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어라 박현정"…이제는 괜찮은 '꼬리표' 이야기 [인터뷰]

입력2018.02.14 07:00 최종수정2018.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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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어라 달순아' 박현정 / 사진=스포츠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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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박현정이 '꽃피어라 달순아'로 다시 만개했다.

누구나 과거는 있다. 괜히 꺼내 들쑤시기 싫지만, 아내 혹은 엄마 박현정이 아닌, 배우 박현정이 세상 밖으로 나온 과정을 설명하자면 빼놓을 수 없다. 얼마나 잘 해냈는지, 어찌나 의연한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도 지울 수 없는 획이다.

지난 2011년 박현정은 13년 만에 이혼했다. 상대방은 코미디언 양원경이다. 방송에 숱하게 노출된 탓에 이혼 이후에도 두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꾸준히 회자됐다. 지난 9일 종영된 KBS2 일일드라마 '꽃피어라 달순아'(극본 문영훈·연출 신창석)에서 열연한 박현정에게도 이혼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이제는 덤덤하다. '꼬리표' 아닌 지나간 일 정도라는 표현이다. 발상을 바꾸니, 안고 가야 할 숙명 혹은 주홍글씨 따위보다는 성숙의 발판이란다.

"7년 내내 인터넷을 끊고 살았어요. 하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서, 다들 어제 일처럼 말하던데요. 저조차도 7년이 지난 이야기가 맞나 싶더라고요. 힘드냐고요? 힘들었었죠. 예전의 나를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고, 아팠어요.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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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어라 달순아' 박현정 / 사진=스포츠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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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진 대단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기억들의 조각들일뿐이라고 인정하니 자유로워진 것. 아팠던 시절을 돌아보니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이었다.

"인정하기 싫어해서 힘든 거더라고요. 어느 순간 '맞잖아. 사실이잖아'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이혼한 여자는 '이혼녀'라고 지칭하잖아요. 전 그런 아픔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요. '그래 맞아. 난 이혼녀고, 싱글녀야' 인정하니 저절로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던데요. 처음에야 조금 부자연스럽고 껄끄럽지, 시간 지나니 괜찮아졌어요. 뻔한 말이지만 내가 선택한 사랑이고, 내가 지내온 생활이니 겪어내는 것도 나인걸요."

박현정을 괜찮아지게 만든 일등공신은 기특한 딸들이었다. 박현정은 고통에 사무치던 어느 날 첫째 딸이 해준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그는 "나보다 백배는 더 힘들었을 우리 딸이 해준 말"이라고 표현했다.

"하도 제가 맥이 빠져서 지내니 첫째딸이 '엄마 많이 힘들지'라고 물어오더라고요. 본인도 힘들 거면서. 딸은 '다르게 생각해봐, 엄마는 '배우'고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아야 하잖아. 누구는 돈을 줘도 홍보가 힘든데 그냥 감사하게 생각해봐'라고 했어요. 저는 '그래. 네가 나보다 낫다'고 말했죠. 환경 탓 남 탓만 하던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말이에요. 발상 전환의 계기였죠. 이렇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아픔이 날 성숙하게 했고, 삶의 영양분이 됐네요. 살 붙여 말하자면 축복의 기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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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어라 달순아' 박현정 / 사진=스포츠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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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던 새 출발, 이제는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마냥 즐거운 과정이 됐다. 박현정을 브라운관 앞으로 끄집어내 준 것도 딸들의 말이었다. 드라마를 보던 중 "우리 엄마가 더 잘할 텐데, 시상식 가서 드레스도 입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마음먹었단다.

박현정은 용기를 냈다. 지난 2013 KBS2 드라마 '루비반지'로 단역을 맡아 시동을 걸고, 연극 무대도 찾아다녔다. 이를 악물고 고군분투했고, 잠시 잊고 살던 연기의 재미도 차츰 느꼈다. 그러던 중 '꽃피어라 달순아'가 선물처럼 다가왔다.

"사람이 하려고 마음먹으니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한참을 소속사 없이 혼자 뛰어다녔어요. 그러던 중 현재 소속사인 열음엔터테인먼트와 미팅이 잡혔고, 준비해 나갔죠. '꽃피어라 달순아' 미팅도 그날 전해 들었어요. KBS 공채로 데뷔해 활동하던 시절, 친분 있던 감독님 한 분이 송연화 역할에 저를 기억하고, 추천하셨다고 들었어요.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달려가 오디션 비슷하게 대본을 읽어봤고, 저의 인생을 쭈욱 들려드렸어요. 작가님들이 '송연화는 그냥 현정씨네요'라고 해줬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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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어라 달순아' 박현정 / 사진=스포츠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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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갑부로 이름난 송씨 집안의 외동딸 송연화 역을 맡은 박현정은 해방 이후 사랑하는 이와 딸을 잃는 아픔을 온몸으로 겪으며, 의지로 삶을 헤쳐나가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냈다. 갖가지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송연화의 강단을 밀도 있게 연기하며 호평받은 것.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감정들을 연기하면서도 그는 흔들림없이 7개월의 긴 호흡을 유지했다.

"지난 2017년 7월 뙤약볕 아래서 촬영을 시작해 엄동설한에 떨면서 촬영을 마쳤네요. 대사량이 엄청났어요. 고시생처럼 앉아서 달달달 외우느라 고생이었죠.(웃음) 역할의 비중이 크다는 반증이니 신나서 했어요. 웃다가 울다가 화내다가, 감정 폭도 널을 뛰었죠. 연극하면서 가끔 '정말 고난과 역경에 처한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말하는 대로 이뤄진 거죠.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고, 한동안 이 여운을 간직할래요. 저는 중고 신인이잖아요. 초심을 '꽃피어라 달순아'로 다시 찾았고, 이 리듬을 앞으로도 가져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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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어라 달순아' 박현정 / 사진=스포츠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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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꽤나 진지하다. 바라는 배우상, 그리는 배우의 얼굴을 묻자 "못생기게 구겨져 우는 배우"란다.

"우는 장면을 보면, 항상 불만이었어요. 눈물 한 방울 또르르, 그건 진짜 울어 본 적 없는 사람 아닌가요.(웃음) 저는 온 얼굴이 잔뜩 구겨져 아름답지 않게 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요즘은 차기작이 정해질 때까지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채우려고 애쓰고 있어요. 조금 뻣뻣한 몸을 풀어보려 액션스쿨, 필라테스도 생각 중입니다. 앞으로 계속 연기할 건데, 관리해야죠."

마지막으로 1995년 KBS 공채 17기로 데뷔한 박현정은 "중고 신인 잘 부탁드린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사진=팽현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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