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시양, 뜨거운 태양이 뜰 때 [인터뷰]

입력2020년 11월 02일(월) 21:07 최종수정2020년 11월 03일(화) 15:29
곽시양 /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태양이 뜰 시간'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가 있다. 쨍쨍한 날씨에 환하게 빛나고 싶다는 의미다. 해 뜰 녘이 지나, 정오를 향해. 또 천천히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감사할 수 있길 바라는 배우 곽시양이다.

2014년 데뷔한 곽시양은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 '오 나의 귀신님' '다 잘될 거야' '마녀보감'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시카고 타자기' '웰컴2라이프', 영화 '로봇 소리' '방 안의 코끼리' '굿바이 싱글' '목격자'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등에 출연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곽시양이 이번에는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극본 김규원·연출 백수찬)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앨리스'는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마법처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 곽시양은 시간 여행이 파괴된다는 예언서를 찾기 위해 1992년으로 파견된 2050년의 남자 유민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곽시양은 "작품을 마치면서 두 가지 감정이 든다. 미안하면서 감사하다. 연기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조금 더 채웠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미안하다. 또 스태프, 배우, 감독님 등이 현장에서 많이 즐겁게 해주셨다. 촬영장을 나갈 때마다 나가고 싶게끔 만들어 주셨다. 그러다 보니 연기할 때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 분위기 메이커인 김희선에게 특히 더 감사하다. '앨리스'는 끝났지만 마음 한편에 오래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곽시양은 '앨리스'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그는 "1~4부를 받았는데 어려웠던 부분이 있어서 다시 앞으로 돌려서 읽었다. 다시 보니까 유민혁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 가장 큰 매력은 우직함과 책임감이었다. 이런 부분이 내가 해왔던 캐릭터 중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해서 출연을 꼭 하고 싶었다"며 "주원이 아들인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보면서 누군가는 희생해야 된다는 걸 느꼈고, 그게 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말에서 내가 죽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좀 더 서사가 있거나 멋있게 죽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유민혁은 2050년의 사람이다. 먼 미래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곽시양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내적으로는 난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얼마나 표현이 됐을지 모르겠다. 미래의 사람이기에 나는 알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확한 시대 배경을 줬더라면 외적으로 더 많이 표현해 시청자들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신 외적으로 감량을 했다. 감독님께서 주문한 게 유민혁은 날카롭고 날이 선 느낌이라고 했다. 책임감이 있는 역할인데 포동 포동하면 매칭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6kg을 감량했다. 벗어야 되는 장면도 있어서 외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먼 미래의 사람을 그리게 된 어려움도 있었지만, 유민혁의 순애보만큼은 이해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곽시양은 "유민혁이 불쌍했다. 처음에 윤태이가 날 두고 떠나갔는데, 내가 찾지 않았던 건 앨리스라는 회사에서 '우리가 할 테니 넌 회사 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해서다. 그 말만 믿고 있다가 윤태이가 다른 남자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행복을 깨지 말고 멀리서 응원하되 그리움은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 것. 그런 모습을 보니 유민혁에게 연민이 느껴지더라. 그리고 박진겸이 내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박진겸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컸다. 만약 내가 과거로 찾아갔더라면 박진겸이 크고 있는 걸 멀리서나마 볼 수 있고, 윤태이가 왜 죽었는지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미안함을 순애보라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앨리스'는 '웰컴2라이프'에 이은 평행세계 작품이다. 이에 대해 곽시양은 "사실 '웰컴2라이프'의 영향은 거의 없다. 이 작품을 하면서 평행세계라는 걸 다시 공부했다. 그런데 또 너무 깊게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 됐든 시청자들이 평행세계가 뭔지 알고 이런 내용이 있어야 편하게 보는데, 나 혼자 깊게 파고 들어서 연기하면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대신 유민혁에 대한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곽시양 /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평행세계에 대한 공부, 다이어트, 캐릭터 해석 등 '앨리스'는 곽시양에게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곽시양은 인지도를 얻었다. 그의 존재가 대중에게 더 각인된 것. 곽시양은 "사실 댓글이나 실시간 톡 같은 건 안 본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댓글을 읽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 물론 그런 것들이 더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악플은 돌아버리겠더라. 그 뒤로는 안 보게 됐다. 대신 주변 지인들에게서 오는 연락이 부쩍 늘었다. 이렇게 조금은 결실을 맺고 있구나 싶다. 식당에 가면 서비스가 잘 나온다. 오랜만에 다시 주목받고,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니 감사하다"고 전했다.

대중에게 인정받고자 노력했다는 곽시양. 그에게 노력의 의미는 남달랐다. 매번 노력하지만, 뒤돌아 보면 그 노력이 작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더 큰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연차가 쌓이고 더 알아갈수록 내가 그동안 해왔던 노력은 아니었구나 싶다"며 "그래서 촬영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다. 노력을 해도 안되는 스트레스 등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힘들 때가 있다. 대신 촬영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면서 제3자의 눈으로 볼 때 말로 표현 못 하는 중독성이 있다. 마치 마약 같다. 그 맛에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큰 노력을 꾀하면서 여기까지 온 곽시양은 자신의 위치를 자평했다. 곽시양은 "내 이름인 곽시양은 '태양이 뜰 시간'이라는 뜻이다. 과거 2015년 인터뷰에서 당시 내 시간이 오전 7시 반이라고 했다. 지금은 10시 반 정도 된 것 같다. 해가 거의 다 떠가고 있는 것 같다. 노력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가다 보면 언젠간 쨍쨍한 12시에서 1시가 되지 않을까. 또 천천히 진다고 치면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곽시양은 "올라온 행보에 있어서 지금 인지도라면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돌아봤을 때 후회를 많이 한다. 그 순간 촬영이 끝나자마자는 잘 모르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서 봤을 때 이게 부족했구나 싶다. 그런데 이게 다르게 말하면 눈에 띄게 발전한다는 긍정적 의미일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욕심이 많은 곽시양은 해보고 싶은 캐릭터도 많고, 닮고 싶은 배우도 많았다. 그는 "좋아하는 배우가 3명이 있다. 이병헌, 조승우, 정지훈이다. 세 분마다 색깔이 다 다르다. 이병헌과 조승우는 정말 연기를 신처럼 하고, 정지훈은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의 주인공만 했다. 나도 이렇게 좋아하는 세 분처럼 '이건 곽시양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할 역할만 하고,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어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약간 전문직이다. 개과천선하는 변호사나, 의사 역할이다. 또 여태까지 해왔던 작품들 중에 나랑 성격이 다른 걸 해보고 싶다. 내가 워낙 활동적이고 장난기가 많은 스타일이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에 대한 욕심도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곽시양은 인생에 대한 목표를 밝혔다. 그는 "내 꿈이 '시양타운'을 짓는 거다. 집을 8채 정도 지어서 지인들에게 제공해 모여 살고 싶다. 그러려면 이 일을 정말 오랫동안 해야 될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동체처럼 살고 싶은데 요즘 집 사기가 어렵지 않냐. 많이 벌게 되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곽시양의 해는 대중의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잠재력을 지닌 새벽의 곽시양에서 환한 정오의 곽시양으로. 또 은은한 저녁노을이 될 곽시양이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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