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전 그냥 즐길래요" (인터뷰)

입력2015.04.23 11:40 최종수정2015.04.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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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이나타운'의 배우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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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손화신 기자] 쿨했다. 김고은은 그랬다. 눈빛 말투 제스처 표정에서 무심하고 단순한 느낌이 흘렀다. 질문을 하면 화려하고 멋진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말주변의 문제라기 보단 그냥 성격자체가 그런 것 같았다. 계산하지 못하는, 혹은 계산 따위는 그냥 귀찮아서 안 하는 유형.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고은은 깨끗해서 솔직할 수밖에 없는 파란 도화지 같은 사람이었다.

김고은은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버려진 아이 일영을 연기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지난 20일 언론시사회에서 왜 말이 꼬였는지 그에게 물었다. 질문에 김고은은 "그땐 정말 멍했어요. 영화를 보고 일단은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을 한 상태로 들어갔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 기자님들이 질문을 하시면서 영화에 대한 칭찬을 먼저 하시는 거예요. 순간 울컥했어요. 그래서 옆에 앉아계신 김혜수 선배님의 눈을 바라봤는데 선배님도 울컥하는 중이셨던 거예요. 이렇게 칭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둘이 눈빛으로 '우리 울컥하면 안 돼, 이러면 안 돼' 그런 대화를 나눴죠."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한 김고은은 현장에서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를 배워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그는 어떤 후배인지, 바짝 긴장해 있는지 능글능글한 분위기 메이커인지 궁금했다. 질문에 김고은은 "긴장하는 편은 아니에요"라며 특유의 쿨한 표정을 지었다. "촬영장에서 편안하게 있으려고 해요. 내 집처럼요(웃음). 원래 처음엔 낯을 조금 가리는데 친해지고 나면 안 그래요. 그래서 처음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해요." 대화를 나눌수록 김고은은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다.

김고은이 쌓아간 '은교' '몬스터' '차이나타운'이란 필모그래피를 보면 영화에 대한 취향이 확실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장르를 좋아하느냐 따위의 틀을 짓는 질문은 자유롭게 사고하는 김고은에게 안 어울린다는 걸 이내 깨달았다.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 없고요 저는 웬만하면 다 재미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영화 어땠냐'고 제게 안 물어봐요(웃음). 저한테 어느 한 부분만 채워줘도 그것으로 좋아요. 영화의 장점을 잘 보는 편인 거 같아요." 정말 도화지 마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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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이나타운'의 배우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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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엉뚱한 질문을 던져봤다. 연기가 적성에는 맞는지, 직업인으로서 배우 일이 적성에 맞는지 물었다. "글쎄요. 배우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 그냥 즐기고 싶어요. 기자분들이 이렇게 많이 질문해요. '이번 작품이 이러한데 반복되는 전작의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거죠? 이번에는 이러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하신 거죠?'라고요. 근데 전 그런 거 없거든요."

"계산하지 않고 하고 싶어요. 흥행이나 이미지, 필모그래피의 방향 그런 거 재고 따지면서 작품을 고르는 거 안 좋아해요. 그런 적도 없고요. 뭐 물론 '이 영화를 하면 100% 잘 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저도 그런 작품을 선택하겠죠. 그런데 잘 되고 안 되고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 설령 영화가 잘 된다고 해도 내가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느냐 하는 건 모르는 일이잖아요."

노년까지 오래도록 연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어떻게 보면 배우에게 던지는 것 치고는 식상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이었다. 대부분 배우들이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할 거라며 두 눈을 마구 이글거리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김고은의 반응은 달랐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진 후 "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즐기고 싶어요." 멋있고 안전한(?) 대답 대신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를 알려주려는 모습이 정말 예뻐보였다.

"좋다고만 해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잖아요. 연차가 쌓이면서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도 생길 거고요." 연기에 대한 섣부르고 과한 의욕 같은 게 없어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모르는 척 "연기가 적성에 맞긴 하죠?"라고 농담 섞인 질문을 다시 던졌다. 김고은은 역시나 쿨하게 "제 적성에 맞네요. 제가 열의를 가지고 뭘 해본 게 연기 밖에 없거든요"라며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단순하고 해맑아보여서 남 눈치 같은 거 안 보고 살 것 같다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닌데요? 저 악플 다 찾아봐요"라며 해맑게 답했다. 김고은도 악플이 있냐고 하자 "제가 첫 작품(은교)부터 강했잖아요. 악플 있죠"라고 답했다. 그럼 악플 때문에 상처를 좀 받았겠다고 물으니 김고은은 "상처 안 받아요. 과정을 즐기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정말 신기한 도화지 같은 성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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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이나타운'의 배우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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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민은 있겠지. 김고은은 "고민이요?" 하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고민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듯 숙고하더니 "아, 저 고민 있어요!"하고 기쁘게 말했다. "영화 촬영 이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고민이에요. 전에 영화 촬영을 끝내고 시간이 비었을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취미활동을 해보라며, 안 그럼 우울증 걸린다는 기자의 말에 김고은은 "저 취미 많아요"라며 자신 있게 반박했다.

"저는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해요. 스트레스 받으면 노래방에 가는데요, 가끔 혼자서도 가요. 전 혼자서도 잘 놀아요. 여행도 혼자 잘 가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밥은 혼자 못 먹겠더라고요. 차라리 안 먹고 말지." 여행 가서는 혼자 어떻게 노는지 묻자 김고은은 "가만히 있어요"라고 말했다. "저는 낯선 공간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요. 프랑스 갔을 때 파리에서만 9일을 있었어요. 카페 가서 커피 마시고... 가만히 있었어요." 김고은의 성격을 이제 알 것 같은 기자는 "당연히 명소 구경하려고 애쓰지 않았죠?"라고 묻자 역시나 "앉아서 사람 구경하는 게 재미있어요"라고 답했다.

인터뷰의 마무리. 종일 많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말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죠?"라고 넌지시 물었다. 솔직해서 조금 섭섭할 뻔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 저는 듣는 거 좋아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이고 뻔한 대답 대신 진솔한 답들을 되돌려준 김고은에게 고마웠다.

한편 김혜수 김고은 주연의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을 그린 영화다. 오는 29일 개봉.


손화신 기자 ent@stoo.com
사진=방규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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