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PD "취재=프로그램 정체성, '복붙' 상상도 못할 일" [인터뷰]

입력2020년 10월 29일(목) 20:00 최종수정2020년 10월 29일(목) 22:34
최삼호 PD / 사진=SBS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과거의 '그날 이야기'를 듣고 '오늘' 나에게 던지게 될 질문. 과거를 통해 현재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최삼호, 유혜승 PD가 제작 과정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밝혔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기억 속 사건들을 친구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쉽게 소개하고 사건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 개그우먼 장도연, 방송인 장성규, 영화감독 장항준 3명이 이야기꾼으로 나서 절친들에게 사건들을 들려주는 방식이다.

지난 6월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해 9월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 '꼬꼬무'는 수지 김 사건을 시작으로, 김신조 사건,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 지존파 등의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 속 이야기를 다루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고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꼬꼬무'는 2.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첫 방송을 시작해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는가 하면 유튜브 영상에서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그 인기와 화제성을 입증했다.

시청자가 꼭 알아야 하는 사건을 소개한다는 면에서는 SBS 대표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와 흡사하지만, '꼬꼬무'는 '그알'과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사건을 집중적으로 심층 분석하는 '그알'과는 달리, '꼬꼬무'는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를 사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방식이다. '그알'이 마치 묵직한 직구로 꽂힌다면, '꼬꼬무'는 다채로운 변화구를 던지며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유혜승 PD / 사진=SBS 제공

◆ "한 발짝 뒤에서, 좀 더 쉽게"…'꼬꼬무'의 출발선

최삼호 PD는 스포츠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대사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PD 세 명이 작년 겨울부터 몇 달에 걸쳐서 고민하고 논의하며 포맷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이기도 한 최삼호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주로 현재 이슈가 되는 사건을 취재하는데 '꼬꼬무'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을 다시 끄집어낸다"며 "과거 사건들은 그 당시에는 매몰돼 잘 안 보이는 게 많다. 나중에 재판을 하거나 하면 잘 안 보이던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슈 한 가운데 있을 때 안 보이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보이더라. 이러한 이야기를 젊은 시청자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게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이 출발선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이 알고 있는 것과 쉽게 전달하는 건 다른 영역이다. 쉽게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까 친숙한 '장트리오(장항준, 장성규, 장도연)'를 이야기꾼으로 내세운 것"이라며 "이들의 절친인 '이야기 친구'는 시청자의 대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하는 리액션이 곧 시청자들의 리액션이다. 주제를 포함해 아무런 내용을 모르고 온다. 이것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교차 편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는 세 명의 이야기꾼,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 친구의 대화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은 그간 사건을 다루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꼬꼬무' 유혜승 PD는 "스토리텔링 방식은 술자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유독 그런 자리에서 재밌게 얘기하는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이 이야기하면 빨려 들어가는 경험이 있다"며 "이 프로그램 기획하면서 '실제로 친한 친구한테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들을 듣는 방식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 포맷이 탄생했다. 그래서 '이야기 친구'도 스토리텔러들이 친하고 편하게 반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를 초대한다. '꼬꼬무'의 핵심 포맷"이라고 설명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사진=SBS

◆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꼬꼬무'의 비판 수용법

결국 이들의 핵심 포맷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젊은층 공략'이다. 어떤 사건을 전달함에 있어서 기존의 무거운 방식을 탈피하고, 조금은 가볍게 보이지만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 셈.

'꼬꼬무'는 '평택 영아 납치 사건', '지존파 사건' 등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다루면서, 너무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제작진은 "그런 비판은 달게 받는다"고 밝혔다.

최삼호 PD는 "(비판을) 예상 못 한 바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저희 프로그램의 목표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 중에 다시 한번 생각할 만한 것들을 요즘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근데 아무런 정보가 없고, 잘 모르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만들기가 어렵다. '흥미 유도'는 PD의 중요한 사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시청자들에게 근엄하고 진지하게 한 사건에 대해 전달하는 방식은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느낌과 의미를 강요할 수 없다. 그런 콘텐츠는 외면받기 십상"이라며 "그냥 전달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장트리오'보다 전문가를 앉혀 놓는 게 낫다. 최소한 요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장트리오'를 이야기꾼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꼬꼬무' 제작진은 조금 더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목표까지 충실하게 달리고 있다. 최삼호 PD는 "그 방식을 불편해할 시청자가 있을 수 있지만 감수해야 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유혜승 PD / 사진=SBS 제공

◆ "표절 논란? 발로 뛰는 취재,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제작진의 바람대로 '꼬꼬무'는 입소문을 탔고, 고정 시청자층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렇듯 잘나가던 '꼬꼬무'에 '표절 논란'이 일며 찬물을 끼얹었다. 시청자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던 제작진은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꼬꼬무'가 표절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유튜브 채널은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이하 '사건의뢰')다. '사건의뢰'는 프로파일러 김윤희와 경찰 출신의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이 이슈가 됐던 사건들을 대화를 통해 설명하는 콘텐츠다.

23일 공개된 '사건의뢰'의 영상에서 김복준 위원은 '꼬꼬무'가 '사건의뢰'와 비슷한 콘셉트라고 지적하며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우리가 다뤘던 사건을 많이 했더라. 물론 우리가 다뤘던 사건이 인터넷이나 구글링해서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우리만 가지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구글링해서 절대 안 나오고 우리가 따로 조사해서 한 게 많다. 매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꼬꼬무' 최삼호 PD는 "일부 PD, 그리고 작가진들은 전부 '그알' 출신이다. 취재하는 게 몸에 다 배인 사람들"이라며 "구글링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디 나오는 내용을 '복붙(복사+붙여넣기)'해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꼬꼬무'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야기의 주제가 곧 시청자의 흥미와 직결된다는 사실은 제작진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최삼호 PD는 "우리끼리는 '현대사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주요 사건들을 정치, 사회 가리지 않고 일자별로 리스트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주요 월간지는 물론이고 '그알', '추적 사건과 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역사저널 그날' 등의 TV 프로그램 등의 아이템 목록을 전부 리스트업한 뒤 논의를 진행했다"며 "선정 기준의 첫 번째는 당연히 시청자들이 어떤 주제에 흥미를 느낄까였다. 또 '이 이야기가 요즘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고, 고민을 안겨줄 수 있냐'를 고려했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세우고 아이템을 잡고 본격적으로 자료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취재 노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형사 등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판결문도 뽑아서 보고, 책도 참고를 하고, 당시 보도됐던 기사들이나 전문가들의 비평도 찾아서 팩트체크를 한다"며 "여기서 아닌 것들은 다 누락시키고 이야기 라인을 짜는 거다. 아이템이 정해진 뒤에 자료 조사는 최소 4주가 걸릴 정도다. 실제 많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하지만, 스토리텔러가 늘어나면 산만해질 것을 우려해 최소한으로만 방송에 넣는다. 그러다 보니까 취재를 전담하는 작가들도 힘이 빠지는 상황이다. 제작 과정을 확실히 모르셔서 생긴 오해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사진=SBS

◆ "시즌제로 기획, 안 하면 SBS가 바보죠"

이렇듯 발로 뛰는 노력이 있었기에, 제작진은 자신이 있었다. 빠른 시간 내에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만족하는 면도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꼬꼬무'는 시즌제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최삼호 PD는 "시즌1에서는 10편을 준비했고, 시즌제로 기획하려고 한다"며 "지금 반환점을 돌았는데, 전반전 5편은 몸풀기였다. 이제 전략적으로 노하우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겨서 후반전에는 굵직한 정치적인 사건, 사회적인 현상 등을 배치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청률도 잘 나오고, 온라인 콘텐츠 조회 수도 성공적이다. 제작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느꼈으면 했던 편안함과 유쾌함이 먹혔다고 생각한다"며 "'장트리오'가 다 따로 녹화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 녹화하는데 매일 하는 얘기가 '방송하면서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아본 게 처음'이라고 한다. 재밌다는 반응도 많다고 하고, 장항준 감독님에게는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고 웃었다.

그는 "이야기꾼이 편한 자신의 지인을 이야기 친구로 추천하면, 내부 회의를 거쳐서 연락을 드리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프로그램 자체를 생소해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지금은 섭외가 너무 쉽다. 시즌1 녹화가 끝나가는 지금은 '꼬꼬무 너무 좋아한다'는 반응이 많다. 빠르게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혜승 PD 역시 "이야기 친구들이 궁금해하고 기대하면서 오시는 촬영장의 느낌이 너무 좋다. 이야기꾼의 설명을 듣고 나서 각자 나름의 지점에 도달할 수 있게 결말을 정해놓지 않은 프로그램이라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다들 느끼는 바가 다르더라"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달라서 어느 지점에 도달할지 예측할 수 없어 제작진도 흥미롭다. 촬영할 때마다 기대가 된다. 이처럼 누군가의 삶에 어떤 질문을 던져주고, 각자 답을 느끼고 찾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삼호 PD는 "시즌1에는 10개의 이야기가 준비됐고, 11월 말까지 마무리될 것 같다"며 "시즌2가 확정은 아니지만, 이 정도 반응인데 시즌2를 안 가는 건 SBS가 바보인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만약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첫 시즌제로 알고 있는데, 모범 사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시즌1 나머지 편 중에서도 (시청자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측면도 있다. 나머지 다섯 편에서 반응을 보고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자 한다. 한국 현대사회가 초고속 압축 성장을 하면서 파생된 사건이 현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는 묵직한 사건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분명히 시청자들이 생각할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혜승 PD는 "형식에 대한 시도 면에서 제작자로서도 기대가 많이 되는 프로그램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이미 끝난 일이고 과거에 있었던 마무리된 사건처럼 보이지만, 취재를 깊이 하다 보면 오늘의 나와 무관하지 않더라.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발견해가는 지점이 PD로서도 흥미로운데, 이를 시청자들도 같이 나누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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