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구 "영화 '원죄', 종교에 빠진 사람과 안티 세력 같이 봤으면" [인터뷰]

입력2018.04.16 11:40 최종수정2018.04.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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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구 / 사진=MSK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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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문신구 감독은 늘 영화를 통해 시대의 금기를 화두로 꺼냈다. 70, 80년대에는 정치, 노동의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했고 90년대 들어와서는 영화 '미란다'(1995), '콜렉터'(1996) 등을 통해 '성(性)'을 파격적으로 다뤄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문제적 종교 영화 '원죄'(감독 문신구·제작 MSK컨텐츠)로 2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원죄'는 종교에 극단적으로 빠진 사람들과 종교 안티 세력이 같이 봤으면 하는 영화에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포츠투데이 사옥에서 만난 문신구 감독은 10년간 준비한 '원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민감한 종교적 화두를 택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졌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포화 직전인 이슈가 바로 종교다. 종교가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부작용도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손가락질받는 저주의 대상이 돼가고 있지 않나"면서 "요즘에는 오히려 종교인보다 종교 안티가 더 많다. 이 안티를 못 받아들이면 한국 종교 사회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두 극단적인 세력이 영화를 함께 봤으면 좋겠다. 종교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과 미쳐서 빠져있는 사람이 동시에 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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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 포스터 / 사진=MSK콘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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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원죄'에 대해 "똑같은 현상을 놓고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보는 눈이나 느낌이 다르지 않나. 영화 속에서 상문(백승철)은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소아마비였고 마누라가 미군에게 몸을 파는 일을 하다 도망갔다. 딸마저 간질병 환자다. 소위 말해 남들에게 손가락질받는 힘든 환경이다. 그런 사람들이 바라보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과는 다르지 않겠나.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오히려 저주의 대상이 되는 거다. 그것이 수녀의 신앙과 부딪히는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상문은 수녀 에스더(김산옥)를 따라다니며 집착하고 저주를 퍼붓는다. "왜 하필 집착하는 대상이 수녀냐"는 질문에 그는 "상문이 수녀를 바라본 순간 평소 자신이 하나님에게서 버림받고 저주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거다. 수녀는 하나님을 대신하는 사람이 돼버리는 거다. 물론 그 안에는 자기 아내에 대한 증오심도 있지만, 결국 하나님을 믿는 너희들이 위선이고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고 설명했다.

그가 종교 이야기를 과감하게 들고 나왔지만,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는 종교 이야기를 한다니까 주변에서 굉장히 반대를 많이 했다. 두드려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도 겁이 많이 난다. 수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런데 시사회 때 목사들이 열한 분 오셨다. 이런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말씀하신 분도, 너무 좋다고 하신 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종교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문 감독은 직접 목사 안수까지 받았다고. 그는 "종교는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어쨌든 종교를 다룰 만한 소양을 갖춰야 하니깐"이라면서 "직접 교회도 나가고 신학도 해봤다. 심지어는 안수도 받고 나서 실제로 여러 교회를 개척해서 (목사를) 2년 동안 해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도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를 시리즈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종교 영화가 앞으로 '원죄'를 포함해 적어도 세개 이상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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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구 / 사진=MSK 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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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늘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적인 영화를 해왔다. 시련도 많았다. 그의 작품 '미란다'는 외설 시비에 휘말렸고 그는 법정까지도 서야 했다.

문신구 감독은 "'미란다'를 했던 90년대,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져서 해외 토픽에도 났다. 1년간 뉴스를 장식했고 토론 프로그램에도 나왔다. 사회적으로 성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마치 지금 미투에 걸린 사람처럼 취급을 받았다. 당시에 마광수 교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렇게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전에 정치 얘기를 했을 때는 쫓기기도 했는데 성 문제를 건드릴 때는 특히 더 힘들었다. 그런데 내가 토론장에 나왔을 때 나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더 앞서서 그런 짓을 하고 있다. 그건 시대적인 거였다. 그 시대에는 성적인 이야기가 더 금기 상황이었고"라면서 "종교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해결은 못 하지만 어쨌든 문제 제기를 하다 보면 저절로 치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위험성을 감수하고 여전히 영화를 통해 과감한 이야기를 하고있는 것은 그의 감독관과도 무관치 않다.

"작품 할 때마다 시뮬레이션을 해요. 어떤 이야기를 만들면, 그것이 사회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그러면서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 갈지요. 의도했던 대로 그게 맞아떨어질 때 감독으로서 가장 행복하죠. 제게 영화는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에요. 하나의 매스미디어적인 역할이에요. 세상에 같이 반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던져주고. 세상이 그 이야기에 반응을 일으켜주는 게 좋아요. 이 나이에 감독으로서, 작가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나만의 작품 세계,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닐까요. 젊은 애들이 하는 걸 내가 하면 뒤떨어지지 않겠어요? 그 친구들이 못 하고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거죠."

그는 '원죄'가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가벼움'만 찾는 요즘 세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요즘 지하철만 타도 사람들이 전부 게임을 하고 앉아있다. 요즘 사람들이 너무나 피상적인 것에만 관심을 두고 피폐해져서 걱정이다. 예전에는 젊은 애들이 읽지도 않은 철학책을 들고 이해도 안 되는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눴었다. 그렇게라도 하면 좋겠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요즘에는 사람들이 영화를 예술이라고 생각 안 한다. 게임 하듯이 여가 즐기기 용으로 본다. 대기업 자본들이 들어오면서 그렇게 상품화가 돼가다 보니 예전에 붙여졌던 영화 예술이라는 게 없어져 버렸다. 참 안타깝다. 영화 예술로서의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어떤 분들은 충격적이라고도 하지만 '원죄' 같은 예술 영화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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