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or재미' 韓 의학 드라마, 실제 의사에게 묻다 [ST기획]

입력2020년 08월 26일(수) 18:25 최종수정2020년 08월 31일(월) 18:08
낭만닥터 김사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 사진=SBS tvN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최혜진 기자] 의학 드라마에는 희로애락이 담겼다. 의료 행위 및 병원 내 정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부터 로맨스,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는 의학 드라마, 이를 심폐소생하고 있는 것은 고증일까, 재미일까.

국내 의학드라마의 시초는 1994년에 방송된 '종합병원'이다. 이후 '외과의사 봉달희' '하얀거탑' '뉴하트' '산부인과' '골든타임' '닥터스' '라이프' '낭만닥터 김사부1' '라이프'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이 바톤을 이어왔다.

올해 의학 드라마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았다. 병원 내의 권력 다툼을 다룬 '낭만닥터 김사부2'와 의사들의 이야기들을 조명한 '슬기로운 의사생활'가 쌍두마차 이루며 부흥기를 이끌었다.

의학드라마는 직업을 중심으로 한 작품과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나뉜다. '종합병원' '외과의사 봉달희' '하얀거탑' '산부인과' '낭만닥터 김사부 1, 2' 등이 직업에 초점을 맞췄다면 '뉴하트' '닥터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멜로나 휴머니즘에 비중을 뒀다.

◆ 의학드라마 필수 요소 '고증'

현실 고증은 의학 드라마의 필수 요소가 됐다. 환자들의 정확한 병명, 의학 용어를 다루되 이와 관련한 설명 자막을 더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피가 흥건한 수술 장면 역시 현실성을 높이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병원과 의사의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하얀거탑'에서부터다. 외과병동에서 벌어지는 정치 권력, 수술 장면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본격적으로 '전문직 드라마'라는 평을 받기 시작했다.

좋은 선례가 있었던 만큼, 의학 드라마 PD들 역시 고증을 위해 노력 중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유인식 PD는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의료계 종사가에게 자문을 받았다. 또한 전문 용어 발음 교정, 수술 동선을 리허설하는 등 세심함을 기울였다. 유인식 PD는 "다행히도 90%가 스튜디오에서 촬영된다. 이동 시간이 없기에 주어진 시간 안에서 밀도 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손발이 맞는 스태프들이 함께해 가능한 일이다. 스태프들은 반 의료인이 되고, 의료 자문을 주는 분들은 반 스태프가 됐다"고 밝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 역시 고증에 힘썼다. 그는 "지난 4년간 과마다 자문 교수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의논하며 대본을 만들고 작가들이 그에 맞는 자료 사진까지 준비해 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현장에 별도로 자문 선생님을 모셨다"며 "수술 전 손 닦는 방법부터 수술방에서의 자세까지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하는 것이어서 자문 선생님 없이는 한 걸음도 진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 역을 맡았던 배우 김준한은 "실제 작품을 위해 자문해 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셨고, 고증에 있어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었다. 연기를 해야 되는 신이 있다면 좀 찾아보고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했다.

반대로 기본적인 고증을 지키지 못한 경우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총에 맞은 사람에게서 총알을 빼내기 위해 그 자리에서 개복 수술하는 오류를 범했다. 개복 수술을 아무 데서나 할 경우 순간 쇼크사 할 수 있다. 또 다이아몬드를 삼킨 사람의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실제 다이아몬드는 투명한 검은색으로 보여 엑스레이에 나오지 않는다.
골든타임 흉부외과 하얀거탑 뉴하트 / 사진=SBS MBC

◆ 실제 의사가 본 의학 드라마

그렇다면 실제 의학 종사자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분당서울대병원 의사 A씨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를 재밌게 봤다. 의학 용어를 사용하는 부분이나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 수술 장면 등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의학 드라마는 영어로 된 의학 용어를 되지도 않는 한국말로 변형해서 사용했고, 수술 장면도 돼지 모형을 썼다고 들었다. 요즘 드라마는 의학 용어도 그대로 나오고, 수술도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 용어뿐 아니라 의사들끼리 사용하는 줄임말도 자연스럽게 쓰더라. 또 의국에서 의사들끼리 일상 대화하는 것도 실제와 비슷하다. 정말 의사 같다"고 설명했다.

의학 자문단이 촬영장에 함께 있으며 교정을 해주는 요즘, 의학 드라마의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부분은 거의 완성됐다는 의미다. 다만 병원 안에서 의사들의 생활은 실제와 조금 거리가 있었다. A씨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 의사들끼리 자주 카페에서 만나서 떠들고 다른 과 교수 험담을 하거나 연애사를 얘기해 주지 않냐.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일단 바쁘기도 하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전공의가 교수에서 수술해달라고 떼를 쓰는 장면도 봤는데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다. 그래도 드라마적인 허용으로 칠 수 있다"고 전했다.

철저하게 의술의 고증한 부분에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한 게 요즘 의학 드라마인 셈이다. 시청자들은 의술을 행하는 부분에서 전문성을, 그 외 의사들의 생활에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실제 의사들은 의학 드라마에서 고증과 재미 중 어떤 부분에 비중을 둘까. A씨는 "아무래도 드라마다 보니 어색하지 않는 선에서 재미가 중요하다. 현실에서는 전공의가 교수와 연애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지만 드라마에서 조정석, 유연석 등 잘생긴 배우들이 나와 더 몰입이 된다"고 했다.

◆ 의사를 꿈꾸게 하는 의학 드라마

의학 드라마는 의사를 꿈꾸게 한다. 의학 드라마를 보면서 자란 꿈나무들이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는 일은 종종 볼 수 있다. A씨 역시 '뉴하트'를 보면서 의사를 꿈꿨으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서 초심을 다잡았다.

그는 "'뉴하트'를 보는데 김민정이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하는 장면이 나왔다. 김민정을 사랑하는 지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키스를 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이걸 보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키스를 통해 에이즈가 감염되진 않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초심을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다. 극 중 캐릭터는 내가 처음 의사가 되고자 마음먹었을 때 생각했던 좋은 의사의 표본이었다. 실제 의료진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의 삶에 잘 개입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진실되고 따뜻하더라. 환자에게 좋은 의사가 돼야겠다는 초심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의학 드라마는 철저한 사전 조사 끝 실제 같은 고증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안긴다. 의사를 꿈꾸는 이들에겐 재미를 넘어 목표까지 심어 준다. 오랜 시간 동안 의학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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