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가랑비처럼 스며드는 여운 [무비뷰]

입력2021년 09월 15일(수) 10:30 최종수정2021년 09월 15일(수) 10:13
기적 포스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기적'은 스며드는 매력을 지녔다. 짧은 시간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화려한 연출이나 빠른 전개는 없다. 다만 옷이 젖는지 모르는 가랑비처럼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어 오랜 시간 여운을 안긴다.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제작 블러썸픽쳐스)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수학 신동이었던 어린 준경(김강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준경은 기관사 일로 바쁜 아버지 태윤(이성민) 대신 누나 보경(이수경)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준경은 고등학생이 된다. 그의 소원은 바로 마을 내 간이역 개통이다. 준경이 사는 마을에서는 읍내로 나가기 위해 위험천만한 기찻길을 지나야 한다.

준경은 간이역을 세워 달라는 요청을 담은 편지를 매일 청와대에 보낸다. 이를 지켜보던 동급생 라희(임윤아)는 준경에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과연 '간이역 개통'이라는 두 사람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기적 스틸컷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공허했던 '기적'은 시간이 흐를수록 메워져간다. 서사는 천천히 쌓이고, 그에 맞춰 인물들의 감정도 몸집을 키운다. 비어 있던 곳을 따스하게 채워나가는 '기적', 그 끝엔 벅차오름이 있다.

1988년 대한민국 최초로 지어진 민사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 '기적'은 척박했던 땅에서 이뤄진 기적을 보여준다. 차갑던 땅을 일구고 벽돌을 쌓아올리는 과정은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이 과정에서 역경도 마주한다. 자칫 느슨해질 법한 전개에 위기를 더해 보는 재미까지 잡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설득력과 공감도 높였다. 1980년대 시대상을 되살려낸 레트로한 소품들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추억 속의 폴라로이드 카메라, 카세트 테이프 등은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작품 초반 속을 알 수 없었던 인물들의 감정도 시간이 흐를수록 채워진다. 작품 후반부에는 감정이 넘쳐 흐를 정도다. 특히 준경과 보경, 준경과 태윤간의 감정 표현은 압도적이다. 이들은 서로간의 비밀과 오해를 풀어가며 폭발적인 내면 연기를 펼친다.

특히 주인공 준경을 연기한 박정민은 역시나다. 사투리도 걱정이 무색할 말큼 어색함이 없고 작품을 이끄는 주역답게 존재감도 빛이 난다. 이수경도 박정민에 뒤처지지 않고 작품을 탄탄하게 채워나간다.

이처럼 '기적'은 따스하게 차오르는 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아 보는 내내 편안하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가랑비는 텅 비어져 있던 마음을 가득 채우고 만다. 오늘(15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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