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배우들, '코로나19 푸어' 계층으로 "알바 수입도 불안정" [ST취재기획]

입력2021년 03월 25일(목) 10:30 최종수정2021년 03월 22일(월) 17:42
사진=프리픽, 유튜브 로고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출연료는 줄어드는데 엎친데 덮친격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다. 억소리나는 몸 값을 지닌 극소수의 스타 배우들을 제외한 연기자들은 생계 고민에 빠졌다. 인지도가 적은 조연 혹은 무명의 배우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배달업, 대리운전,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유튜브 채널 개설 등에 뛰어들었지만 투잡의 세계는 녹록치 않다. 배달 중 오토바이 사고로 몸이 다쳐 본업을 잃을 위기에 처하거나, 불안한 비정규직 환경으로 이중고를 겪는다. 수입조차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연기자 연평균소득 / 사진=서울시

◆ 연 출연료 1000만원, 본업으로 어려운 생계유지

지난 12월 말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발표한 출연계약 및 보수 지급거래 관행과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기자노동조합원 4958명의 연평균 출연료는 4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2812만3000원을 기록했던 출연료는 2016년 2623만8000원, 2017년 2301만1000원, 2018년 2094만3000원, 2019년 1988만 2000원까지 감소했다.

연기자 간의 출연료 양극화는 더 심각해졌다. 연 1억원을 넘는 경우는 4.8%에 그쳤으며 1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79.4%를 기록했다.

배우들을 굶주리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촬영이 불발돼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하거나, 야외 출장비·교통비·식비·숙박비가 미지급되는 등 부당한 대우도 빈번하다. 불공정한 방송 시스템이 만든 열악한 여건들이 연기자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는 셈.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까지 덮쳤다. 한 소속사 관계자 A 씨는 스포츠투데이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조연들은 다작을 해야 생계유지가 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작품 수가 많이 줄다 보니 배우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계 역시 마찬가지. 연극배우 B 씨는 "(코로나 이후)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을 찾는 사람도 없어지고, 공연도 없어지고, 배우들이 설자리도 사라지게 됐다"며 씁쓸한 현실을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우들의 '투잡'은 비일비재하다. 방송연기자 56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기자 외 다른 일자리를 병행한다는 사람은 58.2%를 기록했다. 다른 일자리를 병행하는 이유는 생계비 보전이 78.5%로 가장 많았고, 추가적 수입(9.5%), 진로 변경(2.8%) 등이 뒤를 이었다.
김수영 배정근 / 사진=JTBC 1호가 될 순 없어

◆ 본업은 드라마 단역·부업은 비정규직, 이중고 겪는 배우들

설자리를 잃은 배우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택한 것은 바로 '부업'. 그러나 배우라는 '본업'으로 인해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특히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불확실한 스케줄, 활동 시기로 인해 정규직, 고정 아르바이트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국연기자노동조합 송창곤 대외협력국장은 스포츠투데이에 "드라마 단역 배우들은 촬영 일정과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다. 한 번 촬영을 하더라도 다음 장면을 위해 계속해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극, 영화 등과 비교해 드라마는 스케줄을 조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투잡을 하는 연기자들은 비정규직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본업이 연기자니 스케줄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방송 출연 계약서에는 계약 시기가 명시돼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계약 기간이 '촬영 종료 시'라는 추상적인 조건으로 명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이 택한 투잡은 근무 시간이 비교적 유연한 대리운전, 택배, 학원 강사 등의 업무다. 송 국장은 "사무직이나 정규직은 불가능하다. 근무 시간이 고정적인 편의점 알바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비정규직은 처우가 좋지 않아 연기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고를 피하기 위해 일부 연기자는 '밤샘 촬영'을 희망하기도 한다. 송 국장은 "최근 드라마계에서 근로 시간을 준수하고 있지만 밤샘 촬영도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기자들 중 생계유지를 위해 밤샘 촬영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 "배달 알바·유튜브 도전" 삶이 뒤바뀐 공연계

코로나가 덮친 연극계에서도 '투잡'은 필수 요소가 됐다. 배우 B씨는 "원래 배우들은 작품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늘 알바를 병행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가게들의 영업도 제한적이다 보니 (가게 관련) 일자리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하게 된 알바가 배달 알바"라며 "많은 선후배들이 요즘 배달 알바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C 씨는 "한동안 계획됐던 (공연) 일정에 차질이 있었던 것 사실"이라며 "코로나에 인해 생계에 대한 걱정이 생기신 분들, 삶의 형태에 변화를 강요당하신 분들이 많을 듯싶다"고 설명했다.

실제 C 씨는 현재 다른 업무에 종사 중이다. 그는 "유튜브 제작 회사에 입사해 콘텐츠 제작과 광고 제작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변 배우들도 하나둘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꽤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는 공연계의 삶을 뒤흔들었고, 생계유지가 어려운 종사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C 씨는 "코로나로 인해 일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와 관련한 경험, 불안감이 늘어나고 모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강해졌다. 때문에 코로나 이전 상황보다 나아진다거나 비슷할 거란 생각을 갖기가 어렵다.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폐지로 투잡에 뛰어든 사례도 있다. 지난달 방송된 JTBC '1호가 될 순 없어'에서는 코미디언 김수영, 배정근이 출연해 '개그콘서트' 폐지 후 근황을 공개했다. 김수영은 "고깃집 알바를 하고 있다. 고기도 구워주고 설거지도 하고 서빙도 한다"며 "유통 사업을 하는 친구의 물류 창고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 아르바이트도 한다"고 밝혔다.

배정근 역시 "낮에는 유튜브 개인 방송을 하고 저녁엔 근근이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을 한다. 개인 방송 수익이 많지 않아서 도저히 생계유지가 안 되더라. 이미 모아놓은 돈은 다 썼고 아이는 점점 커간다"며 "일반인을 하기엔 아직 방송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배정근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몰래 카메라, '먹방', 버리아이어티 등의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낭떠러지로 내몰린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다. 송창곤 국장은 배우들의 출연료 문제와 부당한 대우들에 대해 "연기자들의 상황이 예전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불공정한 사례들을 계속 접수받고 이를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송 시스템 개선과 배우들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들은 누구보다 코로나의 종식을 바라고 있다. B 씨는 "아는 배우가 오토바이로 배달 알바를 하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당분간 움직이지 못한다는 소식도 접한 적이 있다. 같은 동료 배우로서 참 마음이 아팠다"며 "코로나가 종식돼 예전처럼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염원했다.

이렇듯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코로나 사태 등의 악조건들이 배우들의 '투잡'을 부추기고 있다. 본업을 유지하기 위해 투잡에 뛰어들더라도 부당한 처우들로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억대 출연료'라는 상위 스타들의 이야기에 가려져 미처 조명되지 못했던 배우들의 씁쓸한 현주소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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