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천우희 "왜 힘든 작품만 하냐고요? 하나하나 넘고 싶어요"(인터뷰)

입력2017.10.12 16:25 최종수정2017.10.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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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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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 천우희. 줄곧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를 안방극장에서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가 넘쳐나는 가운데 그가 드디어 브라운관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매체에 국한되지 않는 연기력으로 또 한 번 대중을 사로잡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 이연화 역으로 열연한 천우희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촬영 후 찾아온 몸살에 목소리까지 잠겨있어 안쓰러움을 자아냈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하고 유쾌하게, 또 진정성이 느껴지는 답변을 전했다.

"드라마 하기 전에 영화도 하고 있어서 초반에는 세 개를 병행했어요. 긴장을 잡고 있다가 세 가지가 다 끝나버리니까 끝났나 보다 싶어요. '아르곤'은 아주 아주 즐겁고 행복한 현장이었죠. 첫 드라마로 '아르곤'을 만난 게 진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만족스러워요."

천우희의 첫 드라마 '아르곤'은 8부작으로, 보통 미니시리즈가 16부~20부작인 것에 비하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분량이다. 빨리 끝나버린 드라마에 천우희는 어떤 마음일까.

"처음에는 8부여서 '꿀이다'라면서 좋아했어요. (웃음) 배우, 스태프, 감독님 다 부담이 덜 하니까 좋아했죠. 그런데 8부를 딱 마치니까 너무 아쉬운 거예요. 이야기를 더 풀어갔으면 하는 것도 있지만 이제 막 편해지고 친해졌는데 그게 아쉬워요. 다들 '한 12부 정도가 제일 좋겠다'고 했어요. 대부분 드라마가 12부면 얼마나 좋을까요? (웃음)"

첫 마디만 들어도 '아르곤' 현장 분위가 얼마나 좋았는지 느껴졌다. 이에 천우희에게 어땠는지 묻자 그는 진심이 묻어나는 목소리도 "진짜 좋았다"고 답했다.

"현장 분위기 진짜 좋았어요. 드라마는 안 해본 거라 겁먹고 있었어요. 주변에서 들어 보니 드라마는 워낙 힘들어서 다들 예민해져 있는 경우가 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현장에서 매일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사전제작은 아니지만 촬영을 일찍 시작하기도 했고 대본도 반 이상 나와 있었어요. 감독님도 워낙 웃음이 많으시고 스태프분들도 그랬어요. 배우들도 또래고 너무 다 좋았어요. 다 같이 찍는 신일 때는 시간이 걸리긴 해도 저희끼리는 너무 즐거웠죠."

행복한 현장에서 첫 드라마를 마친 천우희. 하지만 첫 드라마였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았다. 이에 천우희는 영화보다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제가 유난히 영화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보거나 대사 없이 표현해야 하는 게 많았어요. '아르곤' 연화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한순간 표현으로, 찰나로 표현이 돼야 하니 쉽지 않더라고요. 영화는 충분히 설명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드라마는 찰나의 부분에서 연기를 해야 하니까 그게 조금은 영화보다 어려웠어요."

그런데도 천우희는 앞으로 드라마를 더 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아르곤'을 통해 매체의 한계를 깬 그를 조만간 브라운관에서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답변이었다.

"이번에 너무 재미를 느껴서 앞으로도 드라마를 더 해보고 싶어요. 물론 연기적으로는 다른 바가 없을 수도 있는데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배우가 새로운 대사를 했을 때 애드리브로 할 수도 있고 유동 가능성이 많이 있는데 그런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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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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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중이 기다리던 천우희의 드라마. '아르곤' 출연 확정 소식이 전해지기 전 여러 드라마 출연 관련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천우희의 선택은 '아르곤'이었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재밌어서요. 드라마는 항상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상황도 시간도 맞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꼭 하고 싶었어요. 다음 영화라든가 스케줄적인 부분도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는 정도고, 8부라는 점도 하나의 좋은 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어요. 16부였다면 제가 겁냈을 것 같다고 해요. 또 저 혼자나 남녀 중심이 아니라 팀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라 좋았죠. 아주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시청률이 막 좋게 나온다거나 제가 돋보일 수 있는 역할로 욕심부려서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아르곤'이 베일을 벗기 전 이연화 캐릭터에 대한 설명만 봤을 때는 이연화가 어리바리한 전형적인 막내 기자의 모습일 것 같았다. 하지만 이연화는 달랐다. 현실적인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지만 열정이 넘쳤고 그만큼의 성과도 거뒀다. 또 어리숙해 보이지만 패기 넘치고 매력적이었다.

"저는 '아르곤' 대본 자체가 담백해서 좋았어요. 김백진 같은 경우 영웅적이고 100까지 완벽한 사람으로 표현될 수도 있고, 이연화는 민폐 캐릭터 여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아르곤'은 그런 게 아니라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라 좋았어요. 연화가 짠 내 난다고 하는데 그런 짠 내 속에서도 우리는 항상 극복해나가려고 해요. 거기에 빠진 게 아니라 '슬픈 일이든 힘든 일이든 밥은 먹고 살아야지'라며 이겨내는 현실적인 모습이 좋았어요."

이렇게 선택한 천우희의 첫 드라마 주연작은 첫 방송부터 호평이 이어졌다. 그리고 회가 거듭될수록 천우희와 작품에 대한 좋은 반응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이런 실시간 반응이 천우희에게는 낯설었다.

"드라마는 피드백이 빠르니까 재밌더라고요. 사실 부모님이 첫 방송을 같이 보러 오신다고 했는데 못 오게 했어요. 친구들한테는 부모님 오신다고 하고 저 혼자 봤죠. 아직도 제가 나오는 걸 같이 보는 게 민망해요. 첫 방송이라 떨리기도 했고요. 또 요즘은 실시간 톡이 있더라고요. 바로 올라오니까 너무 신기해요. 저도 시청자로서 저 공감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정말 시청자분들은 속일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시청자 반응을 묻자 천우희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연기 잘한다는 말이요"라고 답했다. 또 천우희는 현장 스태프의 칭찬에 감사했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천우희 연기 잘한다'는 말이 제일 좋았고 '예쁘다'는 말도 좋았어요. (웃음) 제가 봐도 너무 뽀얗게 나오더라고요. 사실 조명 감독님이 처음에는 저한테 관심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랑 작품을 같이 하며 팬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하셨어요. 연화 신에서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조명에 영혼을 갈아 넣어주셨어요. 너무 예쁘게 나오니까 저뿐만 아니라 지인들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조명 감독님은 감정을 조명 안에 녹여내야 하는 분이잖아요. 제가 연기를 하며 의도대로 표현해줘서 고마웠다고 했어요. 조명 감독님뿐만 아니라 다른 스태프들과도 너무 잘 지내서 그런지 끝나는 게 더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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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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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곤'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천우희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묻자 눈을 반짝이며 답변을 이어갔다.

"장르적으로는 액션이나 멜로를 꼭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 잘할 자신 있어요. (웃음) 또 매체적으로는 드라마도 언제나 하고 싶어요. 이번에 해보니 너무 재밌었고 그동안 왜 이렇게 겁먹었을까 싶더라고요.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내년쯤 연극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매 답변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느껴지는 천우희.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그에게 배우로서 걸어온 자신의 길은 만족하는지 물었다.

"잘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제가 너무 천천히 가고 있다고, 무명이 길고 이제 잘 된다고 하는데 저는 정박으로 알맞게 왔어요. 물론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그걸 지쳐 쓰러질 만큼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적당하게 잘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영화 쪽에서는 왜 굳이 드라마를 하냐고 했지만 저는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왜 맨날 힘든 역만 하냐고 묻더라고요. 저도 '왜 나는 힘든 작품만 할까' 싶기도 했는데 저는 하나하나를 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앞으로도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싶고요. 단 무리해서 가고 싶지는 않아요. 할 수 있는 최선에서 나아가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철학이 뚜렷해 보이는 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천우희는 목표를 정해놓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뭘 해야지' '어떤 배우가 돼야지'라는 목표는 정해놓지 않는 것 같아요. 되고 싶은 배우 이상향은 있지만 그게 안 되니까 괴롭긴 해요. 딜레마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도 하고 싶으니까요. 그 목표는 항상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배우적으로 뭘 이루고 싶다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보면 저는 항상 일기를 쓰거든요. '언젠가는 청룡상 받았으면 좋겠네' 했는데 받았고 '칸 가고 싶다'고 했는데 갔어요. 말하는 대로 이루어져서 신기했어요. 순간순간 생각나는 것들, '이렇게 되고 싶다'라는 것들이 나중에 봤을 때 또 이루어지면 신기할 것 같아요."

목표는 없지만 이상향을 위해 꾸준히 나아가는 천우희에게 '그 이상향'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천우희의 답변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고 그가 연기를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알게 될 것 같았다.

"대체 불가한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모든 걸 잘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예전에는 모든 캐릭터를 다 잘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한다고 해서 괴로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요근래 들더라고요. 원하는 건 대체 불가할 정도의 훌륭한 연기를 하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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