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우, 연기의 균형을 잡는 배우 [인터뷰]

입력2020년 02월 10일(월) 17:55 최종수정2020년 02월 10일(월) 17:55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성우 /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 엠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강하고 흡입력 있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대중성을 겸비한 배우 배성우. 그는 매 작품, 그 누구와의 연기에서도 본인을 돋보이게 하는 씬스틸러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드라마 ‘라이브’, 영화 ‘안시성’, ‘꾼’ 이후 ‘변신’으로 주연의 활약을 선보였던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선보인다.

배성우의 신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이하 ‘지푸라기’)는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배성우는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것이 전부인 중만 역을 맡았다. 중만은 돈가방을 우연히 줍게 되며 최악의 선택을 이야기 중심에 서서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이날 배성우는 작품의 개봉을 꽤 오랫동안 기다렸다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템포와 리듬으로 몰입감을 줘야 했는데 만족스럽다. 또 국제 영화제 수상 소식을 듣고 어느 정도 완성도가 보장이 됐다는 생각에 다른 배우들과 함께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관객들 반응 역시 재밌게 본 것 같았다. 워낙 휘몰아치고 시간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쾌감이 좋은 작품이다. 기분이 좋아 술도 먹었다”며 만족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다만 ‘지푸라기’는 최근 확산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으로 현재 무기한 개봉 연기를 알렸다. 이를 두고 배성우는 아쉬움이 물론 있지만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상황이 잘 수습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제 한 몸보다 오는 분들이 걱정된다. 중요한 일은 사태가 수습되는 것이다. 모두 공감하고 동의했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렇다면 배성우는 이번 작품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앞서 ‘지푸라기’는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완성도와 작품성을 입증했다. 국내 영화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작품에 대해 “독특한 지점과 신선함이 있다. 탄탄한 원작을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구성과 스토리를 보는 재미가 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다. 저 빼고 다 좋더라. 저는 제 연기를 보면 민망해서 잘 못 보겠더라”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얼마큼 욕심을 내야 하는지 사실 감이 잘 안 잡힌다. 기본적으로 흥행을 우선으로 만든 영화다 보니 욕심은 나지만 관객들이 즐기는 게 더 좋다. 보는 이들이 2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배성우 /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 엠 제공

극 중 배성우는 사업 실패 후 야간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 중만 역으로 사실감 넘치는 인물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특히 중만이 거액이 담긴 돈 가방을 들고 도망가려다 호텔 지배인과의 대립하는 장면은 영화 내 밀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또 극 중 여타 인물들과 선명하게 다른 결을 내세운 배성우는 이야기의 흐름을 쥐고 흔들기도.

그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분량이 중요하진 않다. 다만 인물이 워낙 사건이 없다. 처음에는 중만이 돈 가방을 발견하는 것 외에는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제작사에 매력이 없다고 말했더니 중요한 역할이라더라. 잘 모르겠다고 대꾸했는데 감독님을 만나고 원작을 보니 흥미를 갖게 됐다. 제가 가장 먼저 캐스팅 됐다. 임팩트는 떨어지지만 공감이 가는 인물이다. 캐릭터적으로 관객들에게 자극을 주기보다 공감을 주는 캐릭터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성우는 중만이라는 인물은 사건에 비해 비교적 수동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지루함이 우려됐다고. 이를 두고 배성우는 보다 적극적이거나 재미 요소를 찾으려는 구상을 시도했으나 이야기의 결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결국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보는 재미보다는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면서 관조적인 재미를 만든 것. 이처럼 세심한 고민이 있었기에 중만은 폭풍 같은 전개에서도 홀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의 말대로 욕망을 추구하는 중만이었더라면 오히려 이야기는 지나치게 무거워졌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기도 했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한 배성우는 꽤 오랜 시간동안 연극 무대에 서며 관객을 만나왔고, 이 시간은 배성우의 연기 생활에 좋은 자양분이 됐다. 당시 쌓은 연기 경력으로 배성우는 영화 ‘미쓰 홍당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파파로티’ ‘뷰티 인사이드’ ‘내부자들’ ‘베테랑’ 등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스스로 빛을 냈다. 또 드라마 ‘라이브’에서 현실감 넘치는 감동적인 서사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어느덧 데뷔 21주년을 맞이한 배성우에게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을까.

“나 역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사실 굉장히 많다. 연극할 때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또 항상 고민이 있었다. 큰 사건을 만나진 않았지만 하루 하루 간당간당하게 살았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다. 연기자는 어제보다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재미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이기도 한다. 공연을 자주 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살았다. 연기할 때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주의한다. 나는 컨트롤이 안 되는 편이라 그날만 반짝하면 안 된다. 그것에 기대면 유지가 안 되더라.”

이런 배성우는 행복에 대해서도 사뭇 연기자다운 대답을 내놓았다. 바로 자신의 모습에 웃는 관객들.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두고 “행복이 아닐까. 굉장히 모호하지만 포괄적이다. 순간 순간 행복을 느낀다. 최근 시사회를 하는데 제 대사에 관객들이 웃었다. 너무 행복했다. 두근 두근 하면서 봤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소소하지만 쉽지 않은 행복”이라며 그 당시를 떠올렸다.

“자본주의 사회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다.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재미도 의미도 있는 작품, 완성도가 있는 작품. 좋은 영화를 보면 살아가면서 계속 여운이 남는다. 예술은 이런 것이다. 하지만 흥행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없다. 우리 작품 역시 상업 영화다. 더 사랑을 받아 내가 앞으로 일할 때 잘됐으면 좋겠다. 제가 한 것 이상의 요행을 쫓으면 뒤탈이 있을 것 같다. 작품을 신중하게 고른다, 이런 것들도 다른 생각 없이 돈을 따라가면 밸런스가 안 맞을 것 같다. 예술을 쫓아가면 돈을 못 벌 것 같다. 유기적으로 통한다. 항상 이에 대해 균형을 맞추려 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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