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의 억울한 죽음…민낯 드러난 한국 체육계 [2020 스포츠결산③]

입력2020년 12월 30일(수) 07:00 최종수정2020년 12월 29일(화) 23:48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2020년 6월,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것이다.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민 이들은 그녀를 보호해줘야 할, 전 소속팀 경주시청의 감독과 주장, 팀 선배, 그리고 팀닥터였다. 이들에게 최숙현 선수는 오랜 시간 폭행과 폭언 등 가혹행위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겪었다.

이에 최숙현 선수는 팀을 옮긴 뒤 지난 2월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 피해 사실을 접수했다.

그러나 최숙현 선수의 피해 사건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만 22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한국 체육계는 앞서 2019년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가 심석희 선수에게 가한 성폭력 사건이 밝혀지며 큰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심석희 선수가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백하면서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스포츠 미투'가 이어지며 체육계의 자정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2020년 체육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최숙현 선수가 직접 피해 사실을 신고하며 자신의 피멍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체육계는 최숙현 선수의 아픔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최숙현 선수와 같이 피해를 당했던 선수들도 보복이 두려워 쉽게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결국 최숙현 선수가 죽음을 선택하고서야 동료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고 '사후약방문'식 대책 마련이 이어졌다. 특히 최숙현 선수의 아픔을 등한시한 단체들의 '책임회피성' 징계들이 발생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의 김규봉 감독과 주장이자 여자 선배인 장윤정에게 영구제명, 남자 선배 김도환에게는 10년 자격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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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이사회에서 '대한철인3종협회 강등 혹은 관리단체 지정'을 심의사항으로 포함했고 논의 끝에 대한철인3종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실시한 뒤 대한체육회에게 해당 사건의 소극적인 대응의 책임을 물어. '기관장(회장) 엄중 경고' 조치하고 사무총장 해임 조치를 요구했다.

선수들의 어려움을 알아내,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제도적으로 선수들에게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야 할 대한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숙현 선수 앞에 죄인이었다. 그러나 서로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으며, 자신들의 민낯을 가리는 일에 열중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후 스포츠 인권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했다. 스포츠 특별사법경찰 도입, 신속·공정한 체육 지도자 자격 행정처분(취소·정지 등)을 위한 체육 지도자 자격운영위원회 설치, 체육 지도자 재교육 등 자격 갱신 실시, 비위 체육 지도자 및 체육 단체 임직원 명단 공표 근거 마련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또한 실업팀 운영 규정 제정 및 지자체장 보고 의무화, 실업팀 지도자 채용·재계약 시 징계 이력 확인 의무화, 지역체육회 등 경기단체 외 체육 단체 임직원 등의 징계 정보 통합 관리를 위한 징계 정보시스템 대상 확대 등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심석희 사건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7차에 걸쳐 체육계 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음에도 2020년 최숙현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제도적 개선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 보호에 대한 인식부터 고민하고 달라져야 할 때임을 절감하는 2020년이었다.

최숙현 선수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2021년의 해는 다시 뜬다. 돌아오는 새해에는 제2의 최숙현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많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정철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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