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하정우가 걸어온 길 [인터뷰]

입력2020년 02월 04일(화) 14:00 최종수정2020년 02월 04일(화) 13:19
클로젯 하정우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어느덧 데뷔 15년 차가 된 하정우는 이룬 것도, 도전한 것도 많다. 흥행과 연기력을 동시에 잡음은 물론이고, 제작자와 연출가로서의 역량도 뽐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은 되돌아보며 앞으로 15년을 설계했다.

하정우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영화 '추격자'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그는 '비스티 보이즈' '국가대표' '황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러브픽션'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암살' '아가씨' '신과 함께' 시리즈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특히 2019년을 영화 '백두산'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한 하정우가 2020년 영화 '클로젯'(감동 김광빈·제작 영화사 월광)으로 한 해를 연다. '클로젯'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과 그의 딸 이나(허율)가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이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경훈(김남길)이 찾아와 상원과 이나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다. 하정우는 극 중 딸이 실종되며 행적을 추적하는 상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클로젯'은 하정우가 제작자로 참여했으며, 김광빈 감독과는 2004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14년 만의 만남으로 의미를 더했다. 우선 하정우는 제작자로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나 말고도 회사에 파트너들과 함께 작업했다. 첫 영화가 '용서받지 못한 자'였다. 당시 학생 영화였고,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드는 환경이었다. 그것에 연장 선상이 아닌가 싶다. 제작자로서 얘기를 한다면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은 그 과정에 서 있는 것"이라며 "'백두산'처럼 큰 상업 영화를 제작한 후 '클로젯'까지 의미가 있다. 또 배우로 참여하는 작품과는 결이 다르고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작자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것뿐이지 현장에서는 배우로 있었다. 사실 현장에서 돈 관리를 한다거나 섭외를 하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지 않냐. 미국에서는 어떤 배우를 캐스팅만 해도 프로듀서의 타이틀이 주어진다. 너무 제작자로 그럴싸한 느낌은 아니다. 같이 으쌰 으쌰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 정도"라고 표했다.

또 김광빈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일단 김 감독과는 '용서받지 못한 자'로 함께했다. 13개월 동안 찍었는데, 집이 같은 일산이었다. 늘 퇴근길을 함께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김 감독은 군대를 갔고, 나는 사회에 나와서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고 나서 오랜만의 만남이다. 함께 하니 지난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본인이 보는 영화에 대해서는 마니아적인 광팬이다. 앞으로 경험만 쌓인다면 더 좋은 감독으로 성장할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서 감독의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게 쑥스럽고 오지랖 같지만 동료 영화인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본인의 능력이고 복이다. 캐스팅을 꾸리는 것도 연출의 범위"라며 "김 감독이 새로 시작하는 입장에서 긴장을 많이 하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봤을 때 나도 긴장한다. 이런 긴장감이 신선한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참 좋은 에너지다. 긴장감이라는 건 어쩌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많은 것들을 둘러보게 만든다"고 전했다.
클로젯 하정우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는 '클로젯'을 통해 부성애 연기를 보여줬다. 그만큼 아역 배우들과의 소통이 중요할 터. 이에 대해 하정우는 "아직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은 경험이 없다. 만약 그런 경험이 있었으면 더 디테일하고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역 배우들은 현장에선 마냥 귀엽다. 아이들만 할 수 있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 표현은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공포 영화 속 아역 배우들의 열연은 자칫 심리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 다행히 현장에 아동 액팅 전문가가 함께했다는 설명이다. 하정우는 "아역 배우 출신인 아동 액팅 전문가가 있다. 마침 아이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찍으니 디렉팅을 해달라고 했다. 사실 아이들이 현장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라며 "감독, 조연출 등등이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혼란스러워한다. 이때 아동 액팅 전문가가 역할을 하는 거다. 감독은 디렉션을 미리 전달하고, 전문가는 날을 잡아 장면 설명과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또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심리치료사에게 언제든 상담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다행히 치료까지는 괜찮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하정우는 제작자로, 또 배우로 현장의 전반적인 상황에 영향을 끼쳤다. 15년 동안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걷고, 흥행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배우의 성과다. 다만 전반적인 것들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감당하며 버티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하정우는 "15년 차가 됐는데 당장 앞으로 영화 두 작품이 계획돼 있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촬영할 건지, 그 외에 어떤 작품을 선택할 건지, 세 번째 연출작을 할 건지 등 매 순간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만큼 책임이 생긴 것 같다. 제작자도 되고, 연출자도 되니 책임감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어디까지나 배우가 1번이고, 배우로서 살아가는 비중이 90% 이상이다. 그렇기에 배우로 삶을 사는 걸 헤치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경계선을 넘지 않고 순수하게 배우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게 새해 목표다. 앞으로 감당하면서 버텨야겠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자신의 책임감에 후배들과 현장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책임을 지는 것에는 오버하지 말고, 오지랖 부리지 말고, 쉽게 조언하지 않는 것도 들어간다. 물론 살아가면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할 때도 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후회가 되더라. 내 인생을 가볍게 보고, 상대방을 무겁게 봤구나 싶었다. 사실 반대가 돼야 한다"며 "술자리에서도 후배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더 조심해야 한다. 그 연장 선상에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헛 나갈 수 있는데 이것도 조심해야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하정우는 연기 인생 15년을 돌아봤다. 그는 "천천히 생각해보면 감사하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15년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너무 운이 좋았던 15년이라면, 앞으로 15년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그랬을 때 겸손해져야겠고,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할 수 있는 힘들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배우로서는 30% 온 것 같다. 지금 내 인생에서 반 정도 서 있는 상황에서 돌이켜 보면 그렇다. 아버지는 50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30%다. 참 아버지는 어떻게 50년을 하셨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배우로 30%의 지점에 서 있다는 하정우. 그의 30% 안에는 천만 배우 수식어는 물론, 연기력과 제작자 그리고 연출가로서의 노력도 들어 있다. 영화계에서 다양한 위치에 오른 그는 그럼에도 남은 70%를 겸손함으로 채우고 싶다는 진심을 내비쳤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주요뉴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