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한국에선 '음원계 넷플릭스'가 될 수 없나 [ST취재기획]

입력2021년 03월 23일(화) 10:45 최종수정2021년 03월 23일(화) 07:45
사진=스포티파이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한국 상륙 한 달을 맞았다. 이미 오랜 세월, 포화 상태로 고착화된 소위 '고인 물' 시장에 '음원계 넷플릭스' 스포티파이가 밀고 들어왔으나 시장의 반응은 글쎄, 초라할 정도로 뜨뜻미지근하다.

◆ 한국 온 스포티파이, 한 달 성적 어땠나

전세계 3억 명 이상이 쓰는 스포티파이는 지난 2월, 세계에서 93번째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K팝의 높아진 위상을 의식한 듯 스포티파이는 이례적으로 한국 론칭을 예고하는 등 야심찬 시작을 알렸으나 한국에서의 성적은 영 신통치 않다.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자체적 평가가 무색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 3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2월 4주차 일간 사용자 점유율은 0.5%였다. 1위 멜론(33.8%)과 2위 지니뮤직(17.0%)은 물론 2% 안팎의 벅스와 카카오뮤직에도 크게 밀린 실정이다.

이제 한 달이기에 속단하긴 이르나 이용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출시 당일 1.0%였던 점유율은 우하향 곡선을 보이더니 절반으로 떨어졌다. 7일간 제공되는 무료 서비스가 실제 이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세계 1위' '글로벌 음원 공룡' '음원계 넷플릭스' 등 거대 수식어가 무색한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대중적 인지도도 현저히 낮다. 스포티파이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대중이 대다수다. 도리어 최근 카카오M과의 세력 다툼으로 조금이나마 이름을 알린 모양새가 됐다. 의도치 않게 '역바이럴' 효과가 난 셈이다.
아이유, 임영웅 / 사진=DB

◆ 뜻밖의 부진, 왜?

스포티파이의 가장 큰 장벽은 '요금제'다. 스포티파이의 국내 출시 가격은 개인 11990원, 듀오 17985원(부가세 포함)이다. 만 원 이하로 책정된 경쟁사보다 비싼 데다 학생할인 요금제 및 가족 요금제도 출시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더불어 한국만 광고를 듣는 대신 무료로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빠졌다. 여기엔 저작권 요율 문제가 깔려 있다. 나라마다 음원 사용료가 다르나 우리나라는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의 저작권료가 한 곡당 4.56원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유료 저작권료(4.2원)보다 비싸고, 미국의 무료 음원(1.61원)보다는 무려 3배가 비싸다. 실제 이 같은 요인 탓에 비트, 밀크 등 국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유튜브 뮤직 역시 지난해 9월, 무료 서비스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막보다는 한국'만' 제외됐다는 표면이 불만을 사고 있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스포티파이의 해당 정책을 한국 차별 소지로 해석하며 불쾌감을 토로한다. 스포티파이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소위 '카카오M 사태'가 터지며 불을 질렀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출시 때부터 기존 국내업체들의 극심한 견제에 시달리며 국내 음원 확보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나 우리나라 음원의 37% 이상을 유통 중인 카카오M과의 협상에 실패해 아이유, 임영웅 등 여러 대형가수들의 음원이 빠지며 '반쪽짜리 시작'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한국에서만 한국 가수의 곡을 들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3월 들어 '전세계' 스포티파이에서 카카오M 음원 서비스가 전면 중단돼 논란을 빚었다. 멜론을 보유한 카카오M과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아티스트와 팬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해외 K팝 팬덤은 카카오M의 '갑질'에 집중하며 압박을 가했으나 한국 이용자에게는 스포티파이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사건이 됐다. '한국 음악 없는' 세계 1위 플랫폼이라는 결점이 부각된 격이다.

이후 양측이 명분과 실리를 취하며 11일 만에 협상이 극적 타결됐으나 스포티파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믿음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든 K팝 음원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인식이 싹트며 치명적 리스크를 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스포티파이는 NHN벅스를 비롯, 몇몇 중소 유통사들과 계약을 맺지 못했다. 한국 곡 비중으로 따져보면 국내 음원사이트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징적인 모양 면에서 이미지 타격이 크다.
사진=스포티파이, 멜론, 지니 홈페이지

◆ 스포티파이는 한국에서 '음원계 넷플릭스'가 될 수 있을까

스포티파이의 전망을 두고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 음원시장이 워낙 관성적으로 굳어져 있기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역시 요금 이슈가 발목을 잡는다. 한국 시장의 경우, 많은 이용자들이 현재 통신사를 업은 음원 플랫폼을 사용 중이다. 통신사의 특성상 통합 요금제나 요금 할인 혜택이 활성화돼 있어 이용자를 손쉽게 끌어들인다. 여러 프로모션 노출도 훨씬 수월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 혜택이 없는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업고 성장 중이다. 광고를 스킵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유튜브 뮤직의 이용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 A 씨는 "음원사이트 이용자에게는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아직까지는 비싼 요금을 내면서까지 스포티파이로 넘어갈 요인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콘텐츠 차별화에도 한계가 있다. 스포티파이와 비견되는 넷플릭스의 경우,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자체제작 콘텐츠(오리지널)가 있다. 실제 '킹덤'을 시작으로 '좋아하면 울리는' '인간수업' '승리호' 등 수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은 한국 이용자를 끌어오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음악계에서는 '음원 단독 공개'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음원을 스포티파이에서만 단독으로 공개한다 하더라도 유튜브로 뮤직비디오가 풀리기 때문에 '단독 공개'란 의미가 없다.

이에 스포티파이 역시 팟캐스트 등을 개발 중이나 실질적으로 효과가 날 지는 미지수다. 음원사이트를 '음원 듣는' 용도 외로 이용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다만 넷플릭스가 그러했듯, 전세계인이 이용하는 세계 1위 플랫폼의 잠재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일단 압도적인 곡 수와 그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 서비스가 월등하다는 평가다.

실제 트랙 수로 따져보면 스포티파이는 7천만 곡인 데 반해 국내 음원 플랫폼은 4천만 곡 선에 그친다. 거의 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차이다. 소속사 관계자 B 씨는 "실제 업계에 몸담은 사람들에게는 스포티파이의 장점이 확실히 보인다. 국내 음원사이트에는 없는 팝 음악이 굉장히 많다. 또 아티스트 위주의 서비스가 발달돼 있어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무려 3억 명 이용자들의 패턴이 담긴 빅데이터를 보유한 덕에 음악 추천 알고리즘 역시 비교적 정교하고 다분화돼 있다는 평이다. 더불어 워낙 많은 음악을 보유하고 있어 추천에 따라 이용자들이 새로운 가수와 음악을 접하기도 쉽다는 의견이다.

B 씨는 "국내 음원사이트는 유통사와 관계성이 있기 때문에 음악 추천이 광고성인 경우가 많지 않나. 또 '사재기' 논란 때문에 추천을 '기계픽'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추천을 전적으로 신뢰하기가 어렵다. 이런 국내 음원사이트 판에 지친 이용자들이 적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스포티파이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 C 씨는 "시류를 타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느 것이든 관심이 쏠리는 어떤 시점이 있다. 예컨대 다들 쓰는데 나만 안 쓰면 뒤처지는 느낌이 들지 않나. 그 시점에 스포티파이가 어떻게 기회를 잡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가요 관계자 D 씨는 "지금까지는 스포티파이의 정책이 한정적으로 보인다. 많은 장르의 음악이 포진돼 있으나 국내 음악 유저들은 다양한 음악보다는 익숙한 음악을 듣는 경향이 짙다. 스포티파이가 앞으로 국내 음악 유저들을 대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까가 중요하다. 애플뮤직은 우리나라 제작자들과 유대관계를 잘 형성하지 못했고, 그런 소극적인 부분들 때문에 확장성이 없었다. 스포티파이가 공격적인 투자나 확장 사업을 하지 않는 한 국내 점유율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앞으로를 좌우할 것"이라 내다봤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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