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김광빈 감독의 오컬트 세계 [인터뷰]

입력2020년 02월 10일(월) 18:16 최종수정2020년 02월 11일(화) 12:00
클로젯 김광빈 감독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김광빈 감독은 상업 영화 입봉작으로 오컬트 장르를 택했다. 쉬운 장르로 성공의 가도를 노릴 수 있을 테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 대로 어려운 길을 걷고자 마음먹었다.

김광빈 감독의 첫 번째 상업 영화인 '클로젯'(감독 김광빈·제작 영화사 월광)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하정우)과 그의 딸 이나(허율)가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이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경훈(김남길)이 찾아와 상원과 이나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증이 강타한 요즘, 극장가는 사상 최악의 관객수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다른 영화들은 개봉일을 미루지만, '클로젯'은 예정대로 개봉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개봉일은 내가 좌지우지하는 부분이 아니었다. 우리끼리 얘기한 건 '맡기자'였다.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냐. 우린 그저 겸허하게 할 일을 하고 받아들였다. 우리가 속타고 힘들어해도 소용없다는 게 내부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잠은 안 올 정도로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려를 딛고, '클로젯'은 개봉됐다. 입봉작의 개봉은 김 감독은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일 터. 그는 "아직은 스스로가 객관화되지 않아서 얼떨떨한 마음이 크다. 설날 전까지도 후반 작업을 했는데 갑자기 모든 게 끝나니 여태까지 뭘 해왔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을 만나 인사도 드리고, 시사회도 진행하며 내가 진짜로 일을 하고 있나 싶다"며 "꿈을 꾸는 마음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렘을 표했다.

첫 상업 영화로 마니아틱한 오컬트 장르를 선택한 김 감독은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상업적이면서 관객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갖고 있나 고민했다. 그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진행이 안 되더라"며 "'클로젯'은 벽장과 그 안의 어둠을 보고 섬뜩한 마음이 들어서 시나리오를 작업을 한 작품이다. 그때의 마음이 안 들어서 그냥 내가 재밌는 거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머리 써도 안 되는 거 내가 보고 싶은 걸 해보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가족사와 상처받은 아이들을 메시지를 담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런 세계를 그리게 됐다"고 전했다.

평소 오컬트 장르의 팬이라는 김 감독이다. 그는 오컬트의 매력에 대해 "사람 안에 내재돼 있는 것들을 형상화해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꼽았다. 이어 "트라우마든 어떤 아픔이든 형상화해서 표현하는데 조금 상상력을 더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면 항상 그 안에 아픔과 슬픔이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보통 인물들 간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오컬트 물에서는 또 다른 형상이 드라마를 만들며 새로움을 줄 수 있고, 상상력도 줄 수 있다. 호불호가 심하지만 이런 장르들이 관객들에게 체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에 생소한 장르다 보니 영화 '애나벨'과 '인시디어스' 등 서양의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김 감독은 굳이 레퍼런스를 삼진 않았지만,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간에 대해서 서양 영화를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어떤 걸 굳이 레퍼런스 하지 않되 피하려고도 하지 말자고 했다.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설정한 것"이라며 "이계로 넘어간 다음의 공간 속 이나 방의 기괴함은 아이들의 상처와 뒤틀린 마음이다. 그다음에 나오는 불에 그을린 듯한 공간은 명진이의 상처다. 이후 나오는 아트캠프는 상원이 이나를 떠나보내려 했던 공간으로, 트라우마를 상징한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장면은 또 우리나라 드라마인 '전설의 고향' 속 이미지다. 숲속에서 안개가 자욱한 곳으로 모녀가 떠나는 이미지는 동양스럽지 않은가. 이렇게 서양적인 분위기로 가다가 마지막에 동양적인 느낌을 주면 재밌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공간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클로젯 김광빈 감독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처럼 오컬트 물은 서양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다. 그렇기에 '클로젯'에는 진한 서양의 냄새와 더불어 동양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우선 '벽장'이라는 소재 자체가 서양의 것이다. 서양 영화를 보면 '벽장'에서 괴물이 나오는 등의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틀에 박혀서 영화를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장르적으로 넓게 접근하고, 서양의 '벽장'이라는 소재에 한국의 가족상을 담으면 둘 사이에 충돌이 생겨 신선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저택과 이계의 방도 마찬가지로 서양의 분위기를 형성함과 동시에 동양적인 자태도 뽐낸다. 그야말로 동서양의 조화다. 김 감독은 "미술 감독님과 회의를 많이 했다. 나도 그렇게 동서양이 어우러진 공간을 못 봤다. 이를 장르적으로 풀면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공간들이 그저 분위기만 주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가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도 연결돼 있다"며 "예를 들어 이나의 방은 좀 과하게 넓고 인형들이 많이 배치돼 있다. 이는 상원이 일방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집 자체가 상원의 태도라고 보면 된다. 그는 자기중심적이고, 잘나가는 건축설계사로 이나에게 돈만 갖다 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안에서 이나는 홀로 쓸쓸하고 외로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원은 계속해서 이나보다 일을 택한다. 이런 태도는 너무 일방적이지 않냐. 시대는 변하는데 가족상은 그대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때론 집에 방치된다. 이나 역시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김 감독은 "가족 안에서 부모가 자식을 보는 시선이 어떤 게 맞을까. 과연 지금 올바른 상황인가 생각해봤다. 지금 우리가 갖는 방향이 잘못되고 왜곡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한 번쯤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동학대도 시선이 잘못돼서 일어난다.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다.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을 짚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더 나아가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그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가족이 치유해야 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미안해'라는 한 마디다. 백 마디 변명보다 진심 어린 한 마디가 필요하다. 거창한 어떤 말도 필요 없다. 우리 영화는 '미안해'라는 한 마디를 향해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그동안 시나리오를 혼자 쓰고 감독이 되기 위해 준비했다. 스스로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다. 이제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관객들에게 내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또 앞으로는 재밌는 이야기 안에 행복과 슬픔, 김장 등등을 담아서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이렇듯 김 감독은 이제 막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소신으로 똘똘 뭉친 그가 앞으로 또 다른 오컬트 물로 돌아올지, 새로운 무언가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그릴 세계가 기대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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