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믿고 볼 수 있는 이유 [인터뷰]

입력2020년 02월 12일(수) 14:00 최종수정2020년 02월 12일(수) 10:56
라미란 정직한 후보 / 사진=NEW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의 든든한 오른팔 역할로 강렬하게 데뷔한 라미란. 당시 크지 않은 비중에도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라미란은 호피 무늬가 잘 어울리는 호탕한 옆집 어머니가 됐다가도 음악 방송 무대에서 춤사위를 펼치는 아이돌의 구역도 섭렵했다. 이처럼 팔색조 그 이상의 면모를 보여왔던 라미란이 이제야 라미란을 위한 한상차림을 만났다.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제작 수필름)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라미란은 극 중 친화력과 리더십을 골고루 갖춘 국회의원 주상숙 역을 맡았다. 주상숙은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정직한 후보’는 브라질에서 흥행에 성공한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지만 주인공의 성별을 비롯해 여러 상황을 한국적으로 각색했다. 그 과정에서 장유정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라미란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에 캐스팅했다”며 극찬을 전한 바 있다. 또 ‘걸캅스’와 ‘내 안의 그놈’ 등으로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선보였던 라미란이기에 이번 작품 역시 굳은 신뢰가 뒤따를 수밖에. 이처럼 큰 기대 속에서 베일을 벗은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에게 딱 맞는 기성복 재질의 웃음을 선사한다.

먼저 영화를 본 소감으로 라미란은 “내 작품을 보고 나면 늘 심각하다. 이번에도 웃긴지 고민하면서 봤다. 더 웃겨야 하는데 항상 부족하다”면서 “최근 불거진 사태에 작은 위로라도 되고 싶다. 관객들이 와서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길 바란다. 서로를 보는 것이 팍팍하다. 미세먼지 많은 날씨 때문에 날도 안 좋다. 무대인사는 최소한으로 한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안 돌아다닐 수도 없다. 오라고 하기도 그렇다. 조용히 틀어놓을 테니 웃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더위에서 치열하게 작업한 덕분일까. ‘정직한 후보’는 높은 완성도와 짜임,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2020년 상반기 코미디 작품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라미란을 보조하는 김무열과의 ‘케미’ 역시 웃음을 도맡는다. 그간 ‘은교’ ‘인랑’ ‘악인전’으로 묵직한 캐릭터를 도맡았던 김무열이 라미란을 만나며 처음으로 코미디 연기에 도전하게 된 것. 라미란은 김무열과의 호흡에 대해 “김무열도 얌전하고 톤 다운된 느낌의 배우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유쾌하다. 코미디 하라고 추천할 정도다. 낯을 많이 가리길래 내가 괴롭혔다. 집에 가지 말고 승아를 오라고 해라, 하지만 늘 집에 가는 성실한 남편”이라 애정을 드러냈다.

또 라미란은 윤경호와의 완벽한 부부 연기를 선보인다. 윤경호는 주상숙의 남편 봉만식으로 분했다. 그는 4선에 도전하는 국회의원 아내가 잘 된 것은 자기 덕분이라고 굳게 믿는 허세 남편답게 천생 외조 남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로 변신한 라미란과 윤경호는 극 중 남다른 부부 ‘케미’로 유쾌한 재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를 두고 라미란은 “윤경호와 로맨스 코미디? 로맨틱 스릴러다. 키스신이 마치 스릴러 같다. 목 조르는 것처럼 나왔다.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나왔지 싶었다. 윤경호가 정말 고생도 많이 했다. 웃음코드를 정말 많이 살렸다. 내가 많이 기댔다. 나니까 가능한 거라는 허세를 떠는 남편 역이다. 정말 윤경호가 웃음의 9할을 맡았다. 많이 공헌을 했다”며 칭찬했다.
정직한 후보 라미란 / 사진=NEW 제공

그런가 하면 러닝타임 내내 끊이지 않는 관객들의 웃음소리에도 라미란은 겸손한 고민을 내놓았다. 그는 관객들이 웃을지 고민이라며 “관객들의 취향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가 재밌냐는 평에 대해서 더욱 야박하다. 이게 재밌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정말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길까 싶다. 사실 나는 잘 안 웃는 편이다. 웃음에 야박하다. 또 코미디를 찍을 때는 정말 처절하게 임한다. 촬영 현장에서 결코 즐길 순 없다”며 치열했던 촬영 현장을 떠올리기도 했다.

“보통 코미디 영화라 하면 현장 분위기도 웃음이 넘칠 것 같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찍는 사람들은 잘 안 웃는다. 모두 심각하게 보고 있다. 코미디는 호흡 차이로 달라진다. 살얼음판처럼 촬영했다. 또 찍는 상황들이 당황스럽고 진지하니 찍는 배우들은 힘들었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라미란은 애드리브보다 대본 그 자체에 충실한 편이라는 의외의 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대본을 두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다. 관객들은 내가 웃어주길 바라는 지점에서는 안 웃고 의외의 곳에서 웃는다. 그렇기에 언제나 가늠할 수 없다. 현장에서의 애드리브는 별로 없다. 대본에 충실한다. 후반 작업할 때 애브리브 요청이 와도 없는 게 낫다고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뭇 겸손한 태도로 주연의 책임감을 보인 라미란. 단역부터 한 계단씩 올라선 그는 이제 어엿한 주연의 모습을 띈다. 이와 관련한 소회를 묻자 라미란은 “다양한 인물들을 해왔다. 하지만 작품 주연을 맡다보니 숫자는 줄었다. 예전에는 여러 개를 할 수 있었는데 숫자가 줄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라미란은 과거와 현재를 두고 자신은 여전히 그대로며 변하지 않았노라 단언했다. 자신은 그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좋은 때를 만난 배우라고. 대중이 자신을 좋은 마음으로 봐주는 것은 그저 편견 없는 시선 덕분이라며 자신의 공을 슬쩍 돌리기도 했다. 이윽고 라미란은 스스로를 두고 ‘광대’라 표현하며 신념보다는 그저 보는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 목표라 밝혔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단역으로 시작한 그가 이제는 홀로 원톱의 무게를 짊어졌다. 극을 이끄는 박력과 현장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겸비한 라미란의 이야기가 쓰이는 순간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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