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 "다시 태어난다면 처음부터 '딸'로 효도하고 싶어요" [인터뷰]

입력2018.02.14 09:00 최종수정2018.02.1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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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 한복 인터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한복협찬=이선영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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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하리수'라는 상징성.

대한민국에서 하리수 이름 석 자는 '트랜스젠더 연예인'이라는 단순한 텍스트 그 이상의 무게감을 수반한다. 성(性) 전환 후 연예계에 데뷔하고 호적을 정정하는 등 그가 걸어온 발걸음들은 이 나라의 역사를 바꾸는 하나의 기록이 됐다. 그 길이 어땠을지 감히 어쭙잖은 상상조차 송구스럽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트랜스젠더가 되기까지 그가 이겨내야 했을 수많은 편견은 그만큼 무거운 것이었다.

'쟤는 트랜스젠더니까 이렇게까지밖에 못하겠지?' 그 지긋지긋한 시선들을 끊어내기 위해 하리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사람들에게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지 않으려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연습하며 부단히도 애썼다.

"데뷔하고 나서 책도 쓰고, 라디오 DJ도, 모델도, 배우도, 가수도 했다"고 줄줄이 읊을 수 있는 하리수의 여유로운 자부심은 그런 의미에서 그가 죽도록 기울여온 노력이 빚어낸 치열한 '생(生)'으로 귀결된다. "그동안 정말 많은 걸 했다. 일할 때는 프로의식이 있다. 내가 연기할 때 NG를 안 내기로 유명하다. 실제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날 되게 좋아한다"고 가감없이 내뱉는 하리수의 확신 있는 어조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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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 한복 인터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한복협찬=이선영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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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찍을 때 중국 활동이 겹쳤었거든요. 특히 상해는 비행기 결항이 진짜 많잖아요. 비행기가 연착돼서 늦은 데다 제가 맡은 역이 무당 기선녀라 갑자기 혼이 씌어서 울다가 웃다가 또 이야기를 하다가 확확 바뀌었어야 했거든요. 보통 촬영할 때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니까. 제가 도착하니 밤샘 촬영을 할 것 같은 느낌이라 스태프들 분위기가 안 좋더라고요. 근데 도착해서 1시간도 안 돼서 촬영을 다 끝냈어요. NG 없이 바로 다 찍었거든요."

하리수의 피, 땀, 눈물이 빚어낸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만에서 드라마를 찍을 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더블 주인공이었던 상대 여자 주인공의 분량을 대거 가져오는 기염을 토했다. "트랜스젠더니까 인기가 있어서 역할을 조금 주셨는데 1/3이었던 대본 분량이 첫 촬영하자마자 엄청 늘었다"는 자신만만한 영웅담이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되는 스타일이에요. 2002년에 엠넷 '쇼킹엠'이라는 프로그램의 MC를 보는데 잠깐잠깐 MC 타임 날 때마다 의상을 갈아입고 머리도 바꿨어요. 반응이 좋았죠. PD님도 좋아하셨고. 물론 스타일리스트들은 엄청 힘들었지만요. 외국 나갈 때도 짐이 엄청 많아요. 외국에선 뭐든지 갑자기 공수할 수가 없잖아요. 스케줄이 딱 하나 있더라도 의상은 최소 5~6벌 챙겨 가요. 신발도,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로요. 갑자기 추가되는 스케줄이 있어도 다 소화할 수 있게끔 완벽하게 세팅하고 그걸 몇 번씩 확인을 다 해야 돼요."

일에 있어서는 칼 같지만 실제 성격은 털털하단다. 하리수는 "일 이외에는 되게 편안한 스타일이다. 밥도 컵라면이나 볶음밥 같은 걸 먹는다. 전혀 까탈스럽지 않다"며 "집순이다. 일 아니면 집"이라고 했다. "쓸데없는 소문을 만드는 게 싫어서 밖에는 잘 안 나간다"는 속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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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 한복 인터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한복협찬=이선영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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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한 답도 뜻밖에 소박했다. "집에서 강아지랑 잘 때"라고. 지난해 겪은 이혼의 아픔 또한 강아지들과 지내면서 이겨내고 있었다.

"저는 원래 사랑을 할 때도 미치도록 사랑하고 또 그 사랑 때문에 엄청 아파하고, 일할 때도 열정을 다 하기 때문에 지나간 것에 대해서 후회하진 않아요. 저한테는 다 교훈으로 남으니까. 앞으로 그런 일이 안 생기게끔 대비하고 공부하죠. 그래도 힘들 때는 그냥 드라마 보고 빠지거나 책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해요."

수도 없이 세상에 맞서온 하리수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궁금했다. 만약 마음대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냐고 묻자 그는 곧바로 "그런 공상 좋아하고 많이 한다"고 받아치며 흥미를 자극했다.

"'초능력을 갖고 있다면?' 그런 생각 많이 해요. 날아다니고, 과거나 미래에도 갔다 오고, 투명인간도 되고, '어벤져스' 같은 생각들 자주 하는데 그냥 생각만 하고 그걸로 끝내요.(웃음) 어렸을 땐 인어공주가 되고 싶었어요. 물에 들어가면 꼬리로 변하고 밖으로 나오면 다리가 되잖아요. 왜냐면 아주 어렸을 때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고, 고등학생 때에도 강에, 또 바다에 빠져 죽을 뻔했거든요. 그 트라우마가 있어서 '인어공주처럼 되면 참 좋겠다'는 동경이 항상 있었어요. 언젠가 인어 꼬리를 달고 화보를 한 번 찍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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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수 한복 인터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한복협찬=이선영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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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가' 하리수에게 "다시 태어난다면?"이란 질문을 덧댔다. 이 역시 대답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뭉클한 답이었다.

"이번엔 제가 성을 바꿔서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잖아요. 다음번에는 성을 바꾸지 않는 딸로 태어나서 처음부터 딸로서 효도하고 싶어요. 지금 효도를 안 하고 있다는 건 아니고, 더 열심히 하고 싶지만. 시작부터 마음 아픈 일이 없게끔. 그럴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인간 하리수의 목표도 '내'가 아닌 온통 '가족'이었다. "부모님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고, 제 주변 분들이 행복하게 돈 잘 벌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윤혜영 기자 ent@stoo.com
사진=팽현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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