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김남길, 다채로운 색을 입다 [인터뷰]

입력2020년 02월 05일(수) 07:00 최종수정2020년 02월 04일(화) 13:20
클로젯 김남길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김남길은 다양한 장르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다채로운 색을 입히며 변주를 꾀한다. 이는 장르적 특색이 강한 공포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갭 차이마저 색으로 변화를 주는 김남길은 카멜레온 같은 배우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능글거리고, 순애보적인 비담 역을 맡아 인기를 끈 김남길은 이후 '상어' '명불허전' '영화 '모던 보이' '미인도'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도리화가' 등에 출연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그리고 '열혈 사제'에서 정의롭고 까칠한 신부 역으로 2019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런 김남길이 이번에는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제작 영화사 월광)을 통해 퇴마사로 돌아왔다. '클로젯'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하정우)과 그의 딸 이나(허율)가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이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경훈이 찾아와 상원과 이나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다. 김남길은 극 중 실종된 이나를 추적하는 퇴마사 경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클로젯'은 서양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벽장을 소재로 삼았으며, 무당과 퇴마사로 동양적인 감성을 더했다. 다소 독특한 설정이다. 김남길은 신선함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재 자체가 한국에는 없는 거였다. 그런 다양성과 신선함이 반가웠다. 퇴마를 하는 방법은 토속 신앙에 가까운데 이계나 벽장에 대한 소재와 세트 이미지는 서양적이었다. 틀어질 수 있는 상반된 이미지가 겹쳐졌을 때 신선하겠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공포 영화를 잘 못 보는데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김남길은 처음 도전하는 퇴마사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주술이 담긴 문신을 팔에 새겼고, 퇴마용 손동작을 준비했다. 이에 대해 그는 "주문을 외우는 것은 청각적인 전달이다. 이걸 시각적인 효과에 기반해서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문신을 붙였고, 손동작을 연구했다. 영화 '콘스탄틴'을 보면 키아누 리브스가 도형 무늬를 이용해 대천사를 부르더라. 여기서 영감을 얻어 시각적 주문을 보여주기 위해 문신을 제작해서 붙였다. 뜻은 원혼에게 '현실 세계로 넘어오지 말라'는 거였다"며 "손동작은 애니메이션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술을 고르는데도 오래 공을 들였다. 종교적인 거에 국한되지 않았으면 싶었다. 누가 봐도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을 것 같아 종교적인 것을 피하려고 한 것"이라며 "찾다가 마음에 드는 주술을 발견했는데 힌두교의 주술이었다. 이 영화가 장르적으로 외국 팬층이 두껍다 보니 힌두교 주술은 불편할 것 같았다. 한국적인 것을 포함하며 주술을 짜집기했다. 거의 역사 고증하듯이 자료를 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퇴마 장면을 촬영하는 데 고충도 뒤따랐다. 김남길은 "주술이 길다 보니 호흡이 딸리더라. 여기에 북소리도 긴박하게 들어가기 목소리 조절하는 데도 힘들었다"며 "북 치는 장면도 어려웠다. 우선 토속적인 설정을 위해 사물놀이의 악기를 둘러봤다. 꽹과리도 후보였는데, 북이 묵직하고 박자감도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 북 장단에 대한 자문을 구한 다음에 리듬에 맞게 쳤다. 그냥 치는 것도 박자를 맞추기 어려운데, 주술을 외워야 됐다. 연기할 때 감정을 넣으면서 액션을 하는 것과 북이라는 소품을 이용해서 연기하는 건 다르더라. 액션을 좋아하니까 액션의 축으로 생각하면 어렵지 않겠다 싶었는데 정말 달랐다"고 말했다.

퇴마와 벽장이 요소라면, 작품을 크게 관통하는 메시지는 가족이었다. 김남길은 상처를 받는 사람에게 치유를 주며 공감을 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고민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사회 고발적인 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장르가 공포고, 초자연적인 현상이 많이 나오지만 모든 상황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으로 치료를 하자는 게 서브플롯으로 나오면 어떨까 싶었다"며 "영화가 장르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조금 더 열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큰 틀 안에 희극적인 부분도 넣고, 휴머니즘과 드라마적인 요소도 넣었다"고 전했다.
클로젯 김남길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김남길은 무거운 작품 속 유머러스함을 담당한다.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남길의 유머로 호흡 조절이 가능했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김남길은 "사람들이 살면서 여러 감정들이 상황에 따라 복합적으로 나온다. 원래 웃음을 더 주고 싶었다. 기본 톤이 오컬트다 보니 확 웃음을 주면 몰입을 방해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을 확인하니 더 가도 괜찮았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웃음을 주는 상황에서는 웃음을 주고, 진지해지는 순간에는 180도 바뀌는 김남길이다. 그는 이런 갭 차이를 통해 다채로운 색을 표현했다. 그는 "영화 특성상 갭이 커진 것도 있다. 다른 톤으로 밸런스를 가져가되 색깔도 입혔다. 심각하게 아이를 찾을 때는 심각하게 풀었다. 사실 사람이 같은 상황에 놓여도 여러 감정이 있고 행동이 다를 수 있다. 인물을 표현할 때 그런 부분에 중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초반에 등장해서 상원을 설득할 때는 친근한 느낌으로, 후반에 악귀를 만났을 때는 진중하게 그렸다"고 했다.

이처럼 김남길은 한 캐릭터를 두고도 다양한 색채를 고민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고민한 건 특화된 장르에서 각인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다. 실제로 나는 거지 옷을 입혀 놓으면 거지 같다. 예전에는 이런 게 단점 같았는데 지금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옷을 입히건 색깔에 따라 유연해진 거다. 배우로서 유연성이라는 건 중요하고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물론 기본적으로 발성과 발음은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무지개 같은 배우 김남길은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를 고민한다. 그는 "어떤 부분에서 나는 장르물을 많이 해서 새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클로젯'의 모습도 엄청 새롭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런 게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시니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다. 의외로 멜로, 정통 누아르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 이런 것들을 다 해보면서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스크린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지금 영화 필모그래피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만 계속했으면 필모가 지금보다 쌓였겠지만, 드라마에 녹았다가 영화에 녹는 것도 좋았다. 이제는 영화를 더 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소망했다.

끝으로 김남길은 겨울에 만나는 공포영화의 매력을 전했다. 그는 "우선 여름에는 공포영화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공포 비성수기인 겨울에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어떨까 고민했다.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고, 만듦새가 좋으면 겨울에도 공포영화는 통할 것"이라며 "그리고 요즘 겨울이라도 덜 춥지 않냐. 우리 영화는 공포 영화지만 추운 영화는 아니다. 따뜻한 휴머니즘적인 부분도 있으니 복합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김남길은 한 작품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넓은 색채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는 장르의 특색과 맞물려 시너지를 발산한다. 앞으로 그의 다양한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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