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작은 것들을 위한 이야기 [무비뷰]

입력2020년 10월 21일(수) 10:39 최종수정2020년 10월 21일(수) 10:39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사진=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공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대단한 내부고발극도, 화려한 액션을 담은 추적극도 아니다. 그저 여상 출신 평범한 말단 사원들이 각자의 정의를 좇아가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타이니(Tiny)한 움직임들이 한 곳에 모이자 큰 강풍이 인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제작 더 램프)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고졸이라 늘 말단인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실무 능력은 우수하나 현실은 커피 타기 달인인 생산관리3부 이자영(고아성)과 마케팅부 정유나(이솜),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 경리팀 심보람(박혜수)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이들은 고졸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원들과 달리 유니폼을 입고 매일 아침 커피를 탄다.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회의에 정식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승진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입사 후배가 상사로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토익 600점을 넘으면 대리로 승진시켜주겠다는 회사의 말을 철썩 같이 믿는다. 퇴직을 고민해보기도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으로 매일 영어 수업을 듣고 공부한다. 어설프게나마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들은 어쩐지 희망에 차 보인다. 영화 제목처럼 모두가 영어 토익에 매진하던 어느 날 자영은 심부름을 하러 간 회사 공장 근처에서 우연히 폐수 무단 방류 현장을 목격한다. 자영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이름으로 회사에 보고하지만 해결 방안이 석연치 않다. 이 과정에서 자영은 유나, 보람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들게 되고 회사 '갑'들과 정면으로 맞붙게 된다.

먼저 작품은 더 없이 유쾌하다. 실제로 있었던 '페놀 유출 사건'을 베이스로 차용했으며 내부 고발과 사회적 차별을 전면으로 다루지만 경쾌하고 리드미컬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무해한 인물들의 움직임이 오랜만이기에 반갑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회사 내 계층 피라미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의 용기는 보는 이들을 벅차오르게 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사진=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나비들이 모여 회오리 바람을 만들어냈다. 시작은 미비했지만 결과는 창대하다. 근래 여성 연대 영화가 드물었던 만큼 반가운 작품이다. 캐릭터들의 성장 과정 역시 즐거운 관람 포인트다. 커리어우먼이 목표였던 자영은 자신의 일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 체제를 뒤집는다. 늘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유나는 주변을 더 돌아보고 옆의 사람들과 교감한다. 마지막으로 뭘 하고 싶은 지 모른 채 계산기를 두드리며 하루를 보냈던 보람은 능력을 한껏 살리며 주체적으로 삶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특히 보람은 현대 청춘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며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진한 감성을 선사한다.

작품 주제를 레트로에 방점 찍지 않았다는 것도 무해하다. 과거를 추억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저 시대상 그 자체로 이용하며 쏠쏠한 재미 요소로 사용했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 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개성도 흘러 넘친다. 김종수, 김원해 등 이들의 농익은 연기력은 실제 회사를 방불케 할 만큼 현실적이다. 특히 '독전', '미쓰백', 최근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주영의 존재감은 여전히 뜨겁다. 늘 그랬듯 분량과 상관 없이 자신의 인상을 각인시키는 연기를 선보인다.

또 최근 충무로, 방송계의 가장 핫한 키워드인 '여성 연대' 영화라는 점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강점을 갖는다. 고졸 출신 말단 여성 사원은 프레임 안에 갇혀 더이상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딛고 회장실까지 당차게 걸어간다. 다만 함께 걸어간 후 맞이하는 엔딩이 다소 판타지적일 수 있겠다.

이처럼 말단 사원들의 경쾌한 일보 전진을 담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21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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