이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알렸다.

정웅인은 '99억의 여자'에서 홍인표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다소 차분한 말투와 무감정,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아내 정서연을 괴롭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서 그는 홍인표를 단순히 아내를 폭행하고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지닌 공포스럽고 난폭한 남편으로 풀어내기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적 사연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는 "홍인표는 나름대로 좋은 대학을 가려고도 했고 또 꽤 좋은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려고 했던 평범한 인물이다. 근데 아내와 관계에서 아이가 사라지면서 소원해지고 또 회사일도 잘 안되고 사회에서 소외되면서 그 내부에 있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며 "사실 이 사회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지 않나 생각하며 공감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들에게 또 타인을 학대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웅인 / 사진=큐로홀딩스 제공

이러한 악역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에 대해 배우로서 고민이 있을 법도 했다. 그는 "사실 연기자로서 늘 하는 고민이다. 그런 부분은 있어도 문제 또 없어도 문제"라며 "그런 고민 속에서 어떻게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갈지 또 젊은 연기자들과 어떻게 경쟁을 할지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그는 그런 말끝에 "이제 50대에 들어섰는데 10년 뒤인 60대 때 그 나이에 맞는 역할들을 하기 위해서는 또 10년 동안 열심히 차곡차곡 이미지를 쌓아가야 한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늘 자신의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10년 뒤, 또 20년 뒤를 계획하는 그에게 연기에 대한 열망과 열정의 원동력을 물었다. 역시나 소문난 아내 '사랑꾼'이자 사랑스러운 세 자매의 아버지답게 그는 망설임 없이 "가족"이라고 답했다.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 가?'에서 가족을 공개했던 그는 "벌써 첫째 세윤이가 중학생, 둘째와 막내가 각각 5학년, 2학년이 된다"며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그게 배우로서 내 꿈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참 어렵다. 주변에 나이가 들면서 잊히는 연기자들도 있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연기자들 자식들이 얼마나 속상해할까 생각하기도 한다"며 "그런 생각이 들면 정신이 번뜩 든다. 인생을 살아가는 내 자식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가장으로서 남다른 책임을 얘기했다.

끝으로 늘 목표와 꿈을 정하면 하루하루 조금 다른 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정웅인은 올해 역시 자신의 위치에서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또 발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40세를 넘길 때 50대를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 꿈이 미니시리즈 조연상을 받는 게 꿈이었는데 해가 바뀔 때 받아서 너무 행복했다"며 "어느덧 50대를 넘어가면서 60대 꿈을 또 꿔야 하는데 그때는 주말드라마에서 좋은 아버지 역할로 상을 받는 게 꿈이다. 그게 가문의 영광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자신의 위치에서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고 또 나이가 들어가도 항상 꿈을 갖는 정웅인의 끝인사를 듣고 있자면 그의 또 다른 미래와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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