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조성희 감독, 마침내 구현한 세계 [인터뷰]

입력2021년 02월 15일(월) 19:29 최종수정2021년 02월 16일(화) 09:07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10년 전 구상한 작품이 드디어 관객들에게 공개되는 기분은 어떨까. 조성희 감독은 영화를 업으로 삼기로 마음먹은 후 가장 먼저 '승리호'의 시나리오를 썼다. 때문에 드디어 발전된 기술력에 힘입어 세상 밖으로 나온 '승리호'는 남다르다.

조성희 감독은 2009년 영화 '남매의 집'을 시작으로 '사사건건' '짐승의 끝' '늑대소년' '탐정 홍길홍: 사라진 마을' 등을 연출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제작 영화사 비단길)로 돌아왔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승리호'는 공개 후 26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예상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해외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처음이다. 신기하고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스태프들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미술, CG, 음악 팀 등이 고생을 했는데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 많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리호'의 시작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 감독의 친구는 조 감독에게 우주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조 감독은 이런 소재를 바탕으로 구체화하게 된 것. 그는 "이 얘길 들었을 때 재미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이미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90년대 초부터 이런 소재를 사용했고, 게임에서도 이런 소재가 많이 있었다. 이걸 한국인이 나오는 이야기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가장 큰 힌트를 얻은 건 요란한 비주얼로 나오는 영화의 주인공이 멋있는 옷을 입는 사람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인으로 너무 허황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초를 잡은 시나리오를 영화사에 보여준 것도 먼 과거였다. 바야흐로 조 감독이 영화 아카데미에서 장편 제작 연구 과정을 하던 때. 그는 "연구 과정 후반 작업 중에 써서 영화사 비단길에 보여줬다. 그때는 나도 사리 분간을 못 하던 시절이라 하면 될 줄 알아서 보여드렸다. 미스터리는 대표가 한 번 해보자고 한 거다.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싶다. 그때 나는 데뷔도 안 한 신인이었는데, 이렇게 큰 제작비의 영화를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상하게 의기투합이 됐다. 물론 그 당시에는 안 됐고, 나중에 꺼내서 다시 해보자는 말이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 작업하다가 지금이면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 행운처럼 진행됐다"고 말했다.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또 조 감독은 '승리호'의 제목이 탄생한 비화도 밝혔다. 그는 "극 중 업동이(유해진) 대사로도 나오는데, 이긴다는 의미다. 이 영화가 적을 깨부수거나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제거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화합하며 같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미가 담기길 바랐다.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짜 승리인지에 대해 고민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목이자 우주선의 이름을 '승리호'라고 지었다. 이런 것들은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발견한 거다. 개인적으로 '승리'라는 어감이 좋다. 적당히 유치하고 귀엽지 않나"라고 전했다.

시간 배경을 2092년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영화에 여러 가지 과학 기술들이 나오는데 중력을 극복하고 자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로봇이 나온다. 이런 것들이 발명되려면 적어도 몇 십 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2100년대로 가지 못한 것은 한편으로 아직도 수작업을 하는 세상이어야 돼서다. 우주선 수리를 손으로 해야 되고 수레를 끌고 다녀야 된다. 이런 걸 동시에 보여줘야 되는 시대라서 한 세기를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일들이 21세기 안에서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라며 "이런 시대가 언급되는 SF 영화들의 기술 수준도 고려했을 때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구상된 지 10년 후에 세상에 공개된 '승리호'는 지나온 세월만큼 완벽한 CG로 화제를 모았다. 조 감독은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온 입장에선 CG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보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했다는 거다. 어려운 건 이펙트 효과였다. 작은 입자들이 날아다니는 것 등 장식적인 효과를 넣는 게 고생스러웠다. 또 배우들마다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이 달라서 그것들을 합의하고, 너무 판타지 같지 않게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다"며 "참여한 업체는 10개였다. 할리우드 CG가 어느 정도 비용인지 모르지만, 대략 예상하기로는 7~8분의 1 정도의 비용이 들지 않았을까 어렴풋이 짐작한다"고 전했다.

이는 조 감독의 세밀한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효율성을 고려해 작전을 짰다. 그는 "우리는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작전을 효율적으로 세웠다. 너무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할 수 없는걸 한다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 생각했다. 효과를 크게 구현하는 것에 대해 작전을 세운 것"이라며 "중점을 둔 부분은 실제 촬영과 풀 CG 화면이 서로 어울리도록 한 거다. 우주 공간에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장면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또 빛의 느낌과 물체에 빛이 닿았을 때의 반응도 세심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속도감도 중요했다. '승리호'는 노동자들이 나오는 영화고, 삶이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다룬다. 때문에 추격전도 거칠고 박력 있게 나오길 바랐다. 속도감을 내고, 할리우드의 유려한 비행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완벽한 CG를 구현하기까지 현장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조 감독은 "촬영 분량이 너무 많았다. 그래픽 수가 많다 보니까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어야 됐다. 미세한 부분에서 기술적인 것이 필요해 반복적으로 찍었다. 참 고난도 촬영이구나. 고생스러웠다. 전체를 다 CG로 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처럼 '승리호'는 할리우드 SF 우주물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조 감독 역시 레퍼런스와 오리지널리티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고. 그는 "처음으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업은 '메모리즈'였다. 뱃사람들이 나와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보면서 이게 가능한 이야기구나. 이걸 해도 되는구나 용기를 얻은 느낌이었다. 그런 작품들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따로 노력하기보다는 출발점을 확인하고, 황당한 직업이 아니란 것에 안심을 얻었다. 이야기는 대안가족의 화합이기 때문에 그동안 나온 작품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만 '승리호'는 다소 신파적인 요소가 있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관객들이 신파를 느끼셨다면 내 고민이 깊지 않았다는 뜻 같다. 반성하게 된다. 그래도 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며 "가족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신파적인 부분인 나오지 않았을까.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 진짜 가족이 있지만 그걸 잃어버린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가 이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족을 잘 떠나보내고 가슴에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게 신파긴 하지만 최대한 피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

끝으로 조 감독은 '승리호'에 대해 "참여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이 작품을 봐 주신 관객분들께도 감사하다. 재밌게 봐주신 분, 아쉽게 봐주신 분도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감사할 뿐"이라며 "'승리호'는 내가 영화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후 처음 쓴 장편 시나리오다. 이게 영화화가 돼서 이렇게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시간이 지나면 이 영화를 만들 때의 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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