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현의 새로운 페이지 [인터뷰]

입력2020년 02월 07일(금) 09:00 최종수정2020년 02월 06일(목) 17:09
규현 웃는 남자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15년차 아이돌이자 10년 내공을 자랑하는 뮤지컬 배우, 또 예능의 치트키이자 토크쇼에서 명사수처럼 분위기를 주무르기도 한다. 복면을 쓰고 출연한 서바이벌에서는 당당히 왕좌를 차지했다. 이는 모두 규현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분명 스스로 가야 하는 길을 개척하는 모험가가 틀림없다. 그런 규현이 4년 간의 공백을 찾아볼 수 없는 무대와 연기로 관객들 앞에 서고 있다.

규현의 복귀작 뮤지컬 ‘웃는 남자’(연출 로버트 요한슨)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먼저 규현은 관객들 앞에 선 소감으로 “첫 공연 후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곧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첫 공연을 돌아보니 너무 못했다. 그만큼 최근의 공연이 더 좋다. 앞에 보신 분들이 다시 봤으면 좋겠다. 많이 배우고 몰입하고 있다. 점점 좋아지는 중”이라 전했다.

이처럼 겸손한 규현의 태도와 달리 첫 공연 이후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섬세한 감정 연기, 독창적인 캐릭터 해석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규현의 무대에 만족감을 전했다. 이에 규현은 “제가 제 연기에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는 분들이 만족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관객들이 제 ‘웃는 남자’를 많이 좋아하더라. ‘규현의 인생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게 맞는 캐릭터를 얻었다는 만족감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모차르트!’를 마치고 입소한 규현은 제대 후 ‘웃는 남자’의 출연 소식을 알리며 뮤지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규현에게 ‘웃는 남자’ 제의가 들어간 것은 그의 사회복무 당시라는 의외의 비하인드가 전해지기도 했다. 연출자 로버트 요한슨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규현이 군대에 있을 때부터 그를 그윈플렌 역으로 염두하고 있었다고. 규현은 “사회복무 당시 수호의 공연을 보러 갔었다. 그때 작품에 참여하라길래 웃고 넘겼다. 공연이 마친 뒤 넘버들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하게 될 줄 몰랐다. 제의 받은 당시에는 ‘내가 하게 될까’ 했는데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만 규현에게도 공백기를 마치고 무대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적지 않은 무게로 다가왔다. 그는 “3년 반 만에 작품을 하게 됐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연차도 많이 쌓였는데 후배들도 많이 있다. 거기서 내가 선배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됐다. 또 큰 역할을 오랜만에 맡는 것에 대해 우려도 있었다”면서도 “사회복무 2년 동안 하나도 안 힘들었다. 선배들이 사회에 있는 것이 더 힘들다던데 나는 즐겁게 지냈다. 휴식기가 언제 올 줄 몰라서 즐겁게 지냈다”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규현 웃는 남자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울러 이번 재연 공연에서 주인공 그윈플렌은 규현을 비롯해 이석훈, 엑소 수호, 박광현이 맡아 각각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특히 네 사람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차별화된 그윈플렌을 선보이며 보는 재미를 끌어올린다. 이에 규현은 “그윈플렌들끼리 서로 똘똘 뭉쳤다. 내가 제일 연차가 높지만 모두에게 ‘너무 오랜만에 하니 처음 하는 기분이라 도움을 많이 받고 싶다’고 했다. 연차 부심이랄 것은 따로 없다”고 언급했다.

규현은 안정적인 가창력뿐만 아니라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규현은 본인만의 캐릭터를 완성시키기 위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연출진으로부터 제가 표현하는 그윈플렌은 해맑은 만큼 후반부의 감정선이 더 극대화된다는 조언을 받았다. 이를 참고해서 더 해맑고 천진난만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특히 조시아나를 만날 때의 우스꽝스러운 지점을 더 살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규현과 그윈플렌의 공통점이 궁금해졌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긍정적인 가치관’이 그나마 흡사하다고. 그러면서 규현은 제법 솔직하게 “사실 저라면 그윈플렌처럼 부와 명예를 버리고 밑바닥으로 갈 수 없다. 그래서 더 대단한 것 같다. 내겐 그들에게 맞서 싸울 용기가 없다. 작품을 통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소하는 기분”이라 토로했다.

규현은 10년 전,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던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삼총사’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 대사를 외우고 흘러가는 대로 연기를 했다. 지금은 죽으러 간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한다. 사명감과 진심을 다 하게 됐다는 차이점이 있다. ‘베르테르’ 때부터 그런 생각이 생겼다. 당시 하루 종일 베르테르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우울하려 노력했다. 주변 친구들이 그 시절을 싫어한다. 그때 내가 너무 어두워서 옆에 있기 힘들었다더라. 그 정도로 몰입하려 노력했다”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그를 이토록 푹 빠지게 한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규현은 뭐든 절박한 시기에 뮤지컬을 만났노라 회상했다. 그는 “제가 처음 ‘삼총사’를 시작할 때는 아무도 저를 몰랐다. 슈퍼주니어의 ‘걔’도 아니었다. 아무도 나를 몰라서 지하철을 타고 다닐 정도였다. 당시 스케줄도 없어서 매일 연습을 나갔다. 뮤지컬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와 감사하게도 기회가 왔다. 정말 열심히 했다. 뮤지컬을 하다 보니 너무 재밌었다. 그 사람의 마음으로 연기하고 노래를 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뮤지컬 관계자들이 저를 캐스팅을 해준다면 계속 하고 싶다고 회사에 얘기했다”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이라는 좋은 기회를 만난 만큼 규현은 누구보다 먼저 연습실에 도착했다. 슈퍼주니어 규현이 아닌 뮤지컬 배우 규현으로 서서 초심으로 돌아간 것이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배들에게 물 떠다 주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규현은 모두에게 먼저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첫 걸음마를 조심스럽게 뗀 규현은 어느덧 10년차 내공을 톡톡히 발휘하는 무대 장인이 됐다. 규현은 아직도 매 회차를 기다리며 빨리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에 차 있다고 고백했다. 스스로의 강점에 대해 “진심을 다해 혼을 담은 연기”라 표현한 규현. 관객들이 만족할 때 행복감에 가득 찬다는 그는 앞으로 유쾌하면서 진중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거창하지도 화려하지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목표는 규현과 닮아있었다.

“지금 딱 반 회차를 마쳤다. 실수 없이 무사히 많은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 같아 뿌듯하다. 매 공연을 열심히 헌신을 다 해 준비한다. 한 명의 배우로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목표는 없다. 찾아주는 만큼 일을 계속 하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팬들의 메시지를 보면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고 멋진 가수이자 배우가 되고 싶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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